기자의시선 | Posted by 시사프라임 시사프라임 2017.04.02 00:20

[정창곤의 窓 3] '김영란법'이 합법화 해주는 모순에 대하여

[정창곤의 窓 3] '김영란법'이 합법화 해주는 모순에 대하여

요새 헌법재판소의 '김영란 법' 합헌 결정이 화제다. 그런데 다소 의아함이 있다. 기자의 직업병이자 일종의 고질병인 '곱씹어 따져보기 증후군'이 도질 수 있는 정말 흥미로운 법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 법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일단 기자는 PD와 기자로서 거의 20년간 출입처인 정부부처의 왕래를 해 온 상황임을 밝힌다. 물론 공무원들과의 만남이 잦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부처별 공식 기자브리핑과 다양한 사업과 관련된 취재 이외에도 다른 만남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취재를 겸한 식사, 혹은 취재가 끝난 후 자연스럽게 끼니 시간이 되어 함께 식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의 접대는 2만원선 식사이므로 크게 우려할 바가 없다. 하지만 언젠가 궁금해서 호텔에서 식사하는 경우 비용을 알아본 바 있는데, 이런 경우 적게는 7만원에서 많게는 13만원까지 나온다.

즉, 양식코스 식사비용은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비싼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컨벤션행사의 경우 많은 사람들을 한자리에 유치하자면 비싼 접대비를 감수하고 호텔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행사의 주최도 정부부처는 지원하거나 후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산하단체가 주로 주관하게 된다.

여기에 '김영란 법'을 적용시켜 보자. 당연히 공무원과 기자들은 적용 대상이니 모두 구속되거나 벌금을 내야 할 것이며 행사를 주최한 산하기관도 이 법의 대상이니 모두 처벌을 면할 수 없다.

당장 큰 행사를 치러야 하는 공무원들이나 정부산하 단체들이 골머리를 썩힐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렇게 잠시잠깐만 보자면, 참 좋아 보인다. '김영란 법'은 사소한 접대 문화 자체에도 벌써부터 영향을 주는, 대단히 강직하고 청렴한 국가로 가는 시스템처럼 보인다.

그런데, 과연 금액 제한을 골자로 하는 '김영란 법'으로 국가가 발전하고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공무원들의 부패를 방지할 수 있을까?

여기서 일단 '김영란 법'을 알아야 한다.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의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과 이사들에게 대가성이 없어도 100만원 이상의 수수는 불법이다. '직무 관련인'에게 3만원의 식사, 5만원의 선물이나 10만원의 경조사비를 넘겨 제공해도 불법이다.

다시 살펴 보자. 그러므로 '김영란 법'은 원래는 이런 점을 이야기하는 셈이다. '직무 관련인'에게 '기본적으로는' 식사나 선물을 받아도 된다고 말한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나라의 녹을 먹는 공직자들이 앞으로도 직무 관련 인에게 3만원 이하인 식사, 5만원 이하의 선물을 받아도 된단다.

마치 이전에는 선물의 상한액이 없어서 더 비싼 선물을 받았고, 식사도 한도 없이 비싼 음식으로 접대를 받았다는 것을 실토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마치 '김영란 법'이 나라를 청렴하게 만들 획기적인 법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규제가 시작되면 온통 나라 경제가 위축된다는 걱정까지 하고 있다.

소위 '갑을관계'로 정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접대를 받는 자는, 자신의 업무상 결정권만으로 타인에게 경제적 이득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러므로 다수의 '을'들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갑'의 조건에 맞추고자 한다. 만약 이 잣대가 접대의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면, 또 이를 방치한다면 결국 접대와 관련되지 않은 을들의 피해로 귀결된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권을 주고 받는 '모든 것'은 불법이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것은 '리베이트'며, '뇌물'이며, '접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김영란 법'이 사람들에게 논란과 관심의 가치를 가진다는 게 사실 씁쓸하다. 공직자가 인허가를 요청하는 사람과 밥을 먹고 그 사람이 돈을 내는 것을 당연시하는 법안의 모양새라니!

이 법은 '공직자'의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단호한 취지는 보이지 않고 '적당히 해먹어라!'라고 달래는 꼴이다. 아니 오히려 공직자들의 명예를 심하게 실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므로 현실은 망각하고 일선 공무원들과 기자들에게 실소를 자아내는 '김영란 법'의 허구를 알 때, 보다 강력한 부패방지법의 기틀이 마련될 것이다. 


일단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된 선택으로 인해 경제적 이득을 주는 위치에서, 그 선택을 대가로 접대를 받는 행위는 아무리 조그만 규모라도 무조건 불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유방백세 유취만년(流芳百世遺臭萬年)'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세월을 초월해 만년을 가는 향기는, 합리적이고 근본적인 공직사회와 경제사회의 부패방지 해결책으로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김영란 법'을 반면교사로 삼아, 어떻게 이 나라의 미래를 깨끗하고 풍요롭게 변화시킬지 한층 더 고민해야 한다.


정창곤 편집장 begabond57@daum.net                                   2016.08.02 입력

[정창곤의 窓 3] '김영란법'이 합법화 해주는 모순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