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가정사(家庭史) 정리하기
우리집 가정사(家庭史) 정리하기
  • 최광표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2.0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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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표 교육학 박사
최광표 교육학 박사

가정(家庭)은 개인이 출생하자마자 마주하는 최초의 사회적 환경으로 가장 친밀한 혈연 집단인 가족이 의식주(衣食住)를 함께하는 생활의 본거지다. 즉, 가정(家庭)은 단지 건물, 가재도구, 시설 등이 구비되어 있는 물질적 장소와 환경만을 뜻하지 않고, 그 속에 감정과 의식, 가치와 규범을 가지고 생활하는 물심양면의 모든 현상을 포함시킨 기본적인 생활 공동체다. 이러한 가정(家庭)은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세대를 이어가면서 출생-성장-학습-생활-임종 등의 생애주기(生涯週期)를 거치는 사회조직의 기본단위이자 공동체이자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각 가정(家庭)은 고유의 의식(意識), 가치(價値), 가훈(家訓), 관습(慣習), 규범(規範), 문화(文化)를 토대로 가문을 형성하여 나름대로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유교적 전통의 하나인 가첩(家牒)은 한집안의 인적계보(人的系譜)를 기록하여 소장하고 있는 개인족보(個人族譜)로서 이것이 모여 족보(族譜)의 기초자료가 된다. 일반적으로 가첩(家牒)은 자녀가 성년이 되거나 결혼하여 독립적인 가정을 꾸릴 때 부모가 집안의 계보(系譜)를 정리하여 대물림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나는 최근에 자녀들에게 가첩(家牒) 대신에 가훈덕목, 가문내력, 집안계보, 가정의례를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우리집 가정사(家庭史)」를 정리하여 책자 형태로 만들어 주었다.

「우리집 가정사(家庭史)」 책자를 만들어준 이유는 올해 나이가 칠순(七旬)이 되다 보니 더 늙기 전에 자녀들에게 물려줄 물질적 자산뿐만 아니라 정신적 가치와 문화적 전통을 정리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자의 연령대별 표현에서도 70세를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慾 不劉矩) 즉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를 벗어나지 않았다‘라고 표현하고 그 이상의 나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을 정도로 칠순(七旬)은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다는 것을 생각하니 서서히 주변의 물적(物的)-인적(人的)-지적(知的) 사항을 정리해서 후손에게 물려줄 것은 물려주고 버릴 것을 버릴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의 하나가 그동안 기계적으로 당연하게 여겼던 가정사(家庭史)에 관한 관습(慣習)과 전통(傳統)과 가례(家禮)를 정리하여 세대교체를 이어갈 자녀들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요즈음처럼 변화의 폭과 깊이가 가속화 되는 시대에는 현재의 생활과 더불어 미래에 대한 대비조차도 벅차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經驗)이나 교훈(敎訓)이나 지혜(智慧)보다는 현재와 미래에 필요한 지식(知識)과 기술(技術)과 정보(情報)가 더 시급하고 실용적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오늘날 저출산-고령화-핵가족화로 인하여 정신적 가치와 문화적 전통의 비중이 점점 낮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활고(生活苦)에 바쁜 젊은 세대들에게 전통은 사치스럽고 고리타분하게 느껴지고 관심 밖의 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유구한 세월동안 우리의 선조들이 지켜왔던 미풍양속(美風良俗)과 문화적 전통(傳統)이 급속하게 사라져갈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후손들이 무한경쟁과 인공지능의 시대의 도래에 따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정신적 가치와 문화적 전통을 계승하여 개인과 가정과 조직과 사회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각 가정의 어르신 세대가 자기 집안의 가정사(家庭史)를 정리하여 물려준다면 후세의 세대들이 정체성 확립과 더불어 자긍심(自矜心)과 자부심(自負心)과 자존감(自尊感)을 가지고 시대적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신적 가치와 문화적 전통을 고리타분한 것으로 폄하하기 보다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좋든 나쁘든 시대에 맞게 응용 및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시중(市中)에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이 전통을 알고 안 지키는 것과 모르고 안 지키는 것의 차이는 크다. 이와 관련하여 한 가지 기억나는 것은 나의 부친이 생존 시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를 마치고 부고 답장을 작성할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면 슬플 애(哀)를 사용하여 ‘애자(哀子) 000’라고 쓰고,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면 외로울 고(孤)를 사용하여 ‘고자(孤子) 000’라고 쓰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면 슬플 애(哀)와 외로울 고(孤)를 함께 사용하여 ‘고애자(孤哀子)’라고 표현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들었다. 그러기 때문에 상가(喪家)나 영안실에서 문상객이 오면 상주(喪主)가 “애고(哀孤)!, 애고(哀孤)!”를 반복하여 슬픈 효심을 표현하는 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전통과 관습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아이고!, 아이고!”하면 무식(無識)이 탄로 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가정의례와 관련하여 나의 부친께서 알려주신 사항 중에서 기억나는 것은 추석이나 설날 차례를 지낼 때 무식(無識)한 집에서는 절만 여러 차례 한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실제로 몇 년 전 추석 때 가까운 친척 집에 인사차 갔더니 그 집 장남이 온 가족에게 돌아가면서 절을 반복해서 여러 번 시키는 것을 목격하기도 하였다.

참고적으로 내가 자녀들에게 만들어준 「우리집 가정사(家庭史)」 책자는 크게 가훈덕목, 가문내력, 집안계보, 가정의례의 네 가지를 분야로 구분하여 우리집의 정신적 가치와 문화적 전통을 종합적으로 알 수 있도록 편집하였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해보면 첫째, 가훈덕목에는 가훈(家訓), 실천덕목(實踐德目), 생활 좌우명(座右銘)을 포함하였다. 둘째, 가문내력에는 시조(始祖) 이야기, 계이자시(戒二子詩), 가문형성 내력, 출생‧발자취를 포함하였다. 셋째, 집안계보에는 족보의 기본용어, 종파계보(宗派系譜), 가승도(家乘圖), 직계 가족사항을 포함하였다. 넷째, 가정의례에는 전통적 제례절차와 기독교 예배절차로 구분하여 추석, 설날, 기일에 드리는 차례절차, 제사절차 및 시 추도예배 절차를 포함하였다.

결론적으로 어느 가정이나 조직이나 사회든지 고유의 의식(意識), 가치(價値), 가훈(家訓), 관습(慣習), 규범(規範), 문화(文化)가 어우러져 정신적 가치와 문화적 전통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따라서 집안의 어르신 세대는 어르신 세대에 걸맞는 세대적 사명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어떤 형태로든 선조들이 지켜온 미풍양속(美風良俗)과 문화적 전통(傳統)을 후세세대에게 이어져 나가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각 집안 고유의 가정사(家庭史)를 정리해서 자녀들에게 전해준다면 이를 통해서 후손들이 자기정체성을 확립하고, 정신적 가치와 문화적 전통을 계승을 통해 가족간의 유대관계를 강화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높은 자긍심(自矜心)-자부심(自負心)-자존감(慈尊感)을 가지게 되어 긍정적-진취적-발전적 조직활동과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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