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누리는 정치인 허경영, 일명 본좌라 불리는 그는 과거 다소 황당한 일화들이 많아 과소평가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정치권 행보가 과거 허무맹랑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그의 공약을 조금씩 따라가는 상황이 되고 있다. 그의 말이 실현가능한 것으로 차차 입증되는 것을 보면서 네티즌들은 반응이 뜨겁다.

작년 여름에는 "나라에 도둑이 많다"는 그의 예전 발언이 들어맞았다고 시선이 모아졌다. 본좌의 선견지명이 또 맞았다며 인터넷을 달구더니, 최근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청년수당 문제 마찰과 관련해 이재명 성남시장이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나라에 도둑이 많은 것"이란 발언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과거 허 본좌가 내건 공약이 몇 개나 더 현실이 될까? 사뭇 기대하는 분위기다.

각종 기행과 돌발 행동을 일삼다 명예훼손으로 옥살이까지 했지만 그는 큰 웃음을 우리에게 선사했고 희망도 주는 셈이다. 그래서 과거 그의 공약을 정리해 보았다.

△이명박 구속(사랑의 열매 1조원 기부 시 면책)
△박근혜 부정 선거 수사(결혼 승락 시 면책)
△새누리당 해체 및 지도부 구속(소록도 봉사 5년 시 집행유예)
△유엔본부를 판문점으로 이전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건국수당 매월 70만원씩 지급(어버이연합 제외)
△결혼수당 남녀 각각 5000만원씩 지급(재혼 시 2분의 1 지급, 삼혼 시 3분의 1 지급)
△출산수당 출산할 때마다 3000만원씩 지급
△국회의원 출마 자격 고시제 실시 및 국회의원 1/3로 감축
△정당정치 해산하고 국회의원들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몽골과 국가 연합
△바이칼 호수 서울시 공급
△만주 땅 국고 환수
△독도 간척사업으로 일본 근해 500m 앞까지 영토 확장
△모든 비정규직 월급 150만원 이상, 중소기업 근로자에겐 매달 100만원의 쿠폰
△모든 직접세 면세
△한국전쟁 참전용사 3억원 지급
△전기료와 휴대전화요금 무료
△신용불량자 무이자 융자

공약을 보노라면 참으로 통쾌하고 즐겁다.

이 가운데 몇몇 공약은 사회단체들이 강력히 주장하는 것들이며, 몇 가지는 약간의 수정을 거쳐 현실이 된 것이다. 또 몇몇 공약들은 가능성이 높으며 그 밖의 다소 황당한 공약도 그라면 가능할 것도 같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가 말한 '공중부양'과 '축지법'도 어쩌면 믿게 될지도 모르겠다. 2007년에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곧 결혼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다 1년6개월의 징역을 살기도 했고 모지상파의 프로그램에서 호되게 몰리기도 했던 본좌 허경영.

얼마 전부터 몇몇 유력매체를 통해 당시 문제가 되었던 미국 백악관 방문도 증언을 통해 사실로 드러나는 건 또 무엇이란 말인가? 진실이 거짓이 되고 조롱받았던 공약들이 현실이 되는 현상을 통해 상식이 통하지 않았던 과거가 이해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그뿐이랴! 대선주자들이 허본좌의 공약을 빌려 쓰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국가예산을 줄이면 모든 게 가능하다"는 설득력 있는 본좌의 논리가 이제는 더욱 돋보인다.

청년수당 문제가 불거지자 허 본좌의 공약도 다시 수면으로 오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청년수당,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앞 다투며 복지정책을 논하던 그들이 왜 이리 '청년수당' 앞에 인색할까? 박원순 시장이 아무리 부르짖어도 부동인 정부, 그 이유가 애초에 복지정책 자체가 지닌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 도구로 여기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서울시의 청년수당에 대해 "선심성 사업이다" "현금 지원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 온다"고 비판하며 발목을 잡는 중앙정부가 취업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을 발표한 것은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논리로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억지에 가까운 정부의 행태는 취업성공패키지 정책을 통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취업성공패키지는 취업취약계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취업지원서비스'로 2009년 도입됐다. 시행 초기엔 만 18~64세 연령층 중에서 생계급여수급자 등 저소득층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청년실업 문제가 부각되자, 2012년부터는 만18~34세 미취업 청년은 소득에 관계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도록 사업이 확대됐다.

내용만 보면 그럴 듯하다. 그러나 제도 시행 8년차에 접어든 현재, 취업성공패키지 정책은 여러 관점에서 개선이 요구되며 제도에 참여하는 청년들의 만족도가 낮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전국 만 18~29세 청년 7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39%에 불과했고 취업성공패키지의 만족도(10점 만점에 6.11점)가 다른 정부 취업지원정책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만족한 이유(복수응답)로는 취업능력 향상 미흡(48.6%), 교육·훈련과정의 단순함(43.2%), 훈련기관 선택제약(40.5%) 등을 꼽았고, 개선사항으로는 교육·훈련기관의 선택 범위 다양화(42.9%)가 가장 많았다.

간단하게 말해서 참여할 만한 학습프로그램이 적어서 정작 취업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취업성공패키지 성과분석 및 제도 개편 방안' 연구(2013.11)에서 "자기주도적인 구직활동이 가능한 대상자에게 통합적인 고용서비스를 저소득층과 동일하게 제공해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문제를 (기존 연구들에서) 제기하고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연구는 고용노동부가 발주해 한국노동연구원이 수행한 것이니 믿을 만한 분석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정책 수용자인 청년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취업성공패키지 제도를 개선시켜야 한다.

그런데 정작 본연의 업무는 망각한 채 서울시의 청년수당에 제동을 걸더니 "1인당 최대 60만원을 주겠다"며 생색을 낸다.

"서울시의 발목을 잡더니 정책을 베끼나?"라는 비판이 나오자, 정부는 궁색한 변명을 한다.

그들이 지원하는 것은 면접 시 양복 대여비, 교통비, 숙박비 등 '직접적 취업활동을 지원하는 수당'인 반면, 서울시 청년수당은 '직접적 취업 연계 없는 개인적인 사유의 활동을 지원하는 수당'이라는 것. 결국 그 말은 청년들이 수당받아서 취업활동이 아닌 엉뚱한 곳에 쓰기에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반대한다는 논리다.

정부의 이 같은 주장은 재난경보 울리는 폭염에도 알바해서 취업관련 직종의 능력배양 학원비를 충당하거나 생계비 벌 알바시간 쪼개가며 면접 등 구직 활동하는 청년들이 들으면 그야말로 피가 거꾸로 돌지 않을까?

서울시의 청년수당 추진은 중앙정부가 진행한 취업성공패키지의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제도라는 평가다.

서울시는 "청년활동 지원 사업은 정형화된 교육훈련 과정에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 아닌, 변화된 사회문화적 환경에 따라 청년들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능동적으로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와 다르다"면서 "취업성공패키지가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통합적 단계별(1, 2, 3단계)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서울시 청년활동 지원 사업은 취업 청년의 자율적인 진로·사회활동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취지라면 충분히 정부는 서울시와 대화를 통해 상호 협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순리인데 무조건 제동을 걸고 대결구도를 만들더니 정책을 베낀다.

각설하고 정부는 고집스럽게 취업성공패키지를 고집할 모양인데, 그들이 약속한 60만원 수당이 지속 가능할지 알아보자.

이 수당은 청년희망재단의 기금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지난해 하반기에 설립된 청년희망재단의 기금은 현재 1438억원 규모로 시중은행에서 국민 성금 형식으로 모금을 했지만, 이 펀드의 상당부분은 대기업들이 채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건희 삼성 회장 200억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150억원에 뒤이어 구본무 LG그룹 회장 70억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50억원 등 그룹 총수들의 기금 출연과 함께, 임원들도 체면상 꽤 많은 액수를 기부했다. 이후 기부금은 꾸준하게 이어지고는 있지만 주로 소액 위주라 전체 기부금 규모는 크게 변화가 없는 수준이다.

청년희망재단이 공익재단이기에 별다른 수익사업을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할 것이고 결국 현재의 기금을 은행에 두며 이자 등을 받아서 재단 실무자 인건비, 사무실 일반관리비를 충당하며 취업박람회, 청년희망 채움 사업 등 고유의 목적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계획대로 취업성공패키지 3단계 참여자의 40% 수준인 2만4000명에게 1인당 최대 60만원을 지원하려면 1년에 약 144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데, 청년희망재단은 재단의 기금 규모를 고려해 절반 수준인 연 74억원(1인당 60만원의 절반인 30만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재단의 유지와 관련해서는 청년희망채움예산에서 경비를 쓸 계획인데, 올해 예산은 59억원으로 책정돼 있으므로 당장 다음 달부터 현금지원을 시작하면, 9~12월에만 25억원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올해 청년희망채움예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규모다.

이 정도 규모의 지원 사업이 지속 가능할까? 약속한 60만원 지원은 가능할까?

차라리 정부는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무리해서 베낄 것이 아니라 기존의 패키지를 보완하고 수정해서 발전시켜야 했지 않았을까? 결국 이 모든 상황의 근본적인 이유는 정책 고유의 목적인 복지가 부재하고 정치적 목적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고교 무상교육 정책의 예를 보더라도 이것은 극명하다. 이른바 가장이 신들의 직장에 다니는 상위층은 대개 회사에서 보조가 나오지만, 비정규직 노동자 같은 저소득층 부모들은 고교생 학비에도 허리가 휜다.

현 정부 초기에 노인복지를 떠들었지만 노인들의 자살은 더욱 늘어났으며 노인인권 국내 전문가 포럼에서 한국의 노인복지 수준이 중국, 베트남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었지만 개선은 요원하다.


결국 복지란 정치인들에게 정치적 수단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청와궁 만찬에 송로버섯 오를 때, 표도 안되는 빈곤 노인들은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목숨을 끊고, 없는 집 아이들은 머리를 떨구고 아르바이트 전선으로 내몰린다.

이것이 현 대한민국의 현실이기에 정치인들도 "허 본좌는 공중부양이나 축지법을 쓸 수 없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허 본좌에게 환호를 보내는 것이 사실은 현 정치권에 야유를 보내는 것이라는 작금의 해석이 정치인들의 가슴에 경종을 울리기를 바란다.


정창곤 편집장 begabond57@daum.net 2016.08.2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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