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소재 청량리 롯데마트 과일 코너에서 장보는 서민들 [사진 = 고문진]
서울 동대문구 소재 청량리 롯데마트 과일 코너에서 장보는 서민들.  [사진 = 고문진 기자]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해마다 오르는 물가에 ‘물가안정’이라는 거리감 느껴지는 단어 대신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웃기지만 슬픈 말이 더 와닿는 요즘, 명절을 생각하면 마냥 반갑기보다 되려 늘어날 가계부 지출 목록에 머리가 아파지는 게 현실이다.

고물가 시대에 차례 음식이라고 예외는 없다. 특히 차례 음식과 직결되는 농축수산물이 7.1%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그중 채소류 가격은 전년보다 25.9% 올랐는데 이는 지난 2020년 9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더불어 코로나의 여파로 편하게 외출해서 장보기도 쉽지 않은 이때에 온라인 장보기를 통한 제수용품 준비는 얼마나 편리할지 궁금해졌다. 첫째 편의성, 둘째 합리적인 가격. 온라인 장보기를 통해 이 두 가지 메리트를 모두 만족할 수 있을지 알아봤다.

구매처는 대형마트 3사 이마트·롯데·홈플러스로 정했다. 지점별로 판매하는 제품이 다르고 같은 제품이어도 가격이 상이할 수 있는 점을 감안, 최대한 동일한 조건에서 가격비교가 되도록 검색하여 도식화했다. 그리고 3사 모두 마트별 바로배송과 마트직송(점포직송) 카테고리를 이용했다.

제수용품 목록은 8월 26일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에서 발표한 ‘추석 명절 차례상 표준화 방안’을 참고하여 정했다. 이에 따르면 추석 차례상의 기본은 송편, 나물, 구이(적), 김치, 과일(4가지)과 술을 포함하여 9가지이고, 여기에 조금 더 올리면 육류, 생선, 떡 정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기자는 어릴 때부터 준비하시는 어머니 등골 휘어지게 넉넉한 상차림만 봐왔기에 이렇게 간소화할 수 있다는 것에 일차 만족스럽기는 했다.

이중에 온라인으로 쇼핑 가능하고(주류는 구매불가) 지역별/가족 문화별 올리는 음식에 대한 변수를 계산하여 구매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목록을 다시 추려 3색 나물(시금치, 고사리, 숙주), 과일 4종류(사과, 귤, 배, 바나나), 생선(조기)으로 추려보았다. 음식의 원재료만 조사하였고 나물이나 전 등 맛을 내줄 각종 양념과 부재료 값까지 합하면 배보다 배꼽이 클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대형마트 3사 제수용품 가격 비교(지점별 상이할 수 있음) [사진 = 고문진 기자]

조사한 가격표 안에서 최저가로 계산해보면 각종 나물 200g 기준, 바나나 두 송이, 조기 10마리로 설정했을 때 총비용 71,500원 정도 나온다. 앞서 말했듯 나물의 경우 부재료를 제외한 원재료값만 들어갔고 나물과 과일을 최소한의 양으로 설정했을 때 저 정도 비용이고 여기에 송편, 각종 전(구이), 술 등을 올려 넉넉한 한 상차림을 하려면 10만 원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리고 온라인 장보기의 메리트로 꼽을 편의성과 합리적인 가격 역시 조사 과정에서 많은 부분 허점이 드러났다. 일단 추석을 앞두고 공급 물량 부족으로 인해 점포별 품절 항목이 많았다. 그리고 같은 품목에서 개수·원산지·브랜드에 따라 금액이 다를 때 100g당 얼마를 표시해둠으로써 가성비를 따질 수 있는데 들쭉날쭉 기재되어 있어 가격 비교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농수산물 직판장이나 재래시장을 이용한다면 각종 과일과 채소를 같은 값으로 더 넉넉하게 구매할 수 있으니 가격 경쟁면에서도 떨어진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장보기가 활성화되며 음·식료품 거래액은 2조 2,230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8%(3,198억 원) 증가했지만, 거래액 증가에 맞는 퀄리티를 추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평소 온라인 장보기를 애용하는 김소진(여, 34)씨는 "얼마 전 뜨거웠던 3사의 치킨 경쟁을 생각하면 너무 치킨에만 집중하느라 다른 건 신경도 안 쓰는 것 같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서민을 위한 물가안정 프로젝트다 뭐다 운운하면서 추석을 코앞에 두고 물건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 있나 살짝 괘씸하기도 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추석 연휴만큼은 물가 걱정·코로나 걱정 없이 가족이 한 데 모여 둥근 달처럼 몸도 마음도 풍성한 한가위를 보낼 여유를 기대하고 싶었으나, 벌써 귀성길 준비에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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