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 시인 명예문학박사 김철민<br>
국제펜한국본부이사 시인 김철민

더위에 지쳤던 8월은 가고 계절이 바뀌어 조석(朝夕)으로 신선한 바람과 새 곡식들이 영글어 수확의 기쁨과 감사함이 가득한 9월 가을이 오면 하늘은 높고 푸르고 말이 살찌듯이 우리의 영혼에도 뭔가 변화가 있어야 산다는 우리의 선현(先賢)의 말씀도 있다.

이 밤에 문득 우리 조상들이 살아온 모습을 생각해 보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계절에 알맞은 생활을 취하는 슬기를 가졌다.

즉 가을철이 되면 그동안 좀 등한히 했던 책을 읽어야겠다고 가을을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로 삼았다. 가을은 추수의 계절로 그동안 농사지은 곡식을 거둬들여 먹을 양식을 곡간에 쌓고 준비해 둬 이것으로 다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영혼의 양식은 옛 사람들의 슬기와 가르침은 모은 책이다 그래서 우리 옛 조상 어른들은 가을을 오곡백과(五穀百果)를 거둬들이는 추수의 계절이면서 아울러 등불을 벗 삼아 밤이 깊도록 책을 읽는 독서의 절기로 삼아왔다.

그런데 오늘에 사는 우리의 생활 모습은 어떠한가?

너무 물질적인 걱정 때문에 영혼의 문제는 모두 잊고 사는 형편인 것이다.

오늘 나는 교외로 나가 가을을 한껏 바라보고 싶었다. 가을을 가슴깊이 숨 쉬어 가을하늘을 눈망울에 담아보고 길옆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지금 한창 고운 꽃을 피우고 있다.

어쩜 가냘프게 보여 지는 이 코스모스 꽃송이들이 가을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서로 부둥키고 나부끼는 것이 사뭇 꽃비가 쏟아지는 것 같았다.

지난봄 봉사활동을 하면서 농민들의 피나도록 진지한 삶의 모습을 보았고 잠시 시간을 내어 학생들의 예쁜 손으로 꽃씨를 뿌렸을 얼굴모습을 생각하며 꽃씨가 움이 트고 어린 싹이 돋아나 저렇게 잘 자라나 아름다운 꽃을 담뿍 피울 수 있었는지 모른다.

가을바람에 살랑살랑 불어오는 저 코스모스의 꽃송이들을 바라볼 때 그 엷은 꽃잎들의 빛깔이 더없이 정초하고 아름답기만 하다.

정말 코스모스 꽃을 바라보면 세상의 뭇 시름이 사라지듯 마음이 탁 티어 오는 것을 느끼고 또한 그 어떤 그리움에서 옛 추억이 아련히 떠오르기도 한다.

저 먼 산봉우리에 흰 구름이 한가로이 흘러가고 어느 숲속에서 뻐꾸기가 간간이 울어 이름 모를 산새들도 그 청아한 목소리로 지저귄다.

이 모든 경치는 가을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풍성한 정취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만 느끼는 사계절이란 뚜렷한 절기의 풍성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는 가을에 문턱에 서있고 익어가는 곡식을 바라볼 때 한없는 감사와 감회에 사로잡혀 우리는 올 여름에 재난을 당한 이웃돕기에 인색하지 않은 민족이므로 이제는 돕고 도움을 받는 형제들이 다 같이 그동안 폭우와 폭염 속에 지켜주심을 감사드리며 가을이 와 연약한 믿음과 사랑을 주세요.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신선해져서 가을 문턱을 넘어섰다고 알려줘 우리들은 겨우살이 준비걱정이 앞서기 마련 일상생활이 걱정근심으로 가득하고 영혼의 문제는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만다.

실상은 육신의 일상에 대한 걱정에 앞서 영혼의 구원문제와 더 시급함을 우리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 가을은 뜻있는 말로 우리 자손들에게 전해준 조상어른들의 슬기로운 생활태도를 우리는 배워야한다. 내일의 삶을 위한 진실한 결실이 있기 위해 우리는 풀어헤쳤던 생활의 옷깃을 단정히 여미어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그럴듯한 말이나 어떤 이론보다도 몸소 본을 보여 덕을 세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여야 국회의원들과 정치인과 평론가들도 당리당락에 치우치지 말고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끝없이 개혁하고 갱신되어야만 이 땅위에 살아남아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할 경우 밖에 버려져 사람들의 발에 밟힐 뿐이다.

병이 들어도 보통 병이 든 게 아니고 비도덕적인 행위로 사회적 지탄을 받아야하니 실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올 가을엔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고 겸손과 친절로 배려한 따뜻한 가슴의 소유자들이 많아야 우리사회를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다. 명심하고 실천해 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시사프라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