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썸플레이스의 종이 빨대 (사진=고문진 기자)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올해 11월 24일부터 식당과 카페에서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플라스틱 컵에 이어 빨대도 금지 품목이라 이미 굵직한 프렌차이즈 카페에서는 종이·생분해 재질의 제품을 사용하는 등 친환경 트렌드에 발맞춘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환경을 생각한다는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작은 빨대 하나가 커피맛을 저해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밥보다 식후에 마실 커피나 차가 생각나 점심시간이 기다려진다고 할 정도로 현대인에게 카페 문화는 '커피=졸음 퇴치제'라는 단조로운 공식을 넘어서 일상과 취미를 넘나들며 이미 생각보다 넓게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 있다.

아메리카노 기준 적게는 900원 많게는 5,000원을 훌쩍 뛰어넘는 비용을 지불하고 사 마시는 한 잔의 커피를 통해 '마시는 순간의 시·공간적 여유로움, 맛과 향을 통한 오감의 만족' 이 모든 것이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 충족되길 바라는 마음인데, 친환경 바람이 데려온 종이 빨대 등장 탓에 잔잔해야 할 티타임이 방해받고 있다.

평소 행동반경에 가까이 위치한 투썸플레이스와 스타벅스에서 종이 빨대를 사용해봤는데 두 군데 모두 종이 빨대 특유의 냄새가 났고, 음료에 오래 둘수록 모양이 변형되어 음료가 잘 빨려 올라오지 않았고, 종이 냄새가 섞여 변질된 맛과 향이 느껴졌다. 해서 기자는 이 두 곳을 갈 때 웬만하면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다.

투썸플레이스 이용객 이용복(남, 29)씨는 "밖에서 하루 최소 2잔 이상 커피를 마신다. 개인적으로 투썸 원두를 좋아해 애용하는데 종이 빨대 특유의 냄새 때문에 빨대는 안 받아 온다. 실내에서 마시는 건 (빨대) 없이도 괜찮은데 차에서는 아무래도 빨대 꽂아 마셔야 안 흘리니 필요하지만 종이 빨대는 싫고, 별거 아닌 듯한데 되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종이 빨대로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올해 4월 말 인터넷 커뮤니티에 "스타벅스 종이 빨대에서 휘발성 화학물질의 냄새가 난다"는 게시글이 올라오자 스타벅스는 문제의 빨대를 반품하고 자체 폐기했다. 당시 뚜렷한 진상규명 없이 자체 폐기한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됐는데 안 그래도 종이 빨대 자체가 주는 특유의 맛 변질이 있는데 휘발유 향까지 첨가되어 문제에 문제를 더한 빨대였다.

사실 종이 빨대에 '친환경'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는 플라스틱에 비해 분해가 잘 되는, 잘 썩는 코팅 필름을 사용한다는 점인데 부피가 작아 재활용하려면 따로 모아서 버려야 하고 그나마도 따로 선별하는 일이 없어 대부분 소각된다. 그리고 목재를 원료로 쓰는 종이를 가공하여 만들기 때문에 탄소배출량이 기존 플라스틱 빨대보다 많다. 친환경 택을 달기엔 다소 어폐가 있는 부분이다.

음용형 리드(뚜껑)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음료 온도나 여러 변수에 의해 리드 사용이 불편할 수 있음을 고려한다면 빨대 사용 손님을 위한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사탕수수·옥수수·대나무 등 자연 친화적인 소재로 만든 생분해 빨대의 경우 모양과 질감도 플라스틱 빨대와 비슷하고 특유의 향도 미미해 좋은 대체품이 될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친환경 실천은 재사용 가능한 개인 텀블러와 다회용 빨대를 모두가 챙겨다니는 것이겠으나, 소비자의 편의를 생각해야 할 기업 입장에서 이왕이면 환경도 생각하고 소비자의 만족도 역시 높일 최적의 아이템을 끊임없이 연구하여 갖춰 둔다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성공적인 운영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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