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제안 안건 주총 표대결에서 완패해 모두 부결
주주들 지지 확인한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탄격 받을 듯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 현대차‧모비스 대표이사 선임

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정기 주주총회 이후 열린 이사회에 참석해 노르웨이에 있는 신임 외국인 사외이사와 화상으로 대화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정기 주주총회 이후 열린 이사회에 참석해 노르웨이에 있는 신임 외국인 사외이사와 화상으로 대화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시사프라임 / 김용철 기자] 결국 ‘이변’은 없었다.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공격과 현대차의 방패 대결로 관심이 모아진 현대차 주주총회에서 엘리엇이 제안한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현대자동차는 22일 서초구 본사에서 개최한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엘리엇의 제안은 서면표결에서 모두 부결된 반면 이사회 제안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주주들이 현대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것도 압도적인 표차이로 말이다. 현대차 주주들의 이같은 적극적 지지는 엘리엇의 무리한 요구가 현대차의 경영을 흔들 수 있는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주총에 앞서 노조까지 사측의 지원군이 되어 주며 ‘먹튀’ 엘리엇 비판을 쏟아낸 것도 주주들의 표심에 어느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글로벌 양대 의결권자문사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 국내 의결권자문기관 등이 엘리엇의 제안에 반대 권고를 낸 것도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가 제안한 보통주 1주당 3000원 배당은 86%로 압도적인 찬성률도 결의했다. 엘리엇 제안에는 13.6%만 찬성했다. 현대차 주주들은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서도 현대차의 압도적인 표차이로 승리했다. 이날 주총에서 진행된 표결에서 주주들은 77~90%의 찬성률로 이사회가 추천한 윤치원 UBS 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과 유진 오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등 3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반면 엘리엇이 추천한 후보들인 존 Y. 류 베이징사범대 교육기금이사회 구성원 및 투자위원회 의장, 로버트 랜들 매큐언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 마거릿 빌슨 CAE 이사 등 3명 선임안은 모두 부결됐다. 표결 결과 16~19%의 찬성률을 얻는 데 그쳤다.

사내이사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과 이원희 현대차 사장,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 3명이 선임됐다.

정의선 부회장은 사내이사로 선임됨에 따라 이사회를 열어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한다.

현대차는 정몽구 대표이사 회장, 정의선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 하언태 대표이사 부사장 등 4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바뀐다.

현대차 정관 변경안은 표결 없이 원안대로 승인됐다.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본사에서 열린 현대차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현대차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본사에서 열린 현대차 제51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현대차

 

현대모비스도 이날 22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외국인 사외이사 2명 선임 안건을 포함해, 주당 4천원 배당확대와 사내이사 선임 안건 등 회사 측이 제안한 대부분이 주주 찬성 요건을 넘어서며 모두 채택됐다. 주총 직후 개최된 이날 이사회에서는 정몽구 회장, 정의선 수석부회장, 박정국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각각 선임했다. 현대모비스는 3명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새로 합류한 사외이사진들이 그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대모비스가 시장의 판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펼쳐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주총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가장 우려했던 것은 엘리엇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들이 주총에서 통과돼 현대차 이사회에 들어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표 대결에서 완패하면서 이사회 진입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엘리엇은 이날 주총이 끝난 뒤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점점 늘어나는 독립된 투자자들과 변화를 지지하는 시장 의견을 고려하면 앞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의 발전을 위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엘리엇이 완패하면서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이 중심이 된 지배구조 개편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지난해 3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지만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미흡하고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고, 의결권 자문회사들까지 엘리엇에 동조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안을 포기했다. 그러나 이번 주총 결과에서 주주들이 현대차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이후 현대차가 내놓을 지배구조 개편안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엘리엇이 현대차 경쟁력 강화보단 단기 이익만 노리다가 주주들로부터 신회를 잃은 측면이 컸다”며 “현대차가 앞으로 내놓을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주주들의 지지를 받는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프라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