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 대북제재에 남북공동사무소 철수로 응수
南 중재자 제 역할 못하는 우회적 불만도 표시
韓美에 더 이상 악화시키지 말라는 무언의 ‘경고’장

지난해 9월 14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앞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을 개최한 모습.  [사진 / 시사프라임DB]
지난해 9월 14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앞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을 개최한 모습. [사진 / 시사프라임DB]

[시사프라임 / 박선진 기자] 북측이 개성 남북공동사무소에서 ‘상부 지시’라는 입장만을 전달한 채 전원이 연락사무소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했다. 다만 남측 인원 잔류에 대해선 ‘상관하지 않겠다’며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밝혀 일단 잔류해도 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그러나 미측의 대북압박 기조가 변화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철수 지시를 내릴 수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

북한이 이번 개성 남북공동사무소에서 ‘철수’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든 것은 미국의 고강도 대북재제 압박에 따른 조처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중재로 나섰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물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재무부가 지난 21일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다롄 하이보 국제 화물과 랴오닝 단싱 국제운송 등 2곳의 중국 해운회사를 제재명단에 올리면서 ‘북한 때리기’에 나서자 이에 따른 반발로 개성 남북공동사무소를 철수한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에 대한 불만을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남측에 우회적으로 표시하는 동시에 한미동맹 균열을 노리는 ‘노림수’라는 분석이다. 23일 북한은 대남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새로운 눈으로 파헤쳐볼 필요가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조선에 대해 무조건적 복종과 순종을 강요하는 강도나 다름없는 이런 미국에 대해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누구인들 비웃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며 “남조선당국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의 실체를 새로운 눈으로 파헤쳐보고 어느 길이 진정 민족을 위하고 겨레의 염원을 실현하는 길인가를 똑바로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이번 북측의 남북사무소 철수는 미측의 대북제재 압박에 대한 대남 불만을 표하는 조치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북미 중재자로서 1,2차 북미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북측이 얻은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하라는 무언의 압박인 셈이다.

따라서 최근 최선희 북 외무상 부상이 언급한 미측의 상응조치 없이 대북제재가 강화되는 등 한미가 현재의 대북 기조에 변화가 없는 한 다음 단계의 북미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다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언급으로 대화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최 부상이 언급한 빠른 시일 내에 김 위원장의 중대 발표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그래서 북측의 ‘공동사무소 철수’ 카드는 韓美에게 무언의 ‘경고’를 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미 재무부의 다음 주 예정된 추가 대북제재에 대해 철회 지시를 밝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일단은 북미 양측이 대화의 판은 깨지 않겠다는 의지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미측이 추가 대북제재를 추가하지 않기로 했고, 북측은 남측에 남북공동사무소 잔류에 상관하지 않겠다는 선에서 현재의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살얼음판’ 북미 관계 속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한 고위 당국자는 “북측의 남북공동사무소 철수는 추가 대북제재를 하지 말라는 미측에 보내는 경고성 메시지인 동시에 남측에 대북제재 완화를 계속적으로 미측에 제기해달라는 ‘양수겸장’ 카드로 보인다”며 “대북압박 기조가 지금처럼 유지되는 한 정부의 역할이 한정될 수밖에 없어 대화 모멘텀을 살리기 위한 북측과의 물밑접촉 및 한미 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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