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군인·경찰, 고위 공무원 등 14명 경영고문 위촉
매달 자문료 명목 보수, 많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KT “법적문제 없다”해명…KT새노조, 고발 즉각 단행키로

2017년 경영전략 발표하는 황창규 KT회장.  ⓒKT
2017년 경영전략 발표하는 황창규 KT회장. ⓒKT

[시사프라임 / 박선진 기자, 김용철 기자] KT가 2014년 1월 황창규 회장 취임 후 14명의 정치권 인사, 군인과 경찰, 고위 공무원 출신 등에게 고액의 급여를 주고 민원해결 등 로비에 활용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공개한 'KT 경영고문' 명단에 따르면 KT는 정치권 인사 6명, 퇴역 장성 1명, 전직 지방경찰청장 등 퇴직 경찰 2명, 고위 공무원 출신 3명, 업계 인사 2명을 ‘경영고문’으로 위촉하고 매월 ‘자문료’ 명목의 보수를 지급했다. 보수만 1인당 적게는 수천만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자문료 총액은 약 20억원에 이른다.

경영고문이 집중적으로 위촉된 2015년 전후로 △유료방송 합산규제법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황 회장의 국감 출석 등 민감 현안이 많았을 때였다.  

이철희 의원은 이들의 경영고문 활동 내역을 제시하라고 KT에 요구했지만 KT 직원들은 물론 임원들조차 이들의 신원을 몰라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KT 퇴직 임원이 맡는 고문과는 다른 외부 인사로, 그 동안 자문역, 연구위원, 연구조사역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는 친박 실세로 꼽히는 홍문종 의원 측근은 3명이나 위촉됐다. 이들은 각각 홍 의원의 정책특보, 재보궐선거 선대본부장, 비서관을 지냈다.

위촉 당시 홍 의원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방위) 위원장이었다.

2016년 8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KT 경영고문으로 활동한 남모씨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18대 대선 박근혜 캠프 공보팀장을 지낸 인물로 자문료만 매달 620만원씩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7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을 지낸 박성범 전 한나라당 의원은 2015년 9월부터 2016년 8월까지 매월 603만원을 받고 KT 경영고문으로 활동했다.

2015년 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활동한 이모씨는 경기도지사 경제정책특보 경력을 발판으로 KT에 영입됐는데 정치권 출신 고문들은 매달 약 500만~800만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KT 경영고문 명단.  ⓒ이철희 의원실
KT 경영고문 명단. ⓒ이철희 의원실

이 의원은 군, 공무원 출신 경영고문은 정부 사업 수주를 도운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2016년 KT가 수주한 '국방 광대역 통합망 사업' 입찰 제안서에는 경영고문 남모씨가 등장한다.

이 의원은 "(남모씨는)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신참모부장, 육군정보통신학교장 등 군 통신 분야 주요 보직을 거친 예비역 소장"이라며 "국방부의 사업 심사위원장은 남☆☆이 거쳐간 지휘통신참모부 간부였다. 이 때문에 당시에도 KT가 남씨를 앞세워 750억짜리 사업을 수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고 말했다.

남모씨는 2015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가 임기다. 남모씨는 지금까지 3회 재임기간을 연장하며 매달 자문료만 1370만원을 수령했다. KT로부터 자문료를 받은 14명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다.

KT와 직접적 업무관련성이 있는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국민안전처, 행정안전부 고위공무원 출신도 경영고문에 위촉됐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긴급 신고전화 통합체계 구축 사업'을 비롯한 정부 사업 수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로, 경찰 출신 고문은 사정·수사당국 동향을 파악하고 리스크를 관리해줄 수 있는 IO(외근정보관) 등 ‘정보통’들이란 설명이다.

이 의원은 “정치권 줄대기를 위해 막대한 급여를 자의적으로 지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점을 고려하면 황 회장은 업무상 배임 등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로비의 대가로 정치권 인사를 ‘가장 취업’시켜 유・무형의 이익을 제공했다면 제3자 뇌물교부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황 회장이 회삿돈으로 정치권 줄대기와 로비에 나선 걸로 보이기 때문에 엄정한 수사를 통해 전모를 밝히고 응분의 법적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2017년 말 시작된 경찰 수사가 1년 넘게 지지부진한 것도 황회장이 임명한 경영고문들의 로비 때문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경찰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수사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차제에 검찰이 나서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측은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관련 부서 판단에 따라 경영상 도움을 받기 위해 정상적으로 고문 계약을 맺고 자문을 받았다”며 “정당한 계약에 의한 자문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KT새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황창규 회장은 지금이라도 자문료의 출처와 지급 규모 전체를 밝혀야 할 것”이라며 “황창규 회장 등 관련 경영진에 대해 자문료 지급 경위에 대해 추가 고발을 즉각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29일 KT주주총회 이전에 황창규 회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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