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곤 칼럼] 선택의 순간
[조장곤 칼럼] 선택의 순간
  • 조장곤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3.25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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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곤 포에스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조장곤 포에스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어느 증권사와의 3년여에 걸친 소송을 승소로 확정짓고 1억 원의 성공보수를 받았다. 직원 셋의 월급을 주느라 최근에는 고용변호사 월급도 지급한 터라 쌓인 마이너스 통장의 신용대출을 갚고 나니 여의도 어느 호텔 피트니스 보증금 정도가 남는다. 수영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맴돈다.

‘변호사 조장곤 법률사무소’로 지낸 10년 가까운 시간을 마감하고 사무실 명칭을 새로이 했다. 로고를 새로 만들고, 고용변호사도 뽑으면서 같은 건물 2층에 방을 하나 더 얻었다. 그런데 그 분이 참 똑똑해 보이고 입은 야무진데 서면을 못 쓴다. 고용변호사의 서면을 고치지 않고 제출할 배포는 없고, 고치자니 직접 쓰는 것보다 몇 배는 힘이 든다. 돈 줘가며 일을 가르친다는 느낌에 그러한 듯하다. 그 분과는 다음을 기약하고 나니 2층 방에 직원 한 명만 덜렁 남게 되었다, 그 직원이 원래 사무실로 올라오고 싶다 하여 그러라 하니 2층 방이 공실이 되었다.

최근엔 어느 세무사사무실 사무장의 형사사건을 변호하였다. 수십년 알고 지낸 세무공무원에게 큰돈을 주고 훨씬 더 큰돈을 포탈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이제는 퇴직하고 세무사사무실을 연 공무원과 함께 일하던 사무장은 혼자 뒤집어쓰려하다가 사건이 꼬이고 말았다. 증거로 미루어볼 때, 공무원을 불지 않으면 구속과 중형을 벗어날 방도가 없다. 이틀을 구치소에서 보낸 사무장은 2년을 감방에서 보낼 수도 있는 상황임을 제대로 인식하자 이실직고한다. 사무장의 영장은 기각되었고, 사무장은 자신이 가진 200여개의 업체를 어떻게 해야할지, 자신이 수십년 데리고 일하던 직원들은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다. 내가 세무사 자격도 있는 걸 알고는 은근한 마음도 비춘다. 그는 파트너가 필요한 것이다. 직원들은 ‘마침 2층에 공간도 있고 인테리어도 했고 컴퓨터 복합기 등 모든 집기가 갖춰져 있으니, 얼른 조인하라’ 권유한다.

10년 전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고 의식있는 식물인간이 되신 이후, 어머니 간호에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 장애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어머니가 자신을 속박하던 몸에서 해방되고 생을 달리하게 된 후엔 어머니에 대한 일종의 부채의식도 작용한 듯하다. 대학 신입생 무렵 레코드 방 한 구석에서 기타를 배웠다. 사법시험 2차에 떨어지고 현역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2006년도의 여름, 서른이 넘은 나이에 부모님 계신 시골집에서 한 달 반을 놀았다. 그 어느 날, 어머니와 함께 당신이 좋아하시던 구창모의 ‘희나리’를 못 치는 기타를 튕기며 불렀었는데, 병원에 입원하신 이후로는 들려드릴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쓰러진 이후 기타를 좀 더 연습하게 되었으나, 휠체어를 밀어 병원 구석에 숨어들어가 한 번 정도 쳤던 듯하다.

이런 연유 등으로 인해 지난 4년 정도 장애인 시설에서 장애인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기도 하였다. 그런데 보니, 2층 방이 기타 강습소로 딱인 것이다. 같은 층의 댄스강습소와 헬스장의 시끄러움이 오히려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의 미술관 앞에서 비싸게 샀던 배트맨 담배 피는 그림도 걸어놓고 거울도 놓고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그곳에서 기타를 가르칠 수 있겠다 생각하니, 솔깃해진다. 기타 왕초보를 면하는데 20년 정도 걸린 초보이기에 적어도 효과적으로 왕초보를 면하는 방법은 누구보다 자신이 있는 것이다.

순간이다. 변호사로서 업무에 매진함과 아울러 영업도 필요하다. 두 아이를 키우는 외벌이 가장의 무게도 있다. 결정하였다. 번 돈으로 클래식 기타 하나를 사고 남은 돈은 전세담보대출을 조금이라도 갚아 보는 것으로. 상환의 흔적이 별로 남지 않는 건 문제다. 2층방에선 기타도 가르치고 공인중개사 로스쿨 등 준비하는 분들 법도 가르치기로 하였다. 그리고 시사프라임에는 이 글처럼 진솔하되 독자에게 보다 유익한 내용을 담으면서, 특히 인권감수성이 있는 금융전문 변호사로서 알고 경험한 것들을 쓰면서 소통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출발을 딛는 시사프라임에 제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고 독자 분들의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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