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영남 확보’ 실패… 사실상 패배

1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하는 이해찬 대표.  ⓒ민주당
1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하는 이해찬 대표. ⓒ민주당

[시사프라임 / 임재현 기자] 4.3보궐선거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부산경남(PK) 민심 이반이 확인되면서 국정 주도권 사수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경남 창원·성산과 통영·고성 2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 여당은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창원·성산에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 후보가 승리했고, 통영·고성에선 자유한국당 후보가 의석을 차지했다.

두 지역구 모두 원래의 정당에서 의석을 회복한 것으로 사실상 ‘본전치기’라 할 수 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당으로선 사실상 패배에 가깝다는 것이 중론이다. 

통영·고성에선 민주당 양문석 후보가 한국당 정점식 후보에게 20% 포인트 이상의 득표 차이로 지면서 영남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민주당은 통영·고성에서 지난 19대 총선의 2배 가까운 득표를 얻은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지만,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통영군수와 고성군수 선거에서 이겼던 만큼 아쉬움도 크다. 그만큼 이곳 민심이 문재인 정부에서 돌아서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뼈아픈 지점이다.

경남 창원·성산에서도 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 후보였던 여영국 후보가 승리하긴 했지만, 상대인 한국당 강기윤 후보에게 불과 500여표 차이에 불과한 진땀승이었다. 자칫 보선 2곳을 모두 한국당에 내줄 뻔한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기초의원 3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전부 패배한 것이다.

여당과 정부 대한 영남의 민심이 지난 지방선거 때와 같지 않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여당 내부적으로 ‘PK 불안론’이 제기될 소지가 생긴 상황이다. 

앞으로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이 정부여당에 대해 더욱 공세적인 태도로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잘못된 정책을 수정하라며 강경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보선에서 여당과 정의당의 단일 후보가 나왔던 경남 창원·성산 선거 결과 한국당 후보가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500여표 차이로 턱밑까지 추격했던 것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한국당은 보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진보의 성지라고 하는 창원성산에서 사상 유례 없는 여야 단일화까지 하고서도 초박빙의 결과가 나온 이유가 결국 무엇이겠나. 더 이상 이 정권의 독선과 오만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잘못된 정책을 당장 수정하라는 국민의 명령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또 “국민들께서는 이번 선거를 통해서 문재인 정권을 준엄하게 심판하셨다. 또 동시에 우리 자유한국당에게는 무거운 숙제를 주셨다”며 “모두 5곳에서 벌어진 이번 선거에서 집권여당이 단 한사람의 당선자도 내지 못한 것은 이 정권의 현 주소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한국당은 이번 보선에서 나타난 PK 민심 이반을 고리로 대여투쟁의 고삐를 더욱 바짝 조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정부여당과 야당은 인사청문, 선거제 개혁 등의 현안을 두고 대치를 벌이고 있다. 특히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둘러싼 대치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김연철 통일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가운데 한국당은 박 후보자와 김 후보자 사퇴는 물론 인사검증라인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분노로 가득 찬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관 임명을 강행한다면, 겁에 질려 외투로도 가리지 못한 대구 칠성시장에서의 기관총을 또 다시 국민에게 정조준하는 대국민 선전포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4월 3일 경남을 뒤흔든 국민의 비판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경청하고 진정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길이 무엇인지 곰곰이 곱씹어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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