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 시장 신뢰 잃은 게 결정타
3년 조건부도 결국 ‘꼼수’로 비쳐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 / 시사프라임DB]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 / 시사프라임DB]

[시사프라임 / 김용철 기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배수진도 결국 채권단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금호아시아나는 10일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했지만 채권단은 하루 만인 11 퇴짜를 놓았다. 자구안이 채권단에 흡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날 금호아시아나가 제출한 자구안의 핵심은 이렇다. 박삼구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13만3900주를 추가 담보로 제공하고 대신 5000억원 지원과 3년 안에 경영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에 협조하겠다는 게 골자다.

사재출현과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빠진데다 3년 안이라는 조건부를 단 것도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부정적 인식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지금껏 박 전 회장이 시장의 신뢰를 잃은 마당에 이번에 내놓은 자구안도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는 게 퇴짜를 놓은 주된 원인이다.

시장 일각에선 3년 조건부가 박 회장이 물러나고 아들인 박세창이 경영하겠다는 해석으로 비쳐지면서 결국 박 회장이 아들을 통한 ‘그림자 경영’을 하겠다는 의도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따라서 산업은행은 이날 채권단 회의 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금호아시아나 자구안에 퇴짜를 놓았다.

금호아시아는 이날 “채권단과 좀 더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라며 “자구계획안 재작성도 채권단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전 회장은 금호아시아나 회장직을 내려놓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나의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미 자구안으로 제출한 금호고속 지분은 산업은행이 이미 담보로 잡고 있다. 결국 실질적으로 내놓을 담보가 될 지분은 박 전회장의 부인과 딸이 보유하고 있는 4.8%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진정성에 의분부호가 붙을 만하다는 게 시장의 냉정한 평가다.

특히 채권단이 박 전 회장이 모든 것을 걸고 금호아시아나를 살려놓겠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채권단은 그룹의 경영 능력에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당장 5000억원을 지원한다 하더라도 3년 안에 추가 자금 지원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부정적 인식이 짙게 깔려있다.

결국 채권단이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서는 회사 정상화에 필요한 핵심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등 모든 방안을 총 동원해야 가능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장의 관측이다. 핵심자산은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 정도가 거론되는 데 특히, 아시아나IDT는 박 전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이 사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어 매각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박 전 회장측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전량을 매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회장측이 내놓을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빠른 시일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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