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에 적힌 처절한 절규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 70만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동반자살 세모녀 박모(60)씨와 두 딸의 시신이 발견된 송파구 송파대로변의 반지하 방.


반지하라 형광등을 켜야만 시야가 확보되는 방안에는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고, 벽지와 가전제품은 음식조리때 생기는 기름때 등이 빠지지 않았는지 누렇게 그을려 있었다.


이불 두 채를 깔기가 비좁은 방에는 박씨 모녀의 살림살이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고물상 두 명만이 동반자살 세모녀가 남긴 살림살이를 정리하며 분주하게 자루에 담아 끌어내고 있었다.

<정창곤 편집장 데스크칼럼>

동반자살한 세모녀의 반지하 방에서 부지런히 이들 가족의 유품들을 정리하던 고물상 임모(52)씨는 “세 모녀가 살던 집치고는 살림살이와 옷가지가 너무 적어서 정리하고 처리하는데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가전제품과 가구 등도 아주 오래된 물건이라 재활용이 안되기에 폐기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동반자살 세모녀의 집 대문 앞에 수북이 쌓여있는 박씨의 유품 사이로 빨간노트가 보여 펼쳐보니 이것은 세 모녀가 살아오며 기입한 생명의 노트였다.


빨간색 표지의 스프링 연습장은, 속지가 누렇게 바란 가계부였고 여기에는 2006년 2월부터 2010년 6월까지 박씨 모녀가 생활하며 작성한 수입과 지출의 흔적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다.


중요한(공과금 등) 지출내역에 줄까지 그어가며 적어 내려간 총 32장의 지면에는 10원 단위까지도 아껴야 했던 처절한 몸부림이 꼼꼼하게 적혀있었다.


“5월 월급 120만원 중 총지출 116만 2,288원 = 월세 38만원을 포함한 공과금, 통신비 등의 비용 54만7,348원 + 생활비 61만 4,880원”

가계부에 따르면 당시 박씨가 식당에서 벌어온 120여만원이 이들 세 모녀 수입의 전부였다. 월세, 공과금, 통신비 등 고정비용 55만 남짓을 제하면 60여만원의 생활비로 세 모녀가 함께 버텨온 것이다.

여기서 생활비에는 교통비와 부식비, 교육비 등이 포함되는데 이같은 사실을 볼 때 밥해 먹기조차 힘들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들 가계부에서 가장 두드러진 지출이 통신비인데 전기, 수도, 가스 등의 비용은 모두합쳐 평균 월 7만원인것을 감안하면 20만원 가량의 통신비는 엄청난 부담일 수 밖에 없다.

동반자살 세모녀의 경우를 궂이 따지지 않아도 모든 저소득층 가정에 있어서 통신비는 큰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이 정도쯤 되면 민영화가 국민들 살림살이에 도움이되거나 국가 발전에 힘이 된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노릇이다.

전국민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통신비 만큼은 세금많은 나라에서 눈물을 머금고 살아가는 국민들의 가계부담도 줄이고 신용불량자도 줄이는 만큼 전기세, 수도세 처럼 저렴하게 국가가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볼 문제다.

이들 동반자살 세모녀의 가게부에 적힌 '4월 공과금 7만 5210원, 5월 달 공과금 6만 9400원 등, 매달 공과금 액수를 비교해 가며 한정된 수입에서 살림을 알뜰하게 하기 위한 세 모녀의 절실함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가계부의 당근 1개 460원, 어묵 990원과 같은 10원 단위가 큰 돈 만지며 나라살림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돈이 아니기를 절실히 바래본다.



정창곤 선임기자 begabond5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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