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사퇴 놓고 ‘투톱’ 정면충돌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기자단)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기자단)

[시사프라임/임재현 기자]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손학규 대표의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정면충돌하면서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인사들이 오신환 원내대표 당선을 계기로 손 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손 대표가 퇴진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새 원내대표 선출 이후 처음으로 열린 최고회원회의는 손 대표의 사퇴를 둘러싸고 손 대표 측과 바른정당계가 정면충돌하면서 바른미래당의 갈등 상황을 그대로 노출했다. 

이날 충돌은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이 손 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다. 가장 먼저 오 원내대표가 칼을 뽑았다. 그는 손 대표의 모두발언 직후 자신의 발언 순서가 되자 손 대표를 향해 “당 전체가 불행한 사태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당의 큰 어른으로서 용단 내려주실 것을 마지막으로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손 대표가 전날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에 대해 패권주의로 규정하며 거부한 것에 대해 “대표가 원내대표 경선으로 확인된 의원들 총의를 패권주의로 매도한 것은 참으로 실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미 지난 5월 8일 화합하고 자강하고, 혁신하자고 약속하면서 민주평화당이든, 자유한국당이든 다른 당과 통합이나 연대는 없다고 못박았다. 그런데 누구 도대체 수구주의 패권주의냐”고 따기기도 했다.

그동안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던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도 손 대표를 비판하며 사퇴를 압박하는 데 가세했다.

하 최고위원은 “이번 원내대표 선출 의총은 오 원내대표가 (손학규) 대표 사퇴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사실상 손 대표 불신임 선거였다”며 “손 대표 탄핵을 의결한 선거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손 대표 체제로는 당의 화합, 자강, 개혁이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과 권 최고위원 역시 손 대표의 결단을 요구했다. 권 최고위원은 특히 회의장 뒤에 걸린 백드롭 문구인 ‘화합, 자강, 개혁’을 가리키면서 “자강이 무엇이냐”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들의 사퇴 요구가 계속되자 문병호 최고위원이 방어에 나섰다. 문 최고위원은 손 대표가 지명한 최고위원이다. 그는 “대표는 당원들이 뽑은 것이지 국회의원들이 뽑은 것이 아니다. 대표의 책임이나 거취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의견을 표명할 수는 있지만, 우격다짐으로 대표를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제동을 걸었다.

당사자인 손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앞으로 우리 당이 하나가 돼 국민들에게 제3의 길, 중도정당으로서 총선에 나가서 국회의원 후보들이 승리할 수 있는 길을 만들도록 하겠다”면서 사퇴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혔다.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사퇴하지 않고 어려움을 뚫고 나가겠다”며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 이를 통해 바른미래당을 살리고 총선 승리로 가겠다는 게 내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사퇴할 뜻이 없음을 천명했다.

손 대표의 사퇴 문제를 둘러싸고 바른정당계와 손 대표 측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이 불거지면서 원내대표 선거 이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던 바른미래당이 또다시 갈등의 수렁에 빠져드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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