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세 여성 오퍼레이터 혈액암 일반 근로자의 2.74배
클린룸안의 작업환경 중의 요인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 커

반도체 여성 근로자 역학조사 결과. [그래픽 / 박선진 기자]
반도체 여성 근로자 역학조사 결과. [그래픽 / 박선진 기자]

[시사프라임 / 박선진 기자]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들의 백혈병 발생 위험이 일반 근로자 대비 1.55배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망 위험은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4세 여성 오퍼레이터에서 혈액암의 발생 위험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은 22일 2009년부터 올해까지 지난 10년간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 노동자들의 암 발생 및 사망 위험비를 추적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안전보건공단은 2007년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들의 백혈병 발생에 따라 2008년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에 대한 역학조사 실시 했지만 관찰자료의 부족 등 당시 역학조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역학 조사를 벌여왔다. 

공단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 6개사 전·현직 근로자 약 20만 명을 대상으로 암 발생 및 사망 위험비를 분석한 결과다. 

이번 결과는 2008년 역학조사와 달리 반도체 제조업 근로자의 암 발생 및 사망 위험비를 일반 국민뿐 아니라 전체 근로자와도 비교했다.

반도체 여성 근로자의 백혈병 발생 위험은 일반국민의 1.19배, 전체 근로자의 1.55배에 달했다. 사망 위험은 일반국민의 1.71배, 전체 근로자의 2.3배로 나타났다. 

비호지킨림프종의 경우 발생 위험은 일반국민의 1.71배, 전체 근로자의 1.92배로 파악됐다. 사망 위험은 일반국민의 2.52배, 전체 근로자의 3.68배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단은 “혈액암 발생에 기여한 특정한 원인을 확인하지는 못하였으나 작업환경이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삼성전자

특히, 클린룸 작업자인 오퍼레이터, 엔지니어 등에서 혈액암 발생 또는 사망 위험비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이들 가운데 20-24세 여성 오퍼레이터에서 혈액암의 발생 위험비는 일반 근로자의 2.74배에 달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비호지킨림프종 역시 20-24세 여성 오퍼레이터에서 일반 근로자의 3.33배에 달했다. 

현재보다 유해물질 노출수준이 높았던 10년 이전 여성 입사자에서 혈액암 발생 위험비가 높았다.

국내 반도체 제조업에 대한 다른 연구들에서도 유사한 암의 증가, 여성의 생식 기계 건강영향이 보고된 점 등 을 고려한다면, 특정할 수는 없지만 클린룸안의 작업환경 중의 요인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 내렸다. 

2010년까지 입사자에서 비호지킨림프종은 총 94건, 백혈병은 총 76건이 발생했다. 2011년 이후 입사자의 발생은 백혈병 3명, 비호지킨림프종 2명에 불과했다. 

이에 공단은 “시기에 따른 공정자동화, 생산 제품, 취급원부자재 변화 등 작업환경의 영향이 변화했을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설립연도가 오래된 사업장들에서 더 높은 위험을 보였는데, 그 외 다른 사업장의 경우도 장기간 관찰할수록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혈액암 외 위암․유방암․신장암 및 일부 희귀암도 발생 위험비가 높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공단은 “반도체 근로자들이 일반국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암 검진을 받을 기회가 많아서 위암 등이 많이 발견된 것은 아닌지 검토해야 하고, 희귀암의 경우 사례가 부족하므로 추가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보고서는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 근로자의 건강과 작업환경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반도체 제조업의 건강영향에 대한 추가 연구를 실시할 것 등을 제안했다. 

공단은 전자산업 안전·보건센터를 설립해 위험 관리 체계를 운영할 계획이다.

박두용 공단 이사장은 “이번 반도체 역학조사 결과를 통해 국내 반도체 제조업의 암발생 위험을 관리하고, 능동적 예방정책 수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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