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수 칼럼니스트 
ⓒ최홍수 칼럼니스트 

남아메리카의 지상낙원인 갈라파고스 제도(Galapagos Island)는 에콰도르에 속한 19개의 크고 작은 섬을 말하며 정식 명칭은 ‘콜론 제도(Archipiélago de Colón)’이라 한다. 에콰도르 해안에서 서쪽으로 약 1,000km 떨어져 있어 비행기로도 약 2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육지에서 먼 거리에 위치하여 자연적으로 고립된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자연사 박물관’이라고도 하며,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이 섬들을 처음 발견 했을 때 큰 거북이들이 많이 살고 있었고, 에스파냐어로 ‘거북이’를 ‘갈라파고스’라고 하여 이 섬들을 ‘갈라파고스 제도’라고 하였다. 갈라파고스의 자연은 아름답지만, 갈라파고스라는 말은 전혀 아름답지 않은 ‘시대착오’라는 단어와 거의 동의어로 쓰인다.

 

1. 갈라파고스의 비극
갈라파고스 제도가 육지에서 고립되어 고유한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에 비유하여 생긴  ‘갈라파고스의 증후군(신드롬)’ 또는 ‘갈라파고스의 비극’은 ‘전 세계적으로 쓸 수 있는 제품인데도 자국 국내 시장만을 타겟으로 제품을 만들어 결국에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현상’을 말한다. 
갈라파고스의 비극은 일본 휴대전화 인터넷망 i-mode의 개발자인 게이오 대학 교수 나쓰노 다케시(夏野剛)가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전자제품들이 세계시장에서 단절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말로, 2007년 일본 정부(총무성)가 발표한 ‘일본 무선전화 시장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출현했다. 

일본 정보통신산업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모바일인터넷, 모바일TV 등을 상용화했으며, 휴대전화 기술은 1999년 이메일, 2000년 카메라 휴대전화, 2001년 3세대 네트워크, 2002년 음악파일 다운로드, 2004년 전자결제, 2005년 디지털TV 등 매년 앞선 기술을 선보였다. 일본 내 3세대 휴대전화 사용자가 2009년에는 미국의 2배 수준인 1억 명에 이를 정도였다. 그러나 커다란 내수시장에 만족하고 안주해온 일본은 글로벌화를 소홀히 하여 핸드폰과 디지털TV 등 일부 정보통신제품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져 우리나라에 추월당했다. 
겉으로는 자유무역을 내세우면서도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는 글로벌  공정무역과 국제분업 등 글로벌 경제질서를 무시하여 갈라파고스의 비극을 재현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도 ‘갈라파고스 비극’을 교훈으로 삼아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일본 수출제한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경제체질을 바꾸고 파괴적 혁신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할 것이다.

 

2. 갈라파고스의 비극 재현
혹자는 임진왜란은 1차 정한론이고 일제강점기는 2차 정한론이며, 1997년 외환위기 때에 일본계 금융사들이 우리나라 금융기관에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킨 바 있는 것처럼 3차 정한론은 일본 아베 총리가 총칼 등의 무력이 아니라 금융을 포함한 경제보복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에 불안을 조성하여 갈등을 조장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라 한다. 즉, 혹자는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는 경제보복을 통한 ‘경제정한론(經濟征韓論: 한국을 경제로 타격하여 정벌하자는 주장)’으로 해석하면서, 아베 총리는 자국(일본)의 무기력과 불만을 외부로 돌리고,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면피하기 위해 정치에 경제를 끌어들인 무리수를 두었다"고 주장한다.

자유무역을 내세우며 수출규제 조치를 실행하는 겉과 속이 다르고 경제에 정치적 논리로 압박하는, 일본의 우방국 한국에 대한 태도는 국제적인 비판에 직면하고 국제적인 고립을 초래하여 갈라파고스의 비극을 재현하게 된다. 또한 소재부족으로 메모리반도체 생산이 줄어들면 반도체 가격이 급상승하여 글로벌 시장교란이 일어나고, 일본 소재기업의 매출감소는 부메랑(Boomerang)으로 일본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생겨 애플이나 글로벌 기업들의 완제품 생산에도 단절이 일어나 반도체 공급중단의 비극이 초래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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