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대전, 긍정 평가하는 호남
조국 대전, 긍정 평가하는 호남
  • 한상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9.24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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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일본의 경제침략 대응 등 해야 할 일은 산적해, 국민 모두가 똘똘 뭉쳐도 극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수사가 한 달째 이어지면서 여론은 갈리고, 이른바 ‘조국 대전(?)’의 태풍이 불고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논란은 주류인 586 운동권 정치인들의 내로남불과 불공정 문제로 번진 상태다. 이는 상류층의 특권과 불공정 그리고 무능한 정치가 발단이나, 검찰 역시 성찰할 게 많다. 이번 수사를 통해 피의사실 공표나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을 씻을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오래전 법무장관 하마평이 나오던 초기부터 조국 당시 청와대민정수석은 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여러 정황에 비춰보면 그를 장관으로 기용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은 문 대통령이 정치에 참여하기로 결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동기가 됐다. 

조 장관 역시 학자 시절부터 시민단체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등 오랫동안 검찰개혁에 몸바쳐왔다.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 임명 때부터 ‘검찰개혁’ 실현을 위한 자신의 대리인으로 그를 꼽았던 것 같다. 그가 장관직을 고사하지 못한 데는 그런 사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여론은 그가 장관직을 고수하는 데 비판적이다. 청와대는 “일희일비 않는다”지만 총선을 치러야 하는 여당 내 기류는 조금 결이 다르다. 정당 지지도가 다시 곤두박질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그를 둘러싼 논란 사안들은 사실 과거의 ‘사퇴’ 기준을 이미 넘어섰다. 그를 지키자는 지지층이나 문 대통령의 뜻은 ‘검찰개혁’ 명분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그가 거취를 판단하는 기준 역시 개혁 추진의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될 것이다.

지난 9월 9일 조국(54) 법무부장관 임명 강행으로 일단락되길 바랐는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취임 후 40%대까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정부 불신은 점증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지지도가 하락세인 가운데 호남지역만 유일하게 문 대통령 지지도가 70%에 육박할 정도로, 호남 지역에서만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앞섰다. 

5·18을 겪으면서 호남은 보수 언론이 떠드는 것을 믿지 않고, 독자적인 견해를 형성하는 역사적 경험과 훈련을 해 왔다. 호남 유권자들은 대단히 합리적이고 정당 선택 등에 있어서도 굉장히 냉정하게 판단한다.

의향(義鄕) 호남인들은 과거 김대중을 ,빨갱이,로 몰았던 수구언론의 파렴치함과, 5.18 당시와 이후 전두환 정권에 의한 ,북한 소행 조작, 등을 그대로 보도한 언론의 폐해를 오랜 기간 경험했기 때문일 것으로, 크게 4가지로 본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이 필요하다.(효용성)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사법개혁’을 성공하지 못한 것을 반성 삼아 문재인 정부에서는 반드시 사법개혁을 완수해 주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다. 문 대통령이 좋아서 지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문 대통령이 필요해서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조국 장관의 여러 흠결이 있더라도 사법개혁을 위해 필요로 하는, 즉 ‘효용성’ 측면에서 많은 호남인들이 보다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촛불혁명으로 탄생시킨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민심이 그 어느 지역보다 크며, 집권여당인 민주당을 지지함으로써 ‘호남발전 견인에 박차를 가해달라’는 주문이 포함된다. 조국 사태로 호남이 또다시 고립되는 현상을 우려하면서도,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시킨 문 대통령을 살리기 위해서는 조국 장관이 필요하다.

정당은 국민 다수가 지향하는 바를 수렴해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는 정치 결사체다. 자유한국당은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비전과 가치를 보여준 적이 없다. 더 중요한 건 인물이다. 법과 제도를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국정 농단을 주도했던 인물, 부패하고 무능한 구시대 인물, 박근혜에게 충성한 대가로 금배지를 딴 영남권 의원들로 가득하다.

둘째, 5.18 경험과 훈련이다.(상식)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서 생후 3일 만에 아버지를 잃은 유족에게 달려가 안아 준 적이 있다. 호남에 한국당은 ‘5·18을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주장하는 세력이고, 문 대통령은 자신들을 보듬어 주는 사람이다. 한국당이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을 공격하는데, 한국당 좋은 일 시켜주기는 어렵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궤멸까지 거론됐던 ‘한국당이 지금 달라졌다고 느끼지 않는다.’ 국정 농단으로 심판받은 세력인데도 진솔한 반성과 사죄는 일절 없었다. 오만하고 무능하며 뻔뻔하고 몰염치하다. 조국의 불공정에 실망한 젊은 세대와 중도층에게도 한국당은 여전히 ‘기득권 정당’ ‘부패 정당’으로 인식되고 있다. 

야권 정치인들이 릴레이 삭발까지 해가며 대통령 사과ㆍ조 장관 퇴진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국민 57%가 ‘공감하지 않는다’(22일 한국리서치 여론조사)고 답했다. 언론도 이제 언론의 일을 해야 한다. 경마중계식 보도, 단독 경쟁에서 벗어나 ‘공정과 정의’를 해치는 일을 감시하고, 이를 실천할 대안을 제시해야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야당의 합리적 비판과 생산적 대안 제시는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 전원이 삭발을 하면 진정성이 통할까. 구태 정치인들을 모아 ‘세를 불린다’고 국민 마음이 돌아설 리도 없다. 정치란 한 시대를 책임지고 꾸려가는 것이다.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고 그에 걸맞은 참신한 인물들을 배치하는 게 관건이다. 다른 우파보다 세력이 크니 ‘한국당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보수 통합론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셋째, 문재인 대통령 지지한다. 

인사 청문과정에서 나타난 의혹들과 괴리감 등 조국 장관에 대한 ‘실망감’은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의혹’ 수준인 상황에서 무턱대고 비난만 하는 것도 맞지 않고, 문재인 정부를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

현 정부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아직 새로운 지지 세력을 찾지 못한 호남인들이 여전히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한다. ‘조국 사태’를 자유한국당과의 대결로 인식하기 때문에 반감으로도 해석된다. 현재는 ‘문재인 정부를 대체할 세력이 없다’고 판단돼 위기감에서 지지율이 높고, 새로운 대안이 만들어진다면 호남 역시 다른 지역과 비슷해질 수도 있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과 양극화의 복합위기에 빠진 것은 사실이다. 경제성장률은 노무현 정부 4%대, 이명박 정부 3%대, 박근혜 정부 이후 2%대로 계속 하락 추세에 있다. 소득 불평등은 외환위기 이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오랜 세월 이어져온 재벌 위주의 성장정책과 소극적 분배정책 탓이 크다. 

넷째, 의혹일 뿐, 검찰 수사결과를 보자. 

조국 장관도 스스로 주장과 행동이 맞지 않는 ‘언행 불일치’ 부분 때문에 국민들이 실망하고 분노한 것이며,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가 크다. 

지난 5월 18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우리 사람 되기 힘들어도 괴물이 되진 말자”라는 영화 속 대사를 인용해 ‘5·18 망언’을 한 정치인 등을 비판했다. 이 대사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에 나온다. 조 수석은 이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후 페이스북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조 수석은 “5·18은 현행 1987년 헌법의 뿌리다. 우리 모두는 5·18의 자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5.18 폄훼 망발(妄發)을 일삼는 자들, 그리고 정략적 목적과 이익을 위하여 그런 악행을 부추기거나 방조하며 이용하는 자들에게 이하 말을 보낸다”며 해당 대사를 인용했다. 

시시비비는 최종적으로 법정에서 가릴 일이지만, ‘입시 제도가 그렇게 돼 있는데 안 그러는 부모가 있느냐’며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 장관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당과 언론이 달려들어 ‘탈탈 털어 먼지가 난 경우’라는 것이다. 

특히 언론은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거른 채 검찰이 흘리는 조각정보를 짜 맞추어 퍼뜨리는 데 몰두했다. 검찰과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에서 피의사실 공표와 언론보도 정당성을 구한다. 하지만 설익고 확인되지 않은 흠집 내기 추측성 기사로 도대체 진실이 무언지 알 길이 없다. 

조선일보는 오늘 “집 압수수색 당한 법무장관, 靑은 침묵, 정말 나라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현직 법무장관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 것은 물론 기소돼 재판까지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상 국가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가 비정상 국가라는 말이다. 한 달 넘게 1면 머리기사를 ‘조국’으로 채우고 있는 조선일보 지면도 정상은 아니다. 

정확성이 떨어지는 신속성만으로는 알권리가 충족될 리 없으며, 이번 기회에 피의사실 공표 허용 여부와 허용 기준 및 절차를 법제화해야 한다.

조국 장관 일가의 혐의 내용과 별개로 지금까지 수사 과정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 국회 청문회 일정이 합의된 직후 압수수색에 들어감으로써 대통령의 임명권에 대한 도전으로 비치게 한 ‘윤석열 검찰’이다. 임명권자에게 ‘조국 법무장관 부적격’이라고 간언한 검찰총장으로선 이제 그걸 입증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몰렸다. 

특수부 검사를 20여명이나 투입했으나, ‘권력형 비리’라고 할 만한 이른바 ‘스모킹 건’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대학 표창장 위조 방법까지 시시콜콜 국민에게 알려야 할까. ‘기생충 수법’ 흘리기는 특히 유감스럽다. 일부 기사는 ‘검찰 내부’발이다. ‘논두렁 시계’ 못잖은 모욕주기다. 일각에선 ‘그런 방식의 위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어 사실관계조차 맞는지 의문이다.

검사에게 공익의 대표자로서 ‘객관 의무’를 지우는 것은 표적수사, 먼지 털기 수사가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최우선 가치로 삼으라는 취지다. 윤 총장이 취임사에서 ‘수사의 개시·종결도 헌법 정신에 비춰 고민하고, 비례와 균형을 찾자’고 한 것도 이런 뜻일 것이다. 이번 수사도 ‘권력형 비리’나 ‘권력자 비리’에 초점을 맞춰야 정당성을 갖는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지난 4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올린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방안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및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이 국회 상정되어 있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을 최장 270일간 상임위에 계류한 뒤 본회의에 부의하도록 한 것은, 이견을 가진 정당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끝까지 최선의 법안을 만들려는 노력을 다하라는 뜻이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사립학교법, 유아교육법, 학교급식법 개정안 등 ‘유치원 3법’이 270일의 교육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계류 기간 동안 단 한차례 논의도 없이 24일 국회 본회의로 넘어간다. 첫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오른 ‘사회적 참사법’에 이어 두 번 째 안건인 ‘유치원 3법’마저 숙려 기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자유한국당이 퇴장한 가운데 바른미래당안을 중재안으로 해서 신속처리안건에 올랐으나, 자유한국당의 반발로 교육위는 180일의 계류 기간 동안 단 한 차례도 법안을 심사하지 않았다. 6월 25일 법사위로 법안이 자동 회부됐지만, 법사위도 기본 소임인 자구 심사조차 포기한 채 23일로 90일의 계류 기간을 다 채웠다. ‘유치원 3법’이 24일 국회 본회의로 부의되면, 60일 안에 상정돼 표결해야 한다.

내년 총선은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가 될 것이다. 대개 총선은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에 불리하기 마련이다. 야당은 정권을 견제하는 입장이라 국정 비판만 해도 기본 점수는 먹고 들어간다. 

총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공천 개혁’이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외환위기 이후 지속돼 온 저성장과 양극화의 흐름을 끊고 한 단계 도약하려면 진영 대결에 함몰된 여야 주류 세력을 물갈이하는 게 필수적이다.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 영입 여부가 내년 총선에서 여야의 명운을 가를 것이다.

20여년 기득권 세력으로 안주하며 퇴행적 정치 문화를 조장해 온 일부 586을 물갈이하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 운영과 정권 재창출이 쉽지 않으리라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국정 운영을 위해서도 인적 쇄신을 통한 세대교체는 필수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역 의원 40여명을 물갈이하는 대규모 인적 쇄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출마를 선언한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해찬 대표, 친문 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 15명 안팎의 불출마 명단도 나돌고 있다. 민주당은 26일 국회의원 최종 평가방법 설명회를 연 뒤 11월 4일부터 다면 평가를 실시해 ‘하위 20%’를 가려내기로 했다. 중진 의원들의 대폭 물갈이로 세대교체를 이루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도 19일 총선 공천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당무감사위원 9명 전원을 새로 임명하고 10월부터 당협 평가를 진행한다. 당무감사위는 소속 국회의원 및 원외 당협위원장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공천 평가기준을 제시하는 기구다. 황교안 대표도 혁신 공천을 통한 인적 쇄신을 강조했다. 황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선에서 이기는 혁신 공천을 위해 유능한 소상공인 등 새 인물을 모셔오기 위한 영입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도 세대교체와 혁신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당은 보수 진영의 기득권에 안주하며 늙은 정치, 갈등의 정치, 지역주의 정치를 조장해 온 주범이다. 탄핵 사태 이후 수없이 ‘혁신’을 외쳤지만 국정 농단 세력인 친박계가 여전히 당의 주류로 굳건해, 조국 임명에 실망한 민심이 한국당으로 가지 않는 다. 

검찰이 23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집과 자녀들이 지원한 대학 아주대·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과 연세대 대학원, 이화여대 입학처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총장과 검사를 지휘·감독하는 현직 법무부장관의 집을 검찰이 압수수색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1999년 5월 김태정 당시 법무부장관이 부인 연정희씨의 옷 로비 의혹에 연루돼 취임 15일 만에 물러난 사례가 있었지만, 김 전 장관에 대한 직접적인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검찰 수사팀은 오전 8시 30분부터 아파트 주차장에 미리 승합차를 세워둔 채 대기했다. 오전 8시 37분 조 장관이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자, 검사와 수사관 등 3명은 9시 정각에 조 장관의 집을 찾았다. 9시 15분쯤 수사팀 3명, 오후 4시쯤 1명이 충원되는 등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에는 총 7명이 동원됐다.

수사팀이 압수수색을 개시한 당시, 자택에는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자녀들이 있었다고 한다. 조 장관 가족은 검찰이 하드디스크와 관련 문건 등을 확보하는 모습을 지켜본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총 2박스 분량 자료를 압수한 수사팀은 그가 자택으로 귀가하기 전인 오후 7시 55분쯤 철수했다.

23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퇴근하던 조국 법무부장관은 “강제수사를 경험한 국민들의 심정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밝혔다. 이어 “저와 제 가족에게는 힘든 시간이지만,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검찰개혁과 법무부 혁신 등 법무부장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조 장관은 자신에 대한 언론 보도에도 법적조치를 거론하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조 장관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관련 서류를 제가 만들었다는 보도는 정말 악의적”이라며 “공인으로서 여러 과장보도를 감수해왔지만, 이것은 정말 참기가 어려워 법적 조치 취할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청문회 등에서 여러 번 말씀 드렸지만, 저희 아이는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을 했고, 센터로부터 증명서를 발급받았다”고 강조했다. 당시 공익인권법센터장이었던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이 검찰 조사에서 ‘증명서를 발급해준 적이 없다’고 했다는데 대해서도 “검찰에서 확인해보라”며 “분명 발급받은 게 맞다”고 반박했다.

수사는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에게 제기된 혐의 입증에 모아지고 있다. 조 장관의 관여 여부도 주요 규명 대상이다. 조 장관 집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로 보인다.

정 교수는 자녀의 대학·대학원 입학 및 사모펀드 투자·운영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고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조 장관이 그런 사실을 사전에 알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도움을 줬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다. 검찰은 조 장관 딸에 이어 아들의 부정입학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수사는 막바지에 이른 모양새다.

사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의혹 중 일부는 검찰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 적지 않았다. 피의사실 공표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정 교수에 대한 무리한 기소와 일부 간부의 내부통신망을 통한 개혁 불만 표출 등 수사 의도를 의심케 하는 행위도 잦았다. 4차례에 걸쳐 30여 곳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함으로써 과잉수사 지적을 자초했다.

검찰이 현재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조 장관 부인과 아들·딸 명의로 투자한 사모펀드를 둘러싼 횡령 또는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 대학 인턴활동 증명서나 표창장 발급 과정에서의 사문서 위조 또는 업무방해 혐의, 개인용 컴퓨터(PC) 자료에 대한 증거인멸 여부 등으로 요약된다. 이번 압수수색은 이런 혐의들을 두루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를 통해 여러 의혹이 규명되고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기를 바란다.

검찰은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실소유주가 조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라는 전제 아래, 5촌 조카 조아무개씨의 아내나 정 교수 동생 명의 주식도 모두 차명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정 교수는 조씨 횡령 혐의의 공범이고 재산을 허위 신고했으니 공직자윤리법 위반에도 해당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언론 매체는 코링크 설립 주체가 ‘익성’이란 기업이고, 사건이 터지기 전에 이미 조씨가 대여금을 상환하는 등 정상적인 금전 거래의 근거가 남아 있으니 차명일 수 없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정 교수가 펀드 투자회사 더블유에프엠(WFM) 회의에 참석하고, 동생 집에서 그 회사의 실물주권이 발견되는 등 석연찮은 대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사실이라 해도 정 교수를 법적인 운용자로 보고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 부정적 견해가 적지 않다.

정경심 교수는 ‘블라인드 펀드’라는 애초 해명은 상당히 흔들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의 잇따르는 의혹들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검찰 역시 더 이상 피의사실 공표 논란 등이 벌어지지 않도록 ‘권력형 비리’에 집중해 그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주력해주기 바란다.

조 장관이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사모펀드 개입을 알고 있었는지, 딸과 단국대 의대 장영표 교수 아들의 서울대 인턴 증명서 발급에 관여했는지, 이런 불법 행위 증거인멸에 가담했는지 등이 쟁점이다. 검찰은 지난달 대대적인 압수수색 직후 정 교수가 증권사 직원을 시켜 집에 있는 PC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했고, 조 장관이 “아내를 도와줘 고맙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조 장관 가족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 집행 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다려달라는 (조 장관) 가족의 요청이 있어 변호인들이 참여할 때까지 압수수색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입회한 변호사가 꼼꼼하게 압수수색 대상 범위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면서, 검찰은 두 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영장을 추가로 발부받아 집행하느라 시간이 길어졌다는 설명이다.

세간의 이목이 쏠린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이었던 만큼 현장에는 취재진, 주민, 유튜버 등이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한 주민이 금고를 열기 위한 기술자가 조 장관 집에 들어갔다는 말을 하면서 '조 장관 가족이 금고를 열어주지 않아 압수수색이 길어지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사실무근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이 방미순방을 떠나고 난 뒤에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도 계획적이었고, 압수수색은 9시부터인데 사전에 기자들은 대기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8시 48분에 송고된 기사까지 있었다. 사전에 압수수색 관련한 정확한 내용이 언론에 전해 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일반 가정집을 두세 시간이면 어지간한 포장이사 짐도 뺄 수 있는데, 하루 종일 압수수색 하면서 짜장면까지 시켜 먹고 일몰 후 심야까지 압수수색이 이어지는 것은 조국 장관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라는 쪽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조국 대전의 1차 전투는 청문회와 법무부장관 임명을 통해 승리했다. 그리고 그 청문회 이후 나경원 아들의 논문문제와 국적문제가 대두되고, 장제원 아들의 음주운전 여파 등으로 자유한국당의 투쟁의 동력은 상당부분 상실 되었다.삭발 릴레이가 뉴스거리인데 이는 산발적 전투에도 해당되지 않는 가십거리에 불과하다.

조국 대전의 2차 전투는 자유한국당이 아닌 검찰이 주요 플레이어인데, 오늘의 압수수색을 통해 검찰이 동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수단은 동원된 것으로 보여 진다. 만약에 오늘 결정적 증거, 하다못해 별건내용이라도 나오지 않는다면 검찰의 공세는 더 이상 이어지기 힘들 것이라 생각된다.

조국 장관은 설령 가족들이 추가 기소가 되더라도 본인이 할 일을 정확하게 해 나갈 것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흔들리지 않고 힘을 실어줄 것이다. 이번 주를 기점으로 검찰의 마지막 공격이 이어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일 없이 지나간다면 다음 주부터는 드디어 조국 대전이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되는 시기가 올 것이다.

검찰 역시 ‘성찰할 게 많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번 수사를 통해 피의사실 공표나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을 씻을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검찰개혁’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여론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여권 성향 단체 소속 수천 명은 최근 대검찰청 앞에서 “정치 검찰을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지난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 촛불시위에 3만 명이 정도의 시민들이 모인 것만도 헌정사에 검찰청 앞에서 펼친 최대 규모의 시위라고 하는데, 이번 주말에는 그 기록을 갱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3일 자택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조 장관 본인의 혐의를 밝혀내 기소로 연결하는 게 검찰의 최종 목표다. 이번 압수수색은 검찰이 의혹 관련자들의 사법처리 마지막 단계에 돌입하면서 조 장관의 연루 의혹을 밝히기 위한 작업이라는 평가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우선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조 장관의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 공직자윤리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다. 우선 조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설립과 운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면 투자자가 운용사 업무에 개입하는 것을 금지한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이로써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내로 재산 공개대상자였던 정 교수가 직접투자에 개입한 것이라면 공직자윤리법도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 

그러나 검찰이 이러한 정황을 근거로 조 장관에게 자본시장법ㆍ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면 ‘아내의 투자를 조 장관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이 밖에도 검찰은 최근 조 장관 일가가 운영한 웅동학원의 돈 일부가 사모펀드 투자사에 흘러간 정황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 교수가 자산관리인으로 일한 증권사 직원 김모씨의 하드디스크 교체 등 증거인멸을 지시했어도, ‘조 장관이 이를 알고 있었다면 증거인멸 교사의 공범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검찰 소환 조사에서 정 교수 요청으로 자택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환했고, 그 과정에서 조 장관을 만나 '처를 도와줘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아직까지 조 장관의 구체적인 지시와 연루 내용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어, 검찰은 정 교수를 불러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조 장관은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활동 증명서 허위발급 의혹도 받고 있다. 조 장관의 딸(28)과 아들(23)은 각각 2009년과 2013년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활동을 하고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조 장관 딸의 친구인 장모(28)씨도 인턴 증명서를 받았는데, 장씨는 검찰조사에서 '특강 한번 나가고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를 통해 제출받은 조 장관 자택 PC에서 인턴활동 증명서 초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부실한 인턴활동을 한 조 장관의 자녀에게 인턴증명서를 셀프 발급해준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조 장관 의혹을 혐의로까지 발전시킨다면 공문서 위조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이날 조 장관 아들(23)이 지원한 충북대ㆍ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연세대 대학원을 압수수색하면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증명서 위조 의혹에 대한 증거물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조 장관과 당시 센터장이던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검찰의 첫 압수수색이 8월 27일이었음 감안하면 조 장관의 자택에 의미 있는 증거가 보존돼 있을 가능성이 적은데도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한 것은 검찰 수사가 정점에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신호다. 검찰이 가족을 넘어 조 장관 본인을 직접 겨냥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이 조 장관에게 법적 책임을 직접 물을 만한 혐의를 밝혀낼 경우 ‘정치 영역에 개입하는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 여론을 딛고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반대라면 검찰은 검찰개혁에 저항하려는 계산으로 조 장관 일가에 칼을 들이댔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결국 검찰 수사를 통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아닌지를 신속히 명명백백하게 규명해야 한다. 조 장관이 책임질 부분이 어느 대목이고, 어느 정도인지를 검찰은 국민 앞에 밝혀야 할 책무가 있다. 조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모적인 논란과 혼란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숱한 반대에도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조 장관) 본인의 위법행위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말한 대로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가면 된다”는 기조를 지켜야 한다. 검찰로서도 수사가 잘못됐을 경우의 역풍을 모를 리 없다.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법과 원칙에 따른 검찰의 ‘정도 수사’를 지켜보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다.

문제는 조 장관 임명 이후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심상찮은 민심 이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 긍정평가는 40%, 부정평가는 53%로 나타났다. 2017년 5·9 대선 때 얻은 득표율 41.1%를 밑돈 것이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조 장관에 대한 가짜뉴스를 처벌해 달라는 청원의 참여 인원이 21만 명을 넘어섰다. 민주당은 특위를 구성해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가짜뉴스를 접수하고 구체적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0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하는 것은 그대로 놔둬선 안 될 지경”이라며 “불법 정보, 허위 정보의 유통으로 여론이 왜곡되고 공론의 장이 파괴되는 현상은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조 장관 집 압수 수색에 대해 "입장이 없다"고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대규모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현재까지 확실하게 진실로 밝혀진 것은 별로 없는 듯하다”며 “한 달 동안 하면서 확실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수사가 상당히 난항을 겪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검찰 개혁 간부회의를 주재하고 "강제 수사를 경험한 국민 심정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며 밝혔다. 민주당 대표는 "수사가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냐"고 비꼬고, 여당 의원은 "(조국 사태로) 지지율이 5~7% 빠졌지만 야당이 자력으로 총선에서 이길 수준은 아니다"라고 했다. 조희연 서울 교육감은 "(조 장관이) 100% 완전한 존재로 장관직을 수행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진보 논객으로 꼽히는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23일 언론과 통화에서 정의당에 최근 탈당계를 냈지만 정의당 측이 탈당을 만류 중이라고 밝혔다. 진 교수는 ‘정의당이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의 임명에 찬성한 것에 실망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를 둘러싼 의혹이 날로 확산되면서 조 장관을 데스노트에 올리지 않은 정의당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심상정 대표는 며칠 전 전국위원회에서 “사회특권과 차별에 좌절하고 상처받은 청년, 당의 일관성 결여를 지적하는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했다. 당 지지층 일부에서 “정의당이 정의를 버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당 지지율도 하락세를 거듭하자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이다.

앞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정의당은 사법개혁의 대의 차원에서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할 것"이라며 조 장관에 대한 임명에 찬성했다. 이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자 심 대표는 "정의당 결정이 국민적 기대에 못 미쳤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조 장관 임명에 대한 찬성은 불가피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의당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조 장관 임명에 비판적이었지만 큰 폭의 의석 수 증가가 기대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정개특위 처리 이후 ‘임명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 기간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정의당 지지율은 9%(8월 30일)에서 7%(9월 20일)로 하락했다. 

보수·중도 성향의 다른 야당이 후보자 낙마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진보 성향의 정의당까지 같은 목소리를 내면 여당은 고립무원의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여권이 버틸수록 ‘오만한 정치’라는 부정적 이미지만 남길 뿐이다. 

‘데스노트(Death Note)’는 원래 일본에서 2003년 연재가 시작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잡지 만화다. 고교생이 우연히 노트를 하나 줍고, 거기에 이름을 쓰면 그 사람이 죽는다는 게 모티브다. 

정의당의 데스노트는 2017년 8월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지명될 무렵부터 회자되기 시작했다. 앞서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반대한 강경화·송영무·김상조 후보자 등은 그대로 임명된 반면 정의당까지 반대한 안경환·조대엽 후보자는 자진 사퇴했다. 박기영 후보자에 이어 2018년 4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14일 만에 낙마하며 정의당의 데스노트는 정점을 찍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정부 주관으로 열리는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5.18의 진실은 보수·진보로 나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내년이면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이지만, 저는 올해 기념식에 꼭 참석하고 싶었다. 광주 시민들께 너무나 미안하고 너무나 부끄러웠고, 국민들께 호소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순간, 문 대통령의 목이 메였다. 문 대통령이 눈물을 깊게 삼키던 약 5초간 연설이 중단되기도 했다.  

또 문 대통령은 "80년 5월 광주가 피 흘리고 죽어갈 때 광주와 함께하지 못했던 것이 그 시대를 살았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정말 미안하다"며 "그때 공권력이 광주에서 자행한 야만적인 폭력과 학살에 대하여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대표하여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며 개인적으로는 헌법 전문에 5.18정신을 담겠다고 한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송구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1988년 노태우 정부 시절 광주사태로 불리던 5.18이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공식 규정됐고, 김영상 정부는 1995년 특별법 시행에 이어 1997년 5.18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하는 등 이미 20년도 전에 5.18의 의미와 역사적 성격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다. 또 대법원이 신군부의 12.12 쿠데타와 5.18 민주화 운동 진압 과정을 군사 반란과 내란죄로 판결하는 등 법률적 정리까지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 중에서 5.18관련하여 처리된 게 어떻고, 아직 미진사항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도 궁금하다.

내년(2020년)이면 5ㆍ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이다. 광주폭동 → 광주사태 → 광주항쟁 →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정명(正名)은 찾게 되었으나, 40년 세월이 지나는 동안에도 "누가? 왜? 어떻게?"는 여전히 의문부호로 남는다.

역사상의 큰 사건, 사태는 대체로 진상규명 → 책임자처벌 → 보상(배상) → 바른 기록의 과정을 거쳐 마무리되는 것이 상례인데, 유독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은 첫 단계인 진상규명부터 벽에 부딪쳐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가해세력의 존재 때문이다. 광주학살의 원흉은 여전히 왕년의 부하(공범)들과 어울려 골프를 치고 자서전을 쓰고, 그가 만들었던 정당의 후예들은 광주에 대한 망언을 일삼고 민주화의 발목을 잡는다.

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따르면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 자격을 완화하는 내용의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5개월째 계류 중이다. 국가 차원에서 5·18민주화운동 진실을 밝히기 위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출범도 못한 채 법 시행 1년을 맞는다. 위원회 출범이 늦어지면서 피해자들이 ‘진상규명’을 신청할 수 있는 기한도 이번 주 종료된다. 5·18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한 번도 적용하지 못한 법을 다시 뜯어고쳐야 한다.
 
지난해 3월 제정돼 9월 14일 시행된 이 법은 진상규명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최장 3년 동안 5·18 당시 국가권력의 인권유린과 폭력·학살·암매장 사건 등에 대해 조사하게 돼 있다. 9명의 조사위원은 국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5·18 왜곡과 폄훼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이 꼭 필요한 만큼 빨리 위원회를 출범시켜야 한다.

지난 1월에야 국회가 9명의 위원을 뒤늦게 추천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3성 장군 출신의 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과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가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임명을 거부했다. 

한국당은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협의를 거쳐 지난 4월 ‘군인으로 20년 이상 복무한 사람’을 위원 자격 중 하나로 추가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냈다. 개정안은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5개월째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위원회가 출범하지 못하면서 5·18 피해자들의 진상규명 신청 기한도 종료되었다. 현행법은 “피해자와 가족은 법 시행 1년 이내에 위원회에 진상규명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해 13일이면 신청 기한이 끝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청 기한을 ‘위원회가 그 구성을 마친 날부터 1년 이내’로 하는 또 다른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국회는 2018년 9월 국가차원에서 5ㆍ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5ㆍ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구성의 결의안을 채택하고 관련 입법도 마련했지만, 자유한국당 소속의원들의 잇단 5ㆍ18망언과 국회가 추천하는 조사위원으로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인물을 추천하는 등 제동을 걸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며 5ㆍ18유공자라는 괴물을 만들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망언을 하고, 같은 당 이종명 의원은 "5ㆍ18은 폭동"이라는 망언을 내뱉었지만 당은 솜방망이 징계로 일관했다. 제1야당의 이 같은 분위기에서 극우논객 지만원씨가 '5ㆍ18북한군 개입설'을 꾸준히 떠들게 되었다.

국회 앞 5.18 농성장이 오늘로 226일 째인데,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등 3인 망언 규탄에 따른 국회의원 제명 처리와 상습범 지만원 구속 수사 그리고 전두환 내란목적살인 처벌 요구 등 관철코자 노력중이다.

그동안 정부차원의 5ㆍ18 진상조사가 없지는 않았다. 1988년 국회청문회, 1995년 검찰 수사와 1997년의 재판,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활동이 그것이다. 하지만 발포명령자, 민간인 희생자 숫자, 행불자, 암매장 장소, 헬기총격 실태, 미국의 역할 등 핵심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국회가 뒤늦게나마 5ㆍ18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는데 아직 출범도 하지 못한 것이다.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중앙회 회장 한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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