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다운 나라' 이루자 2
'나라다운 나라' 이루자 2
  • 한상석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0.0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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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곳곳에 산재한 ‘일제잔재’를 청산하고, 민족 자주성을 회복하여 우리나라 근본을 바로 세워, ‘나라다운 나라’ 이루어야 한다.

지난 28일(토) 저녁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일대 도로에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전국에서 모여든 집회 참가자들의 요구 사항은 ‘검찰 개혁’이었는데, 예정했던 행진도 사람이 너무 많아 취소했다.

참가자의 규모와 다양성은 박근혜 전 대통령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가 촉발했던, 2016년 말 ‘촛불 집회’를 떠올린다. 엄청난 인파가 몰렸는데도 질서를 유지했고, 충돌을 자제한 성숙한 시민의식이 빛났다. 

정치권과 검찰은 다시 일어선 ‘촛불의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조 장관이 법무장관에 지명된 지난달 9일부터 지금까지 한 달 반 넘도록 정치는 멈춰 섰다. 여야 정치권은 ‘조국 떨어뜨리기와 지키기에 올인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조 장관 문제보다 훨씬 중요한 국가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일본은 아직도 그들의 과오를 반성하고 사과하기 보다는, 역사를 부정하는데 급급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우리나라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일본은 적반하장식 경제보복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일부 보수정당 정치인들의 시대착오적 친일발언은 ‘친일의 역사를 제대로 단죄하지 않은 결과’다.

소위 보수 세력은 5·18 광주항쟁 진상규명뿐 아니라, 일제 식민지배 청산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피력한다. 일례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3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방 정국 하의 친일청산 기구인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를 국론 분열의 요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합리적 대안정당이란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친일청산으로 인해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측면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일제 식민지배가 사악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 그렇게 노골적으로 ‘친일청산’을 훼방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과거의 아픔을 딛고 미래로 나아가려는 우리민족의 부단한 노력에도 과거에 대한 반성이 없는 아베와 일본 극우집단의 만행을 규탄한다. 강제징용과 징병, 일본군 성노예 동원, 민간인 학살과 731부대에 의한 인간 생체실험과 같은 일제가 저지른 반인륜범죄를 기억하고,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받아야한다. 

1945년 8월 15일은 광복절이자 외세에 의한 분단의 시작이었으며, 불행한 분단의 역사는 반민족적인 친일정부, 군사정부의 등장을 초래했다. 일제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74년을 보내는 과정에 자랑스러운 항일독립투쟁의 역사는 흔적 없이 사라져가고, 이념갈등을 앞세운 ‘친일세력’에 포위돼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지난 21일 광주 시민자유대학 주최로 광주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일본 바로 알기’(KNOW JAPAN) 강좌에서 “일본의 경제침략은 한국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우리 사회를 분열시켜 한국에 친일정권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배근 교수는 ‘일본 경제 침략의 배경과 전망’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아베 정권의 ‘도발’이 역설적으로 한국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해, 눈길을 모았다는 내용에 공감하면서, 한겨레신문 보도를 더 소개한다.

최 교수는 아베 정권은 이번 한일 경제전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 일본이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더라도 독일·미국에서 대체해 공급할 수 있어 그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일본기업 의존도를 줄일 수밖에 없고, 국내 부품소재를 강화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은 우리 산업생태계의 숙원 과제를 풀어주고 있는 셈이다.

지난 해 일본 무역적자는 1조 2천억 엔이지만, 한국에 대한 무역흑자는 2조 6천억 엔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일본 수출은 5%로 5위까지 떨어져, 홍콩 수출액보다 적다고 한다. 한국의 국민총생산(GDP)가 일본의 91%까지 추격한 상태다. 

아베 정권의 경제도발은 일본 중소기업이 부품을 소비해주는 한국 대기업에 대한 ‘가미가제 공격’이자 ‘갑 질’이며, 일본의 경제침략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일본의 피해가 더 커질 것이다.

아베 정권의 경제침략을 감행한 중요한 이유는 일본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이다. 일본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980년대 10%에서 2017년 3.8%까지 하락했다. 아베 정권 집권(2012~18년) 이후 국민총생산이 50조엔 정도 증가됐다고 하는데, 달러 기준으로 보면 되레 20% 감소했다. 일본의 군국주의 세력들은 일본 경제 활력의 외적인 모멘 텀을 찾고 싶었는데, 만만하게 본 게 한국이다.

하지만 아베 정권의 경제도발은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우선 일본의 식민지배가 청산되지 않으면 식민논리가 확대 재생산되는데, 우리 사회 친일세력(‘토착왜구’)을 ‘커밍아웃’하게 해줬다는 점이다. 

그리고 일본에 경제적·기술적 종속성과 의존성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데, 청산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는 점이다. 

한국 엘리트 집단에 남아있는 ‘지식의 식민지성’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경제대국 3위와의 싸움에서 이기면 우리 의식의 식민성이 한꺼번에 극복될 수도 있다.

일본의 경제침략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반발이 단기전으로 끝날 조짐은 없는 실정이다. ‘전쟁범죄를 사죄하지도 않고, 물건도 팔지 않겠다’는 아베 정권의 도발에 대한 분노가 사그러들 조짐이 없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을 경험한 한국 국민들의 집단지성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단기간 경제가 조금 어려워져도 참을 테니까, 정부는 (아베 정권에 대해) 원칙을 포기하지 말라’는 게 시민들의 주된 메시지다.

‘한국에 수출하지 않아도 일본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다’는 아베 정권의 말은 허세다. 일본 중소기업들이 힘들다고 아우성이고 한국 관광객들이 줄면서 일본 자영업자들이 힘들다고 하는 상황이라, 아베 정권은 이번 경제침략에서 명분 있게 퇴각하고 싶을 것이며, 우리 사회가 내부적으로 단결하면 완승하는 게임이다.

일본의 올해 방위백서에서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기술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일제 징용 배상 판결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온 양국 관계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27일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기술한 방위백서를 각의에서 승인한 후 방위성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2005년 방위백서를 시작으로 15년째 억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군사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도발적 표현을 넣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를 자기 영토라고 우기는 일본 정부의 행태는 어처구니가 없다. 그것만으로도 지탄받아 마땅한데, 올해는 독도 일대에서의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시사하는 문구를 새로 포함시켰다. 도발을 더 노골화한 것이다.

방위백서는 자국 영공침해 시 자위대법에 따라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긴급 발진해 대처하고 있다며 중국, 러시아와의 영토 분쟁과 관련해 긴급 발진한 횟수를 게재했다. 

한국이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상황에서 외국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해 군사 충돌이 벌어지면, 일본은 이를 빌미로 자위대를 출동시켜 독도의 영유권 주장을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난 7월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인근 한국방공식별구역에 무단 진입한 사건을 자국 영토 주권 침해 사례로 언급한 것이다. 러시아 군용기가 ‘시마네현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기) 영해에 침입했다’고 기술하고 한국 전투기가 러시아 군용기에 경고사격을 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에 항의했다고 적었다. 

우리 군의 독도 수호 행위를 자국 주권 침해로 규정한 것이다. 이는 독도 상공에서 충돌이 발생할 경우 자위대 전투기를 출동시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

문제는 매년 방위백서에서 중국, 러시아 전투기의 영공 침해 사례와 이에 대한 항공자위대의 대처를 설명하는 ‘영공 침해에 대비한 경계와 긴급발진’ 소 항목에 함께 들어 있다는 점이다. 독도 상공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명시한 것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뒤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이 사건 직후 일본 관방장관은 “자위대가 긴급발진으로 대응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국방부와 외교부가 이날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들을 각각 불러 항의했듯,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엄연한 우리 영토다. 일본이 독도 상공에 자위대 전투기를 보낼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자칫 한일 무력 충돌까지 불사하겠다는 의미인지 묻고 싶다.

일본은 이번 방위백서에서 각국과의 방위 교류를 설명하면서 지난해 두 번째였던 한국을 이번에는 호주, 인도, 동남아국가연합에 이어 네 번째 순서로 배치했다. 내용도 지난해 말 자위대 초계기 레이더 갈등과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등 부정적 사안 위주로 자국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기술하는 식이었다.

지난해 10월 제주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을 계기로 발생한 자위대 ‘욱일기’ 갈등 등 한국 관련 기술의 대부분을 부정적인 내용으로 채웠다. 지난해 욱일기 갈등으로 제주관함식에 불참한 일본 해상자위대가 10월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관함식에 우리 해군을 초청하지 않는 등 한일 안보 갈등은 커져만 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 해군 구축함과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사이의 갈등도 초계기가 저공비행으로 우리 함정을 위협한 것은 쏙 빼놓고, 우리가 초계기를 향해 레이더를 쏘았다는 자국의 일방적인 주장만 적었다.

한일 간 대립 장기화는 양국은 물론, 동북아 지역 안정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애써도 모자랄 판에 이런 방위백서를 채택하는 것은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 뿐이라는 것을 일본은 명심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독도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일본의 방위백서 채택에 강력히 항의하고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외교부는 논평에서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 영토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주한 일본 대사관 총괄공사대리(정무공사)를 초치했었다. 

특히 군 당국은 만반의 대비책을 세워 놓아야 한다. 일본은 자위대의 독도 출격을 실행에 옮긴다면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아베 정권은 자위대 전투기 출격 가능성을 내비친 도발이 ‘한일의 대립 장기화는 물론 동북아 지역의 평화를 해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역사 왜곡과 독도 영유권 주장이긴 하지만, 올해에는 양국 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상황이라서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더욱이 우경화의 길로 치닫는 아베 신조 총리 정권이 전쟁 가능한 국가가 되도록 개헌까지 추진하는 상황이어서, 방위백서의 노골적인 도발은 더 위험성을 지닌다. 

일본은 지난 15년 동안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억지를 부려왔다. 그런데 향후 이곳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빌미로 자위대를 출동시켜 영유권 확보 행동을 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한·일 간 긴장을 고조시키는 무분별하고 위험한 도발이다. 

GSOMIA 종료 결정도 한국이 일방적으로 잘못한 것처럼 기술했다. 일본이 먼저 그리고 과잉 대응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는 점을 도외시했다. 대단히 유감스럽다.

자위대 전투기 출격 가능성을 내비친 이번 방위백서는 아베 정부가 무역에 이어 군사 분야에서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모양새다. 아베 정부는 대결과 긴장 고조 요소를 거두고 진지한 대화에 응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갖길 촉구한다. 우리 정부는 일본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일본 주장의 부당성과 우리의 정당성을 국제사회에서 널리 알리는 노력에 주력하길 바란다.

한국과 일본 이외의 나라들은 역사적인 맥락에서 볼 때, 두 나라의 입장 가운데 어느 쪽이 옳은지에 대해서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시작된 한·일 갈등을 다루는 데 있어서 국제관계나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관련 국가들이 주어진 상황에서 어느 쪽으로 움직일 것인지’에 관한 예측이다.

다만 ‘한·일 양국이 쉽게 화해하기 어려운 충돌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그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자신들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하게 된다. 즉,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일본에 대해 우리의 정당성을 내세우는 것은 국내적으로는 몰라도, 국제적으로는 극히 제한된 의미만을 띤다. 

한국 땅 넓이(10만㎢)는 중국의 96분의 1이다. 인구(5170만 명)는 저장성과 (5657만 명)과 윈난성(4801만 명) 사이다. 중국 GDP는 2010년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일본 면적은 38만㎢로 한국의 3.8배다. 인구는 한국의 2배가 넘는다. 

1968년 서독을 앞질러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자리에 올라 42년간 그 자리를 지켰다. 세월은 무시못한다. 그 기간 동안 땅 밑으로 스며 저장된 경제 저력(底力)차이는 외형(外形)의 국력 차이보다 훨씬 크다. 인구가 늙어간다지만 한국은 더 빨리 노령 국가로 미끌어지고 있다.

두 나라 안보 전략은 중국은 미국에 버티면 되고, 일본은 미국과 같이만 가면 된다. 한국은 두 나라 사이에서 그들의 꼭두각시 노릇 하지 않고 자존(自尊)을 지키며 국가 진로를 뚫어야 한다. '인간 자원'과 '시간 자원'을 지금보다 몇 십 배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도리밖에 없다. 

중국의 28분의 1인 국민을 이념·지역·세대로 다시 쪼개면, 일본보다 100년 늦게 출발한 선진국행 열차 시간을 또 한 번 놓치면, 그 옛날 조공(朝貢)국가 신세로 굴러 떨어진다.

제3국인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입장 가운데 어느 쪽이 정당한지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단지 강대국인 미·중이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상황 그 자체다.

일본의 경제침략이 GSOMIA 종료로 이어진 것도 미중 패권전쟁의 틈에 낀 한국으로서 불리하지 않다. 일본이 우리한테 우방국가가 아니라고 선언했는데, 우리가 우방국가라며 일본에 군사정보를 줄 순 없는 것 아니냐? GSOMIA 종료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패권다툼에서 우리가 피해 있을 수 있는 구실을 아베 정권이 준 것으로 ‘신의 한 수’였다.

청와대는 2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우리 정부의 GSOMIA 종료 결정에 유감을 표한 것과 관련해 "GSOMIA를 종료했을 당시 (우리 정부가) 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는 수차례나 설명했다"면서, "진정으로 한일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가기를 원하면 한 마디 한 마디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아베 총리는 26일 오전(한국시간)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방적으로 (GSOMIA 종료가) 통보돼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한일 관계가 안보 분야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면서 GSOMIA 종료의 원인이 된 일본의 경제 보복을 두고서도,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포함한 자유무역의 틀과 완전히 일치한다는 억지 주장을 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GSOMIA 종료 결정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한 것이 아니다"라며 "수차례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기를 바란다는 입장도 여러 번 밝혔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지난 7월 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을 한국으로 수출할 때 건별로 허가를 받도록 하는 방식으로 수출 규제를 시작한 데 이어, 한국을 수출관리 우대 국가(백색국가) 대상에서도 제외해 주요 전략 물자의 한국 수출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를 두고 아베 총리 본인을 비롯한 일본 정부 관계자들도 한국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임을 인정했다가 WTO 협정 위반 논란이 일자, 수출규제가 아니라 수출관리 차원의 문제라고 슬그머니 말을 바꾸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맞서 지난 11일 부당한 경제적 보복 조치를 당했다며 일본을 WTO에 제소하는 절차를 밟기 시작했고, 일본 정부는 지난 20일 당사국 간의 첫 단계 분쟁 해결 수단인 양자 협의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일 관계 악화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한일경제인회의가 지난 24~25일 서울에서 열렸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 직후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정례회의가 연기된 데 이어 올해 5월로 예정되었던 한일경제인회의도 무기한 연기되면서, 대법원 판결에 따른 한일 간 파장이 심상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 정부가 한·일 청구권협정을 근거로 국제중재를 요청했지만, 우리 정부는 3권 분립을 이유로 거절하면서 일본은 무역보복을 시사했다. 경제산업성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 재계단체들은 자국 정부의 분위기를 의식해 정례회의 연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번 회의는 우리 측의 요청에 일본 재계가 응한 것으로, 이번 회의가 개최되었다고 한·일 관계를 낙관할 순 없지만, 그래도 정상화를 위한 기업인들의 대화 채널이 시동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인들의 최대 관심사항은 올해 말로 예정된 신일철주금에 대한 압류 자산 매각일 것이다. 정치적으로 한·일 관계가 냉각되어도 기업인들은 정경분리를 주장해 왔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일 관계 정상화 수순을 밟아야 한다.

지난주 서울에서 막을 내린 한·일 경제인회의는 성명을 통해 “한·일의 호혜적인 경제 관계의 유지·발전을 위해서는 정치·외교 관계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베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한·일 관계 복원을 외치고 있다. 관계 악화가 지속될수록 양국의 손해와 간극만 커질 뿐이다. 상생을 위해 아베가 결자해지해야 한다.

‘꽉 막힌 한·일관계의 숨통을 틔워야 한다’는 지적은 해외에서도 들려오고 있다. 최근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이 “일본이 한국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협상을 촉구하는 온건파가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어서, 여론의 기류 변화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과거사를 부정하고 영토 도발 수위를 높이면서 한·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아베 신조 내각은 한국을 적국으로 취급하는 태도부터 거둬들여야 한다.  

지난 3개월간 이어진 대치국면으로 양국 경제의 피해는 물론 조만간 열릴 북·미 핵협상에도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어떤 식으로든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미 국무부가 “한·일 양국은 과거에 대한 집중을 멈추고 미래를 향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언급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꾸준한 고위급 대화를 통해 간극을 좁힐 여지를 찾아가는 노력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28, 29일 이틀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은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행사였다. 이 행사에는 일본 측에서 아카바 가즈요시 국토교통상과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를 비롯한 정·관계 고위인사들과, 우리 측에선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이 참석했다. 

행사에 참석한 일본 정부 고위인사들의 목소리는 “그래도 민간교류는 차질 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카바 국토교통상은 행사 개회식에서 “한국은 일본에 문화를 전해준 은인의 나라”라며, “정부 사이에 뭔가 문제가 생기더라도 일반인의 교류가 활발하다면 양국의 우호관계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자민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은 TV방송에 출연해 “일본이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양보해야 한다”고, 아베 정부의 대한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아카바 국토교통상, 니카이 간사장 모두 아베 신조 총리가 임명했다. 

‘아베 맨’조차 한·일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것은 일본에 끼치는 가시적 피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한국을 굴복시키기 위해 꺼낸 아베정부의 수출규제 카드가 자충수가 된 셈이다. 

한·일 갈등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핵심쟁점인 강제징용 배상문제와 관련해 ‘2+2(양국 정부·기업) 보장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양국 정부가 징용 피해자를 위한 기금을 만들고, 기업 등에서 출연금이나 기부금 방식으로 참여해 모양새를 갖추자는 것이다. 

법안 발의에는 일부 여당 의원이 공감하고, 일본 정치권에서도 동조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지만, 나름대로 현실성 있는 방안으로 진지하게 검토해볼 수도 있겠다.

2020년 도쿄(東京) 하계올림픽ㆍ패럴림픽이 개최를 300여일 앞두고 잇따른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가뜩이나 국제 사회의 방사능 공포를 불식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무더위, 수영장 수질 문제’ 등 부실한 준비 과정까지 도마에 오르며, 도쿄올림픽은 벌써부터 ‘만신창이 올림픽’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상황이 이런데도 ‘다 괜찮다’며 밀어붙이는 일본 정부와 달리 해외뿐 아니라, 일본 국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우선 도쿄올림픽의 아킬레스건은 ‘방사능 오염 문제’다. 

도쿄올림픽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원전폭발 사고가 있었던 후쿠시마(福島) 지역의 ‘재건과 부흥’이라는 목적 아래 올림픽선수촌에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공급하고, 인근에서 야구 경기 등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에 대해 “후쿠시마산 식자재 사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도쿄 조직위원회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으나, 불안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방사능 우려가 쏟아지면서, 일본 외무성은 이달 24일부터 주한일본대사관 홈페이지를 통해 후쿠시마의 방사선량을 서울과 비교해 공개하기 시작했다. 홈페이지에서는 일본의 3개 도시의 방사선량이 “서울을 포함한 해외의 주요 도시와 비교해도 비슷하다”고 밝히고 있다. 해당 측정치는 일본 내 각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자료를 활용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가 26일 공개한 일본 방사능 오염 지도에 따르면, 2020 도쿄올림픽 경기장인 후쿠시마 아즈마 스타디움은 출입 금지가 필요한 ‘즉시대피구역’으로 분류된다.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 정도를 측정하는 일본 시민단체 ‘모두의 데이터’가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지도다. 

뿐만 아니라 올림픽이 열리는 도쿄신국립경기장과 사이타마스타디움은 ‘자발적 대피지역’으로, 이바라키스타디움과 미야기스타디움은 ‘방사선 관리구역’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방사능 못지않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근심거리는 바로 ‘무더위’다. 도쿄올림픽 유치위원회는 2013년 1월 IOC에 제출한 유치신청서를 통해 “2020년 올림픽 기간 날씨를 선수들이 최상의 성적을 내는 데 이상적”이라고 주장했으나 현실은 다르다. 

내년 올림픽은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40도에 육박하는 1년 중 가장 뜨거운 시기로, 일본 정부의 ‘더위지수’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면, 도쿄올림픽 기간 17일 중 12일 정도는 야외활동이 어려운 수준이다.

최근 한·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일본이 무더위 대책으로 마라톤 결승선에 ‘얼음을 띄운 냉탕’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는 15일 도쿄에서 열린 마라톤 그랜드 챔피언십에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내년 올림픽의 무더위 대책을 미리 시험해보는 과정에서 나왔다. 

일본에서는 또 이달 13일 온도를 낮추기 위해 ‘인공눈’을 뿌리는 실험까지 했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경보와 마라톤 출발을 새벽 시간대로 옮겼고, 100㎞ 넘는 도로엔 '열 차단제'까지 바르는 등 온갖 아이디어를 쥐어짜내고 있다.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한 관련 ‘인프라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도쿄올림픽 테스트대회를 겸해 지난달 15일부터 도쿄 오다이바(お台場) 해변공원에서 진행 중이던 도쿄 패러트라이애슬론 대회 가운데 오픈워터수영 경기는 수질 검사에서 국제 트라이애슬론연합(ITU)이 정한 기준치를 두 배 초과한 대장균이 검출되면서 취소됐다. 

이후 오다이바 해변에서는 악취를 풍기는 갈색 거품이 포착되는 등 수질악화가 여전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일본 트라이애슬론연맹은 “수영에 적합한 수질이 아니더라도 수영 경기는 제한된 시간에 이뤄지는 만큼, 건강상의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비 절감’을 위한 도쿄올림픽의 노력도 빈축을 사고 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앞서 2016년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내면서 ‘모두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총 38박 동안 저렴한 숙소를 이용해도 숙박비만 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국적 무관 모든 자원봉사자들에게 숙박과 식사를 무료 제공했다. 올림픽 선수촌에 제공하기로 한 ‘골판지 침대’도 재활용을 위해서라지만, 일각에서는 ‘비용문제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일본 정부가 전범기인 ‘욱일기’의 경기장 반입을 허용하기로 밝히면서 도쿄올림픽에 대한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아예 도쿄올림픽을 ‘보이콧’하자는 목소리도 꾸준하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 14~15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9명을 유ㆍ무선 전화 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응답률 14.7%ㆍ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도쿄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응답은 59.1%로, ‘참가해야 한다’는 응답(36.7%)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 7월 4일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조치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3개월째 진행 중이다. 일시적 현상으로 ‘찻잔 속 태풍’이 될 거란 예상과 달리 불매운동의 열기는 쉽게 식지 않고 있다. 일본 기업 유니클로 매장엔 소비자의 발길이 끊어졌고, 일본 맥주 판매량은 반 토막 났다. 일본 여행업계는 한국 관광객의 급감으로 비상이 걸렸다.

과거에도 일본의 역사왜곡 등에 항의하는 불매운동이 여러 차례 벌어졌지만, 감정적으로 타올랐다 곧 식어버렸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이성적ㆍ분석적 대응이 눈에 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능숙한 젊은 층의 ‘재치’도 곁들여졌다. ‘일본 맥주 마시지 맙시다’가 아닌, ‘일본 맥주 한 잔 100만원에 팝니다’라는 식이다.

지난 7월부터 무인양품 매장에 발길을 뚝 끊었다. 일본이 보복성 수출 규제 조치를 내린 이후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무인양품 대신 대체 국산 브랜드로 떠오른 ‘자주’ 매장의 단골이 됐다. 자주는 신세계그룹 계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브랜드다. 

일본 맥주를 즐겼던 직장인도 불매운동에 참여하면서 일본산 먹거리는 입에 대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이른바 ‘개념 소비’라는 말을 되새기게 됐다”며 “국산품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고, 더불어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제품이나 공정무역 제품에도 눈이 가더라”고 말했다.

어느덧 100일을 앞둔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이렇게 소비자들의 실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제는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소비 패턴이 바뀐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제품의 원산지나 제조사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개념 있는 소비’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일상에 깊이 들어와 있는 일본제품을 쓰지 않는 게 가능한 일일까. 일본제품 불매운동 100일을 앞두고 하루만큼은 일본 제품을 소비하지 않고, 갖고 있는 일본 제품이 있다면 사용하지 않는 ‘일본제품 탈출기’에 한국일보 기자가 도전했다. 

단 하루였지만, 이번 체험을 통해 ‘일본 제품이 우리 생활 깊숙한 곳까지 이미 들어와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또 제품과 원료의 원산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완제품뿐 아니라 일본산 첨가물이 함유된 식품도 대상으로 삼았다.

‘달달한’ 커피로 ‘카라멜 마끼아또’ 캔 커피가 있는데, 커피에 들어가는 향료는 대부분 일본산이다. 노트북을 열어 식품안전나라 포털로 검색해보니, 실제 제조사의 ‘캬라멜 향’ 수입처가 일본이다. 

초코우유나 딸기우유에 들어가는 ‘향신료에 일본산이 많다’고 하는데, 한 국내 브랜드의 초코우유 ‘원재료 및 함량’ 표기 란엔 ‘원유(국산), 코코아분말(싱가포르산), 카라기닌, 합성향료(초콜릿향, 바닐라향)’이라고만 표시돼 있다. 

아침식사 대신 마시는 아몬드 우유. 그런데 음료에 들어가는 향신료가 일본 사이타마에서 만들어진다. 인터넷 제조사에 직접 문의해 사실을 확인까지 했다. 

아이스크림도 원산지 표시 란에 ‘Made in France’라 적혀 있었는데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 해보니, ‘일본산 녹차 파우더’를 쓴 제품이었다. 결국 냉장고를 뒤져 녹차성분이 ‘국내산’이라고 명시돼 있는 아이스크림을 찾아냈다.

‘일본 제품 없이’ 하루를 보내는 날인데, 화장대를 보니, 시세이도 아네사 선크림, 슈에무라 하드 포뮬러 아이브로, 키스미 헤비로테이션 아이브로, 안나수이 립스틱, 캔 메이크 파우더…. 색조 화장품이 모두 일본 제품이다. 화장 솜도 일본 ‘시루콧토 솜’이다. 

국내 유명 화장품 브랜드의 바디샤워 성분 란에도 ‘정제수,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 암모늄 라우릴설페이트...’처럼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용어들만 나열돼 있다.

필기 감을 예민하게 느끼는 편이라, 가방에 든 펜은 학생 때부터 10년 넘게 사용해온 ‘제트스트림’으로 유명한 일본 필기구다. 깔끔한 디자인, 군더더기 없는 품질에 끌려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에서 산 명함 집도 있다. 

세안제 이름이 ‘센카’? 뒷면을 보니 ‘Made in Japan’ 표기가 선명했다. 필수품으로 들고 다니던 ‘인공눈물’을 보니 일본 제품이다. 약국에 들러 방부제가 들어있지 않으면서 렌즈 착용과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인공눈물’을 달라고 하니, 약사가 일본 제품을 추천한다. 

국산 제품과 품질 차이가 크냐고 묻자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본 제품이 괜찮다”고 말한다. ‘즉석 밥에도 일본산 미강 추출물이 들어간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애플 제품 아이패드가 ‘일본산 부품을 포함하고 있다’는 말이 생각나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디스플레이와 오디오 코일이 일본산이다. 

손에 든 카메라 ‘니콘’은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계열사다. 카메라 시장은 니콘과 캐논, 소니 등 일본 기업들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스웨덴의 ‘핫셀블라드’나 독일의 ‘라이카’ 같은 브랜드가 있긴 하지만 가격대가 높은 편이라, 사실상 카메라는 일본 대체품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지난달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앞두고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양국 취재진 앞에서 “캐논? 니콘?”이라며, 카메라 브랜드를 물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당시 고노 외무상이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의식해 ‘일본 카메라 브랜드를 확인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이들의 원산지를 확인하려면 하나하나 검색을 하거나 판매사에 확인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일본산 원재료에 대한 표기를 명확하게 해 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올라와 1만 명 넘는 사람들이 동의하기도 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불매운동의 성공이 한국 사회에 안겨준 자산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일본 방사능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불매운동은 명분(무역보복)과 실리(건강)가 합쳐져 저항하는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박나영 정책개발팀장은 “소비 행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과 품질 등의 경제적 요인으로, 신념이나 지식, 태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 게 일반적”이라며, “그러나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신념이 바뀌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박 팀장은 “무역보복 직전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지수를 1, 최고조에 올랐던 시점을 10이라 한다면 시간이 갈수록 둔화돼 4~5 정도로 떨어지게 되겠지만, 무역보복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나 하나의 불매운동이 일본에 어떤 타격을 줄 수 있겠느냐’는 열패감을 극복한 개인들이 많을 것”이라며, “또 이번 불매운동을 주도하며, ‘소비 윤리, 가치 소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2030 세대들이 앞으로 한국 소비의 주력 세대로 커 나간다는 점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불매운동이 단순히 외국 브랜드에 대한 저항을 넘어 가치 있는 소비를 증진시키는 국내 기업, 국내 브랜드를 소비자들이 직접 발굴하고 그들의 물건을 사주는 구매 운동으로 전환된다면, 그 또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3개월이 지났지만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전국 성인 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본제품 불매운동 참여 실태 조사에서 ‘참여하고 있다’는 응답자 65.7%였다. 3명 중 2명은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어서, 여전히 열기가 식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여파로 업계 판도가 바뀌었다. 국내 수입맥주 시장을 장악했던 일본 맥주의 추락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조치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하는 가운데, 최근 한국에 수출되는 일본 주류가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일본 맥주의 경우, 지난달 대한국 수출액이 전월보다 9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일본 NHK방송은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올해 8월 무역통계 결과, 한국에 대한 일본산 맥주 수출액은 지난 7월의 6억 3,943만 엔(약 71억 원)에서 5,900만 엔(약 6억 5,500만원)으로 대폭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불과 한 달 만에 수출 액수가 무려 92.1%나 줄어든 것이다. 

일본 맥주의 최대 수입국이었던 한국에서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또, 일본에서 흔히 ‘니혼슈(日本酒)’로 불리는 청주(淸酒)도 지난달 한국에 7,510만 엔(약 8억 3,400만원) 상당이 수출돼, 전월(1억 1,520만 엔ㆍ약 12억  7,900만원)보다 34.8% 줄었다.

지난 16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액은 22만 3,000달러(약 2억 6,000만원)로 전체 수입 맥주 중 13위를 기록했다. 2009년 이후 10년간 줄곧 수입 맥주 순위 1위 자리를 지키던 일본 맥주의 아성이 무너진 것이다. 이는 작년 8월 수입액인 756만 6,000달러(약 89억 5,000만원)와 비교하면 무려 97%나 감소한 수치다.

대신 국산품 소비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맥주의 경우 하이트 진로의 ‘테라’는 지난 7,8월 여름 성수기에만 300만 상자(10ℓ기준) 이상 팔아 2억병(330㎖ 기준) 판매를 돌파했다. 국내 수제맥주 브랜드 ‘생활맥주’도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 한 달 매출이 전달 대비 7% 상승했다. 맥주가 가장 잘 팔리는 성수기에 국산 맥주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셈이다.

생활용품 및 의류, 식기 등을 판매하는 ‘자주’도 무인양품과 유니클로의 대체 브랜드로 떠오르면서, 지난해와 다른 분위기다. 27일 자주에 따르면 올해 7~9월(현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특히 팬티나 브라 등 언더웨어의 8~9월 매출은 작년 동기와 비교해 25%나 신장했다.

자주 관계자는 “자주가 유니클로나 무인양품 언더웨어의 대체제로 언급되면서 실제 매출 증가로 이어진 것 같다”며, “출시 한 달도 안 된 파자마 신제품은 조기 품절이 예상돼 1만 5,000장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물론, 무역 통계 분석에 쓰이는 ‘전년 동월 대비’ 수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 같은 현상에는 계절적 영향도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변동 폭이 워낙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매운동의 여파가 크게 미쳤다’는 해석이 보다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실제로 NHK는 일본 식품 및 음료의 지난달 한국 수출액에 대해 “전년 동월과 비교해도 40.6% 감소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일본이 수입한 한국 제품은 약 2,403억 엔(약 2조 6,700억 원)어치로, 전년 동월 대비 10.3% 정도 줄었다. NHK는 “반도체 등 (한국산) 전자 부품 수입이 감소한 게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무성 관계자는 “이번 통계에서 자세한 이유를 알기는 힘들지만, 한국과의 무역 전체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말했다.

불매운동 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9월 첫째 주에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항공편 수가 전년 동월대비 15% 감소했다. 앞으로도 저가항공사를 중심으로 더 많은 노선 감편과 폐지를 예정하고 있다. 일본 대형 여행사인 JTB에 따르면 한국어 웹사이트를 통한 개인여행의 예약은 8월이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했고, 9월은 80%나 감소했다. 이 상태라면 일본이 그토록 바라던 2020년 외국인 관광객 수 4000만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지난 7월부터 시작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꽉 찬 3개월이 됐다. 애국심으로 전 국민이 하나 되어 동참하고 있는 불매운동. 현 상황을 조금 더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제시대에 돌입한 건 2000년대다. 이제는 세계가 글로벌 기업이라고 부르는 삼성, LG, 현대, SK 등은 국내 경제에는 물론 해외에서도 현지인을 고용함으로써 해외 국가의 고용창출 및 경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상 불매운동의 주인공인 일본도 역사적으로는 불편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우리와 우호적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며, 국내 경제발전에 기여하며 왔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올 2·4분기까지 외국인 투자통계에서 일본 기업의 국내 투자건수가 1만 4449건으로 해외 국가 중 가장 많은 기업 수를 기록했다. 신고금액도 미화 기준으로 4458만 1212달러이며, 이는 미국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실제로 이렇게 일본은 경제적인 투자로 기업성장과 고용증대 등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더욱이 한국시세이도, 데상트코리아, 한국오츠카제약, 캐논코리아 등 많은 일본계 기업은 국내 고용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한국에서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는 상당하다. 한 예로 캐논코리아 고용인원은 약 1500명, 한국오츠카제약도 약 8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 고용인원은 우리 국민으로 구성돼 있다. 

불매운동이 장기화될수록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는 악화될 수밖에 없으며, 실질적으로 최근 매출감소를 보인 국내 일본계 기업들은 무급휴가를 논의하거나 타 브랜드로 이직 안내를 하는 등 고용변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 중 일본의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증가하다가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고기준으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전체 370건, 19억3000만 달러에서 2012년 564건, 45억 5000만 달러까지 증가했으나, 2019년 상반기에는 134건, 5억 4000만 달러까지 감소했다. 2018년과 비교하면 제조업의 감소폭이 서비스의 감소폭보다 매우 크다. 

한·일 격돌이 치열해져 한국에서는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이 촉발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장기화 양상을 띠고 있다. 연일 반일(反日) 감정이 격해지면서 ‘노 재팬’(NO JAPAN) 열풍이 태풍처럼 휘몰아치고 있고, 일본 내에서는 혐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등 두 나라 국민의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기술력을 무기로 잘못된 역사를 지우려는 아베의 노림수는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아베정부 내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한·일 관계 악화는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합리적 사고틀이 아베정부에서도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지난 20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 외교 당국 간 국장급회의가 열렸지만, 양측은 주요 의제에 대해 각자의 요구사항만 전달하는 등 평행선을 걸었다. 일본 집권층이나 보수 언론은 우리 정부가 반일 감정을 부추긴다고 ‘혐한’을 자극하고 있다. 정작 이들에게는 우리 국민이 일본 식민 지배로 받은 고통과 상처, 이에 대한 양국 간 인식차이 해소는 전혀 관심사가 아니다. 정작 무서운 것은 일본 정부가 보여주는 것만 믿는 일본 언론과 일본 국민이다.

그나마 일본 내에서 닛케이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중단을 촉구했고, ‘혐한’과 맞서 싸우는 일본인들도 늘었다. 방송국이나 잡지사, 언론사 앞에서 플래카드를 들며 ‘혐한’에 맞서고 있다. 이들은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은 등한시하면서 혐한을 선동하는 데에만 열중하는 일부 언론에 단단히 화가 난 것이다.

이미 우리는 지난 촛불시위를 통해 시민의 힘을 확인했다. 시민이 힘을 모으면 정부를 움직일 수 있다. 일본 내에서도 이런 의식과 양심을 가진 시민이 직접 행동에 나섰으면 한다. 아베 정부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도 아닌 일본 국민뿐이다.

그런데 최근 종료된 세계한인법률가회(IAKL) 서울총회에서 재일코리안변호사협회(LAZAK) 소속 한국인 일본변호사 15명이 재일한국인 변호사들에 대한 차별 실태를 폭로했다. 일본 내 극우세력의 재일한국인에 대한 혐한 기류가 재일한국인 변호사에 대한 공격으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변호사 활동을 위축시킴으로써 재일한인에 대한 법적 보호를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재일한국인에 대한 차별에 이은 새로운 위협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일본 극우세력의 대표적인 공격은 한인 변호사들이 ‘이적행위’를 하고 있다며 집단적으로 일본변호사연합회에 징계요청을 한 것이다. 이들은 한국은 독도를 무력 점령하고 있는 전쟁국가이기 때문에 한국인을 변호하는 것은 적대국을 돕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위사실로 변론 활동을 막으려는 악랄한 행동이다. 

혐한발언제한법이 있어도 처벌 조항이 없어 실효적인 제재 수단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변론까지 위축된다면 시민은 권리 구제를 받기 어려워진다. 권리를 침해당한 시민들이 법률적 조력을 받는 것 자체를 차단하는 행위는 민주사회의 적이다. 극우세력의 이런 활동 때문인지 일본 법원 등 일부 법조계도 한인 변호사들의 각종 위원회 위원 위촉 등을 꺼리는 눈치도 있다고 한다. 

일본 시민들은 이런 자국 내 극우세력의 새로운 차별 행위에 대해 깊은 경각심을 갖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일 정부도 양국 간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내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에서 전범기인 욱일기의 경기장 반입을 허용할 것이라는 방침에 대해, 도쿄신문이 ‘올림픽과 욱일기, 반입 허용의 재고를’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를 통렬히 비판했다. 

도쿄신문은 “욱일기가 과거 구 일본군의 상징으로 사용됐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라면서, “일본 국내에서는 지금도 ‘욱일기’가 군국주의와 국가주의의 상징으로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도쿄신문은 또 “일본 정부는 ‘욱일기’가 대어기(풍어를 기원하는 깃발) 등으로 민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으니 ‘욱일기’가 정치적 선전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경기장 반입이 문제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하지만 대어기나 회사의 깃발 등에 사용되는 경우는 태양의 빛을 상징하는 일부의 디자인일 뿐이어서 민간에 보급돼 있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는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한 번 잘못 뱉은 말로 그 자신이 평생 고통을 받거나, 타인을 지옥으로 떠밀게 된다. 단 한마디 말실수에 삶이 나락으로 추락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말 이전의 삶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괴로운 낙인이 찍힌 채 죄인으로 산다. 정말 몰라서, 또는 한순간의 경솔함으로 실언을 해버린 경우에는 말의 ‘회수불가성’이 때로 가혹하기도 하다.

귀를 막아야 할지 코를 막아야 할지 모르겠다. 누가 대신 치워줄 수도 없을 만큼 악취 나는 말도 있다. 그런 말을 배설한 사람은 직접 걸레를 들고 닦는 것으론 부족하고, 바싹 엎드려 자신이 뱉은 말을 주워 먹어야 할 텐데, ‘학문의 자유’라며 사과할 일 없다고 한다. 

한마디 말로 평생 고통을 받거나 비난을 감수하며 묵묵히 말을 줍는 이의 수고에 비하면, 강의 중단이라든가 탈당은 모기 물린 자국만도 못하다. 어차피 정년퇴임이 가깝고, 어디선가는 지지와 환영도 받을 것이다. 그러면 그 말들은 대체 누가 치울까? 귀가 썩고 마음이 병드는 계절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류석춘 연세대 교수의 "위안부는 매춘과 같다"는 주장에 대해 "참으로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깊은 반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윤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을 받고 "'위안부' 문제는 바로 현 외무상(고노 다로)의 아버지 시절 '고노 담화'"가 존재한다며,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군이 '위안부'를 모아서 관리에 관여했음을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로) 공식 입장으로 발표했다. 그것마저도 한국 학자(류석춘)라는 분이 뒤집어서 말하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 총리는 아울러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하는 일제 강점기에 관한 가짜 뉴스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총리는 "그 문제(유튜브와 채팅 앱 등을 통한 가짜뉴스 확산)도 법으로 처리할 부분이 있다면 묵과할 수 없다"며 "방송통신위원회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 총리는 이어 "'위안부' 문제는 이미 국제적으로 사실관계가 드러나 검증이 끝난 사안"이라며, "우리 학계 또는 대학 내부에서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일 종족주의>를 통해 '일제 통치는 나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좋기까지 했다'는 논리를 유포하고 있다. 이 책 제4장 '일본의 식민지 지배 방식'을 집필한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이 논리를 집중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일제의 동화정책을 표현하는 한마디가 바로 ‘내선일체(內鮮一體)’다. 식민지 한국의 인력과 물자를 동원해 대륙에서 전쟁을 수행하고자, 한국인들의 반발을 사전에 무마하려고 내세운 논리일 뿐이었다.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은 일제가 먹튀가 아니었음을 입증하고자 '일본이 영구 지배를 희망했으며, 이를 위해 식민지와의 차별을 없애려 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이 입증하고자 하는 바가 ‘실체 없는 가상의 것’에 불과하다. 일제가 식민지와의 차별을 없애고, 완전한 하나의 나라를 지향한 적도 없다.

"일제 위안부는 매춘"이라고 언급한 류석춘 연세대 교수의 발언이 파문을 낳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류 교수를 비판하고 친일파 청산을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했다.

청원자는 "류** 교수는 지난 19일 강의 시간에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갔던 할머니들이 자발적으로 매춘에 나선 것이라는 취지의 망언을 내뱉었다"며, "일본 정부의 강제동원 책임을 부정하고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을 매도해온 일본 극우 인사들의 망령된 억지와 일치한다"고 성토했다.

이 청원자는 이어 "류 교수는 일제의 아시아 여성 성노예화라는 국가폭력 범죄행위를 없었던 일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일본 극우세력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류 교수는 학문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힘들게 진전시켜온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고 하며, 일제의 전쟁범죄 행위를 고발한 피해 여성들을 인격살인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청원자는 특히 "이런 분이 대학 교수로 강단에 서 있는 현실은 부끄럽고 참담하다. 이 분이 활동하고 있는 이른바 뉴라이트의 ‘식민지 근대화론은 한국의 산업화에 기여했다’는 시혜론을 펼친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자는 또한 "우리 독립운동가들은 맞서 싸워서는 안 될 고마운 식민 모국 일본에 반기를 든 패륜아들이 되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청원자는 '무반성 친일자 및 후손과 종일자 처벌 특별법 제정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통해 "해방 후 여러 사정으로 친일파 청산을 못한 것이 오늘날 나라가 혼란하고 위기에 봉착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 청원자는 "그런데도 그들은 여전히 무반성에 종일행위와 발언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이 청원자는 이어 "때마침 아베의 짓으로 인해 친일파가 노출됐다. 지금이 친일·종일파를 엄벌하고 제거할 기회"라며, "국회에서 종일자 처벌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친일파 청산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자 역시 "지급의 아베 정권은 과거의 잘못을 사과하지 않고 오히려 과거의 일본 제국주의를 꿈꾸고 있다"며 "일본은 과거 해방이 됐을 때,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100년 안에 반드시 다시 한국을 침략한다'고 말하며 떠났다. 지금이 그런 위험한 시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류 교수는 지난 19일 강의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에게 "궁금하면 한 번 해보겠느냐"고 말해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커지자 연세대 총학생회와 동문 등은 류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시민단체는 류 교수를 성희롱과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다.

류 교수는 이에 대해 "매춘에 여성이 참여하게 되는 과정이 가난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뤄진다는 설명을 했다. 그런데 일부 학생들이 이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기에 수강생들이 현실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궁금하면 (학생이 조사를) 한 번 해볼래요?'라고 역으로 물어보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의 중 위안부가 매춘의 일종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은 류석춘 연세대 교수의 공격적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잘못한 게 있어야 하는데 나는 사과할 일이 없다”고 하고, 취재하는 기자들에게는 “언론이 사회의 암”이라고 했다. 해당 과목의 강의를 중단시킨 학교 측에는 “실망했다”고 하고, 자유한국당이 징계 절차에 들어가자 “시류에 편승해 나를 버렸다”며 탈당했다.

학문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교수는 학자인 동시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스승이고, 책임 있는 사회 구성원이다. 강의 중 물의가 빚어졌다면 내용과 표현에 과한 점은 없었는지 다시 생각해보고, 오해라면 진솔한 태도로 바로잡으면 된다. 사람들의 문제 제기를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척결하려는 것”으로 모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류 교수의 주장과 다른 연구와 증언들이 수없이 많이 있다. 심지어 일본 정부도 1993년 8월 당시 고노 관방장관 담화를 통해 “위안부 모집에는 관헌 등이 직접 가담한 적도 있었다. 위안소 생활은 강제적인 상황하의 참혹한 것이었다”고 명백히 밝혔다. 

가해자조차 인정한 사실을 외면하고, 자신과 생각이 같은 집단의 연구를 내세우려면, 그것을 뒷받침할 근거와 논리를 차분히 제시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강제로 끌려간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는데, 매춘부로 단정하듯 말하는 것은 결코 학자적 태도가 아니다. 

그는 성희롱 논란을 일으킨 “궁금하면 한번 해 볼래요”라는 말에 대해서는 “‘조사를’이란 목적어를 쓰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는데, 발언의 전후맥락으로 보아 오해의 소지가 큰 게 사실이다.

강의실이라는 학문의 공간에서는 최대한 표현과 사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역사적 사회적으로 진실이라 여겨지는 사실들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새로운 시각과 해석을 제기해 토론과 논쟁의 소재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엄존하고, 여성의 인권이 짓밟힌 전쟁범죄와 같은 문제를 다룰 때는 그에 합당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정제된 언어와 논리로 접근하는 게 학자의 올바른 태도다.

류석춘 교수가 한국 근대사의 아픔으로서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더 나아가 학생에게도 모욕적 발언을 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문제 인식을 공유하고, 함께 분노할 수 있다. 류석춘 교수가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은 지금 중요하지 않다. 정파성을 넘어서 다 같이 분노할 수 있는 일이다.

 

2019. 9. 30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중앙회 회장 한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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