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표 교육학 박사
최광표 교육학 박사

군 복무제도는 어떻게 변천하여 왔는가

병역제도는 병력의 충원방법에서 강제력이 수반되는 정도에 따라 강제력이 있는 ‘의무병 제도’와 강제력이 없는 ‘지원병 제도’로 나뉘는데 ‘모병제’는 자발적으로 군에 지원해 복무하는 지원병 제도다. 징병제가 민주사회에서 국민에게 부여된 참정권에 대응되는 하나의 ‘의무’로 병역을 인식하는 것에 근거하는 제도라면, 모병제는 개인의 ‘자유’와 자발성에 기초한 동기유발개념에 근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성들에게 헌법 제39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와 병역법 제3조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는 헌법과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조항에 근거해 병역의무가 부과돼 있는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군 복무제도는 1953년 7월 27일 마지막 전투 이후 휴전에 들어가면서 복무기간이 육⋅해⋅공군 모두 공통적으로 36개월 복무하였으나, 그 동안 여러 차례의 복무기간 단축을 단행하여 2018년부터 복무기간을 차등화하여 육군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 22개월을 적용하고 있다.

모병제 주장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징병제(徵兵制)는 모병제에 비해 대규모의 병력을 적은 비용으로 유지할 수 있어서 냉전체제가 해체되기 전까지 세계 각국이 일반적으로 채택했던 제도였지만, 냉전이 종식되고 안보여건이 완화되면서 많은 국가들이 무기체계의 첨단화, 출산율 감소 등의 요인으로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병역제도를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세계적 동향에 영향을 받아서 우리나라에서도 모병제가 1996년부터 선거 때마다 대선이나 총선에서의 득표전략으로 제기되었다. 그동안의 모병제 도입 필요성 주장의 골자는 고질적인 병역비리 척결, 군 가산점제 논란 해소, 인구감소로 인한 병력부족 해소, 군의 전문화를 통한 전투력 증강 등이었다. 그러나 2019년 11월 7일 언론을 통하여 민주연구원에서 제시한 모병제의 목적은 심각한 인구절벽으로 인한 징집인원 부족 해소, 첨단과학전 대비 정예강군 육성, 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모병제는 총선 이슈 선점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실제 적용하기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모병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최근 들어 2020년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 정국이 조기 점화되는 분위기 속에 '모병제(募兵制)'가 총선 정책경쟁의 이슈로 급부상되었다. 이와 같이 국민의 표와 연계한 정치적 목적의 모병제는 자칫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 제안한 모병제는 우리나라가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안보위협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병제에 대한 전문적 연구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없이 총선이나 대선에 대비한 포퓰리즘적 득표전략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대승적 차원보다는 당리당략으로 인하여 안보가 비정상적 상황으로 흔들릴 소지가 있다.

둘째, 모병제는 징집자원 부족의 근본원인 해결책이 아니다. ‘인구절벽’이라는 안보외적 문제를 ‘모병제’라는 명분으로 안보를 희생시켜 해결 하고자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실패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세계유일의 분단국으로 납북대치상황의 특수한 안보위협으로 인하여 120만명에 달하는 북한군 상비군에 상응한 대규모 군대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계속적인 복무기간 단축으로 인하여 병력순환률이 높아져 병력부족 현상이 악순환 되고 있다. 따라서 근본적인 인구증가 대책이 없이 출산율 0.98의 저출산 상황에서는 모병제로 전환을 해도 오히려 지원자가 저조하여 병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셋째, 모병제는 첨단과학전 대비 정예강군 육성을 오히려 제한 할 것이다. 통일 이전의 현존하는 군사 위협대비 및 통일 후의 미래 안보상황 안정화를 위해서는 모병제를 적용할지라도 약50만명 전후의 병력유지가 계속 필요하다. 그러나 모병제 도입시 이들 직업군인들의 봉급, 연금, 후생, 의료, 복지, 학비지원 등의 인력운영 및 유지비용이 과다하게 증가함으로써, 오히려 첨단과학전에 대비한 고가의 무기, 장비, 물자 확보를 위한 전력증강 투자가 어려워져서 첨단과학군 육성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넷째, 모병제의 청년층 일자리 창출 효과가 불확실하다. 모병제는 경력의 연속성이 결여되어 청년 입장에서 보면 자칫 직업과 소속과 미래를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군복무를 현실적인 실제 직업으로 선택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모병제로 근무하는 직업군인은 생명을 담보로 하는 군조직의 특수성 때문에 훈련을 통해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생존능력은 갖출 수 있다. 그러나 직업군인 대다수가 열악한 격오지에서 근무해야 하므로 제대 후 일반기업이나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과 역량을 배울 기회가 제한된다. 더욱이 모병된 병은 장교나 부사관처럼 평생직업군인이 아니므로 4~7년 복무 후 제대시 연령부적합과 경력단절로 인하여 새롭게 취업하기 어렵고 대학에 진출하기도 어렵다.

모병제는 무엇을 검토해야 하는가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안보위협 상황에서 모병제 도입은 시기상조이며 통일 후 안보상황 완화를 고려하여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따라서 특정 정당의 당론이나 선거 전략으로서가 아니라, 우리나의 특수한 안보상황과 더불어 역사적⋅사회적⋅경제적 상황과 더불어 외국군의 사례와 국민적 정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문가 집단, 정책입안 기관, 입법기관, 정책수혜자의 입장을 입체적⋅종합적⋅실증적으로 검토하여 안보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과 대안이 마련되어야 해야 할 것이다.

첫째, 모병제는 남북대치상황의 특수한 안보위협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대치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므로 현재의 안보위협에 대응한 상대적인 병력규모를 유지해야 안보공백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현 단계에서의 모병제는 인구감소에 따른 징집인력 부족의 대안으로써는 실효성이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통일 후의 안보환경 완화에 대비한 장기적인 대안으로서 모병제를 위한 적정 병력규모의 판단 및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둘째, 모병제 병력소요 및 획득에 대한 실증적인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선진국 모병제 국가들의 지원가능 연령대의 군 지원율은 남성의 경우 미국 남성은 5.4%, 영국과 프랑스 일본은 남성 2.1~2.8%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의 경우 2018년도 인구통계를 보면 20대 남성인구가 약 3.6백만명으로 나타났다. 모병제 병력 50만명을 유지하려면 군 지원율이 20대 남성의 14~16%인 6~7명중 1명이 지원해야 가능하며, 이는 미국보다 지원율이 2.7배 이상 높은 것으로 비현실적이다. 만약 모병제의 지원 연령을 20~25세로 제한하면 소요병력을 충분히 획득한다는 것은 더욱 비현실적이며, 29세까지로 확대하면 초급장교나 부사관의 나이가 25세 전후인데 비하여 병의 나이가 더 많은 경우가 발생되어 초급간부다 정상적인 지휘가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20대 청년층이 경력단절을 감수하면서 과연 얼마나 군을 직업으로 택할 것인지에 대한 실증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분석⋅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모병제는 병력충원을 위한 유인책을 병행해서 발전시켜 한다. 모병제 적용 국가들은 필요한 인원을 획득하기 위하여 상당한 혜택과 보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담기관 운용을 통해 군 복무 후 퇴직자에 대해 연금제공, 무료의료 서비스, 주택구매 보증 및 지원, 창업자금 지원, 학업자금 지원, 퇴직 군인 채용장려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모병제의 안정적인 적용을 위해서는 군 복무 유인 및 보상 차원에서 재활 프로그램, 직업훈련, 직업알선, 의료지원, 학비지원 등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 하는 다양한 제도를 병행해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넷째, 모병제 도입에 필요한 재원 조달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2019년 국방예산 46.7조원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민주연구원에서 모병제 설문조사시 제시한 봉급 월 300만원을 적용하여 국군이 모병제 병력 50만명을 유지하려면 15조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된다. 따라서 모병제 목표 병력을 유인할 수 있는 봉급, 연금, 후생, 의료, 복지, 학비 지원 등을 포함한 종합적이고 심층적인 분석과 더불어 재원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연구 및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모병제는 군인 우대의 사회적⋅문화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지역별로 베터랑스 데이(Veterans’ Day) 행사를 통해 퇴직군인들의 명예심과 자긍심 고취와 더불어 이들에 대한 시민들의 존경심과 감사의식 및 안보위식을 고양하고 있다. 따라서 모병제가 성공적으로 운용되고 안정적인 모병이 이루어지려면 사회적⋅문화적으로 군인을 존경하고, 군인에게 감사하고, 군인을 신뢰하고, 군인들이 지역사회와 기업에서 유용한 역할을 한디고 믿는 사회적⋅문화적 분위기가 받쳐주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징병제에서 모병제로의 병역제도 전환은 국가의 존망일 달려있는 중차대한 정책변화이므로 특정 정당이나 단체가 연구할 것이 아니라 통일 후 안보상황 완화에 대비하여 전문가, 정책입안자, 정책수혜자가 함께 모여 장기적⋅입체적⋅종합적⋅실증적인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과제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당리당략에 의한 포퓰리즘적 정치목적을 가진 모병제로의 전환은 현재와 같은 남북대치의 안보위협 상황에서는 전투력을 약화시키고 자칫 시행착오로 인한 안보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우리나라의 역사적⋅사회적⋅경제적 상황과 더불어 남북대치상황의 특수한 안보위협과 국민적 정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병력소요 및 획득에 대한 실증적인 검증, 병력충원을 위한 유인책이 병행해서 발전, 모병제 도입에 필요한 재원 조달 대책을 제시, 군인 우대의 사회적⋅문화적 분위기가 조성을 위한 입체적⋅종합적⋅실증적으로 장기적인 연구⋅분석⋅검토를 통해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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