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익 한국복지정책개발원 원장
송창익 한국복지정책개발원 원장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현실이 가장 슬프고 힘들며 고통스럽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사노라면 절망 방황 고독 빈곤 등 삶을 포기하고 싶어지는 일들이 예고 없이 찾아오곤 한다. 그럴 때마다 삶의 끈을 놓는다면 이 세상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살했어야 한다. 하지만 삶이 매력적인 것은 슬픔을 딛고 일어서면 희망이 보이고 또 기쁨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인생을 흔히 ‘희노애락(喜怒哀樂)’으로 비유하는 것도 다 그 때문인 것이다.

2019년도에는 유달리 유명인들의 자살 빈도가 높은 한해이기도 했다. 정치인으로서 자살로 책임을 피하는가 하면 댓글의 악플로 정신적인 고통을 참지 못하고 자살을 하는 유명 연예인을 보면서 자신을 아끼지 않고 현재 자신이 처한 모습을 비관하며 결국에는 삶을 포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으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한겨울 서울역 지하도나 한 여름 시내 중심에 있는 공원에 가보면 노숙인들을 만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이들은 삶의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매주 금요일 오후3시이면 을지로 2가 기업은행 본점 뒤편 지하차도에서 한쪽 차선을 막아 노숙인350명~400명에게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다. 하루 하루 먹을 것을 걱정하며 노숙을 하며 연명해 가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삶에 대한 비관을 하거나 인생을 포기 하지는 않는다. 어떻게든 나눠주는 물품을 하나라도 더 받으려고 애를 써는 그 사람들에게 더 많이 채워주지 못하는 나 자신이 항상 미안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노숙 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이들보다 나은 사람들이 자신을 소중히 아끼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OECD 자살률 1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포기함으로 남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마음의 상처를 준다는 것을 한번쯤 생각한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새로운 2020년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나 자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서로를 아끼며 사랑하는 한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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