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조원태, 가족간 공동경영 협의 무성의·지연으로 일관”
법률대리인 통해 입장 발표…“다양한 주주 의견 듣고 협의 진행”

한진그릅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 / 시사프라임DB]
한진그릅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 / 시사프라임DB]

한진그룹의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수면위로 떠오를 조짐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선친인 고(故) 조양호 회장의 뜻과 다르게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며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조 전 부사장은 23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라는 제목에서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속인 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의 사이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이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가족간 협력해 경영하고 있다고 공동 경영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번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의 언급과 달리 일방적 운영을 지적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확산될 것이란 조심스런 관측이 나온다.

한진그룹 남매간 경영권 분쟁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간폭탄과도 같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구조를 뷰면 조원태 회장 6.46%, 조현아 전 부사장 6.43%,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2%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분 차이가 나지 않다보니 조 전 부사장이 다른 주주들과 연대에 나선다면 조 회장 단독 경영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날 입장문에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며 주주와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 경영에 제동을 걸고 나선데는 한진그룹 연말 인사에 이름이 올라가지 않은 것에 따른 불만일가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서는 ‘물컵 갑질'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조현민 전무가 한진칼 전무로 경영에 복귀하면서 조 전 부사장 역시 경영 일선 복귀가 점쳐졌다.

일각에선 조 전 부사장 경영 복귀를 두고 가족간 회의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이뤄졌더라도 조 회장이 반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명품 밀수 혐의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로 진행된 재판에서 각각 집행유예라는 실형을 선고 받은 게 경영 복귀에 걸림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다.

실형 선고에 다른 경영 참여를 제한하는 규정이 그룹에 없지만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조 회장 입장에선 당 장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선뜻 결정하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다.

조 전 부사장이 故 조양호 회장의 유지대로 공동 경영에 나서려면 경영 일선에 복귀가 시급하다. 따라서 이번 경영 복귀가 무산되자 입장문을 내고 조 회장의 경영상 문제점을 지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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