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멸렬 준비 속 김종인 승부수 띄웠으나 너무 늦어… 보수진영 후폭풍 불가피

[시사프라임 / 임문식 기자] 미래통합당 황교안 서울 종로구 후보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14일 오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큰절을 올리고 있다. 
[시사프라임 / 임문식 기자] 미래통합당 황교안 서울 종로구 후보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14일 오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큰절을 올리고 있다. 

[시사프라임 / 임문식 기자] 과반 달성을 자신했던 미래통합당에게 돌아온 것은 최악의 성적표였다.

16일 현재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전국 개표가 거의 완료된 가운데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도합 100석을 얻는 데 그쳤다.

원내 1당을 바라보던 통합당에겐 초라한 성적표다.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통합당의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김종인 총괄선대본부장은 제1당을 넘어 과반 정당을 자신했고, 서울 종로구 선거에 출마했던 황교안 전 대표는 투표일까지도 "문재인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의석을 저희에게 주시리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결과는 충격의 패배였다. 본인마저도 상대인 이낙연 후보에게 상당한 격차로 졌다.

통합당은 과반은커녕 개헌 저지선인 100석도 힘겹게 지켰다. "이대로 가면 개헌 저지선도 위태롭다"던 박형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의 우려가 '엄살'이 아닌 '현실'이 됐다. 당시 박 공동위원장은 '범진보 180석 가능' 전망을 들어 "너무나 심각하다"며 보수진영을 향해 '비상벨'을 울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보수진영을 결집하기 위한 '언더독(불리한 경쟁자)' 작전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도 "지지층 결집을 위해 엄살 떤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이 믿었던 구석은 '샤이보수'와 중도층이었다. 그동안의 여론조사 결과에 잡히지 않았던 이들이 문재인 정권에 대한 견제 심리에서 대거 투표장으로 몰려들 것으로 전망했다. 투표 당일까지만 해도 통합당이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유난히 높았던 사전투표율에 이어 총합산 투표율에서도 최종 66.2%를 기록하며 통합당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이는 투표 종료 후 출구조사 결과를 기다리던 통합당 지도부의 들뜬 표정에서 역력히 드러났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기대에 한참 못미친 출구조사가 나오자 순식간에 '초상집'으로 변했다. 지난 20대 총선 참패 때의 장면이 '오버랩' 되는 순간이었다.

총선을 앞두고 통합당의 지리멸렬했던 선거 준비과정을 되돌아보면 참패는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첫 출발은 호기로웠다.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탈당파로 구성된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 등 보수정당이 통합에 성공하면서 선거구도 면에서 여권에 우위를 점했다. "거대 야당 중심으로 힘을 합해달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도 통합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태극기세력과의 실질적인 통합도 연대도 없었다. 태극기세력을 기반으로 하는 보수정당과 공천 문제 등과 관련된 해법을 찾지못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그야말로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통합당의 '막장 공천'도 참패의 도화선이었다. '현역 물갈이'를 주도한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사천 논란'에 이어 황교안 대표와의 공천 갈등이 폭발하면서 내부 타박상이 누적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후보의 공천이 번복되는 등 잡음이 커졌고, 결국 김 위원장의 사퇴로 일단락됐다.

갈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통합당 인사들을 대거 당선권 밖에 배치하면서 예상치 못한 사단이 났다. 이른바 '한선교의 난'이 터지면서 통합당은 발칵 뒤집혔고, 결국 한국당 지도부를 모두 교체하는 수순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이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보수분열을 촉발해 한국당 참패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던 김무성 전 대표의 '옥쇄파동'을 재연한 꼴이 됐다. 

통합당이 최후의 카드로 뽑아들었던 '김종인 구원등판'도 별다른 빛을 보지 못했다. 공식선거운동 직전에 황 대표는 김 위원장을 영입하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제대로 효과를 보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다. 이미 공천 작업이 완료된 뒤였다. 선거 승패의 출발점이자 핵심인 공천 작업에 김 위원장의 총선 전략이 투영되지 못했던 만큼 애초에 '반쪽짜리' 승부수였던 셈이다. 

총선전략 역시 준비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경제심판론에 초점을 맞춘 김 위원장과 달리 지도부의 다른 일각에선 네거티브 선거전을 시도하기도 했다. 특히 n번방 사건 관련 폭로를 예고했다가 김 위원장의 강한 질타를 받고 없던 일이 됐다. 

결정타는 선거 막판에 터진 '막말 논란'이었다. 김대호 서울 관악갑 후보는 30~40대 유권자 비하 논란을 일으켰고, 차명진 경기 부천갑 후보는 세월호 성추문 의혹 관련 일부 매체 기사를 명확한 근거없이 토론회에서 언급했다가 논란을 샀다. 징계를 두고도 차 후보에 대해 윤리위에선 '탈당 권유' 징계를, 최고위에선 '제명' 징계를 내리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커진 통합당의 '자중지란'은 결국 총선 참패로 귀결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3번의 전국단위 선거에서 모두 패배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번 패배는 예전보다 더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여당에 불리한 집권 후반기 총선에서도 정권심판론 구도를 살리지 못하고 패배한 것은 통합당이 민주당의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을 시사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 참패를 계기로 통합당은 물론 보수진영 전반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의 교두보인 원내 1당 달성에 실패하면서 2년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마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통합당의 겨울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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