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점유율 1위 굳히기 대규모 실탄 확보 차원

LG화학 연구원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들고 있다.  ⓒLG화학
LG화학 연구원들이 전기차 배터리를 들고 있다. ⓒLG화학

[시사프라임 / 김용철 기자, 박시나 기자] LG화학이 배터리 신설법인의 발행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배터리 사업의 분사를 확정했다. 시장 점유율 2위 격차를 벌려 확고 부동한 1위로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도할지 주목된다.

LG화학은 1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전지사업부를 분할하는 안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은 ‘LG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오는 10월30일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12월1일부터 공식 출범한다.  분사 대상은 자동차 전지, ESS(에너지 저장장치) 전지, 소형 전지 부문이다.

이번 배터리 분사의 핵심은 배터리 시장 1위를 사수하는 동시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투자금을 끌어 모아 배터리 시장의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LG화학은 2024년 매출 30조원 이상을 달성하고, 배터리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 최고의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신설법인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약 13조원 수준이다.

배터리 시장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미래 먹거리로 통한다. 완성차 업체 뿐만 아니라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미래먹거리의 사활을 걸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 될 것이란 전망에 배터리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려 현재 배터리 사업 시장 점유율 1위 고수는 물론 2위 업체와의 격차도 벌리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배터리 사업의 성패는 얼마나 투자에 속도를 내느냐가 관건이다. 투자자금 확보는 신설법인의 IPO(기업공개)를 통해 끌어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LG호학은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된 부분은 없으나, 추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수요 확대에 따른 시설투자 자금은 사업 활동에서 창출되는 현금을 활용하고, LG화학이 100%지분을 가지고 있어 필요할 경우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분할 배경은 배터리 사업의 실적 및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으로 판단했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 2분기 LG화학은 LG화학은 영업이익 5,716억원의 깜짝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당시 LG화학 경영진은 “2·4분기에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한 자릿수 초반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며 “앞으로도 흑자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LG그룹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LG그룹

 

글로벌 車 시장 전기차 지배 전망에 배터리 시장 1위 '굳히기' 돌입

현재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수주잔고 150조원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연간 3조원 이상의 시설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글로벌 경쟁력을 현재보다 더 끌어올리고 2위 업체와의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해선 대규모 투자자금을 적기에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SNE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5월까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LG화학이 24.2% 1위다. 뒤를 이어 중국의 CATL이 22.3%를 차지하고 있다. 격차는 1.9% 차이에 불과하다. 3위는 일본의 파나소닉으로  21.4%이다. 

전기차 시장의 고속 성장은 배터리 시장 성장과 맞물려 있다.에너지 시장조사기관인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는 지난 5월에 발행한 ‘전기차 전망 2020’에서 전 세계 신규 승용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이 2040년에는 58%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차량 2대 중 1대가 전기차인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25년 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160조원)을 뛰어 넘어 1,600억불(약 20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화학은 현재 약 150조원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2024년 배터리 분야에서만 30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배터리 생산 능력은 2023년까지 200기가와트(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LG화학의 배터리 분사는 1995년 배터리 개발에 착수한 지 25년 만이다. 故 구본무 회장이 불모지나 다름없는 배터리 시장을 개척한 데 이어 구광모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LG화학은 현재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가치 상위 20개 중 13개 브랜드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G화학은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포드, 볼보, GM, 르노, 현대차 등을 포함해 13개 브랜드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상위 20개 자동차 브랜드 중 65%에 LG화학의 배터리가 탑재되고 있다.

배터리 분사에 '개미'들 원성…증권가는 장밋빛 전망 

이번 LG화학의 배터리 분사를 놓고 증권가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면 LG화학 개미 주주들은 분사에 대해 강력 반발하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분사를 막아달라는 청원을 넣는 등 반발 조짐이 거세다.

증권가는 일단 미래적으로 배터리 분사가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물적분할 이후 기업가치 훼손요인은 없다"면서 "다만, 기존 주주입장에서는 인적분할 시 장점인  선택적 매매를 통한 LG배터리 지분 직접보유,  LG배터리의 빠른 상장에 따른 가치평가 정상화의 기회를 박탈 당했다고 심정적으로 느낄 뿐"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물적분할이 생존과 기업가치 측면에서 주주가치 상향에 걸림돌이 될 요인은 없다"고 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재무적투자자를 유치하거나 기업공개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물적분할이 효과적인데, 배터리 사업을 100% 자회사로 분사함으로써 환경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운신의 폭을 넓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낙관론에도 LG화학의 주가는 17일 주전일대비 6.11% 하락한 6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5일 종가 기준 51조2500억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은 이날 45조5300억원 기록해 이틀새 5조7200억원이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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