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ance & Core – 삶의 균형을 배우는 운동

2025-11-12     서정원 논설국장
서정원 논설국장. 하와이대 매스미디어학 박사

운동의 기본은 코어(core), 즉 몸의 중심을 잡는 것이다.

브릿지나 플랭크 같은 코어 운동은 겉보기엔 움직임이 거의 없어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근육이 긴장하며 끊임없이 일하고 있다.

몸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 일은 생각보다 깊은 집중과 인내를 요구한다.

코어를 안정시킨 다음 이어지는 단계가 바로 균형(balance) 운동이다.

두 발로 서 있다가 한쪽 다리에만 무게를 싣고, 다른 다리를 들어 올려 본다.

혹은 한쪽 팔과 다리를 동시에 뻗어보자.

이 단순한 동작을 하다 보면 깨닫게 된다.

균형을 유지하려면 코어가 필요하고, 코어를 잡는 이유도 결국 균형을 위해서라는 사실을.

운동을 하다 보면 문득 헤르만 헤세의 소설이 떠오른다.

그의 작품들은 언제나 **‘균형’과 ‘조화’**라는 주제를 다룬다.

《데미안》의 싱클레어는 선과 악 사이에서 흔들리다 자신만의 중심을 찾았고,

《싯다르타》는 금욕과 쾌락, 두 극단을 모두 경험한 끝에 강물처럼 흐르는 조화를 깨달았다.

반면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는 균형을 잃고 무너졌지만, 그 비극 속에서도 헤세는 결국 균형의 힘을 이야기한다.

헤세의 인물들은 삶의 모순과 혼란을 피하지 않는다.

그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그러면서 자기만의 중심을 세운다.

이 과정은 마치 코어 운동 후의 밸런스 훈련과 같다.

겉으로는 정적이지만, 내면에서는 끊임없는 조율과 싸움이 일어난다.

운동에서도 코어는 기초이고, 균형은 그 위에서 완성된다.

그래서 나는 인생에서도 ‘보수(BOSU)’ 운동을 떠올린다.

둥근 반원형 도구 위에 올라서면 바닥이 흔들리며 불안정해지지만,

놀랍게도 보수를 더 세게 흔들면 오히려 균형 잡기가 쉬워진다.

삶도 그렇지 않을까.

안정된 자리에 머물기보다, 때로는 스스로를 흔들어 봐야 한다.

그 흔들림 속에서 더 단단한 중심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Core for balance, balance of core.

균형을 위해 중심을 잡고, 중심을 위해 균형을 찾는 것 —

그것이 운동의 원리이자, 인생의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