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속이는자를 빗대어 바이블에선 '양의 옷을 입고 나오는 이리'라는 표현이 나온다. 본인의 신분이 발각되면 안되기에 일종의 신분 세탁이라고 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특히 상대방의 기밀이나 정보 등을 빼내거나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신분이 발각되선 안되는 상황에서 '양의 옷을 입은 이리' 같은 위장 전술은 어찌보면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당하는 입장에선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든 이들을 색출해야 한다.

만약 대한민국의 모든 정보를 다루는 국회에서 신분 위장자가 있다면 어찌될까.

실제 삼성전자 간부가 기자출입증으로 국회를 수시로 드나든 것이 확인됐다. 대기업의 경우 국정감사에 총수나 임권급 증인 채택 여부를 알아보거나 기업의 입장을 전하는 대관 업무 팀이 있다. 

대관 관련 출입증을 발급받으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삼성전자 대관 담담 상무는 기자출입증을 발급받고 아무런 제약없이 국회를 드나들었다.   

이 임원은 실제 국회에 등록된 한 언론사의 기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의혹과 관련해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삼성전자 부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후 계속 찾아왔다. 

류호정 의원은 “의원실의 확인 없이 삼성전자의 간부 한 사람이 매일같이 왔다”며 “출입 경위를 알아봤는데 한 언론사의 기자출입증을 가지고 들어온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국감에서 삼성전자 부사장의 증인 채택은 결국 무산됐다.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알고도 묵인한 걸까. 아님 개인 일탈로 봐야 할까. 삼성전자 측은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사과는 했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난 이후 사과 정말 진정성은 있는걸까. 소비자의 신뢰도를 먹고 사는 국내 굴지 대기업인 삼성전자이기에 씁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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