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단연 '꼭두각시'일 것이다. VIP를 빗댄 이 단어 속에 이미 작금의 정치적 공황이 예견됐다면 믿을 수 있을까?


먼저 단어를 분석해 보면 독자들도 충분히 공감 할 것으로 생각되기에 순수 한글인 이 단어의 뜻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꼭두'란 '꼭대기'라는 단어에서 변형된 단어로 맨 위쪽을 가리키는 방위적 의미와 여럿 중에 가장 우두머리를 뜻하는 상징적 단어로 구분된다. 상징적 의미 중 무엇이든 최고란 의미로도 쓰이는데 그 예로 "밤새 술을 퍼 마시고도 꼭두새벽에 출근한다"라고 말을 했다면 여기서 '꼭두'란 최고로 이른 새벽을 뜻하는 것이다. 좋은 뜻의 상징적 의미로 쓰인 예이기에 돋보이는 말이라 하겠다.

다른 의미로는 '꼭두각시놀음'이란 전통 놀이에서 유래된 쓰임새가 있다. 꼭두각시놀음은 여러 가지 해학적인 요소를 가진 인형(꼭두 군사)을 무대에 등장시켜 손으로 조종하여 피동적으로 움직이게 함으로써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민속놀이다.

과거 조상들은 이 놀이를 모티브로 하여 재미있는 표현으로 타인의 모양새를 지적해 왔다.

초기에는 누군가가 명명백백하게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조종되어 이용당할 때 비하하거나 동정하는 말로 사용하다가, 현대에 와서는 자의든지 아니면 타의에 의한 것인지를 떠나서 책임 있는 위치, 지위에 있는 자가 보는 이로 하여금 이해할 수 없는 판단과 비상식적인 행보, 자연스럽지도 합리적이지도 못한 행동이 보일 때, 다른 누군가의 이익과 목적을 위한 것으로 비춰져 비난을 표현하는 단어가 되어 버렸다.

그러므로 이것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없는 판단과 비상식적인 행보, 자연스럽지도 합리적이지도 못한 행동이 보이는 것'이 '꼭두각시' 노릇으로 보인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꼭두각시' 노릇하는 사람의 표현과 행보를 바라보는 시각적 차이는 당연히 개개인 다를 것이며 그 반응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여기서 우리는 현명한 사람과 우매한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

'꼭두각시' 같은 행동을 보이는 사람의 행보에 반대하며 옳은 충고를 했던 이들이 현명했다면, 반대로 복종과 아부로 면피에 급급했던 이들을 우매한 이로 평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새누리당은 국민 앞에 석고 대죄해야 한다!'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한 달간 정국을 마비시킨 최순실 사태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40년 지기' 최순실씨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만들어 엄청난 장난을 쳤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정부의 이례적인 지원과 700억~800억원에 달하는 대기업의 기부금(?)으로 설립됐는데, K스포츠재단은 오직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금메달을 위한 재단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알고 보니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최씨가 K스포츠재단 설립 하루 전에 만든 '더 블루K'가 K스포츠재단을 끼고 대기업을 상대로 각종 사업을 제안하고 다녔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한편 K스포츠 재단의 돈을 빼돌리려고 했다는 의혹과 평창동계 올림픽을 포함 각종 이권 남용이 제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회사의 실질적 관리자이자 최씨와 매우 가까운 것으로 추정되는 고영태씨는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봐주는 일을 제일 좋아한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테블릿PC에서 다량의 연설문(국가 기밀문서)이 나왔다.

온 나라가 국민들의 올바른 대표인 대통령의 정당한 통치를 받은 게 아니고, 그 뒤 막후의 지존에게 휘둘린 정황이 명백하기에 투표권자들이 치를 떨며 분노하는 것이다.

그밖에 그녀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및 부실 학사관리 의혹도 사회에 물의를 빚고 있다. 정씨에게 불리한 내용의 보고를 했다는 이유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무원 두 명이 강제로 명예퇴직을 당했다고 한다. 최씨는 교수며 공무원들까지 가리지 않고 막말은 기본이고 보복과 응징으로 힘을 과시했다는 것이다.

그녀에게 승마대회의 1등 입상자를 바꾸기나 공권력으로 사회단체나 기업을 응징하는 것은 별로 힘든 일도 아닌 취미에 가까웠으리라. 대통령을 앞세우고 펼친 지존의 무용은 사실, 짧게 정리하기에는 너무 많은 범죄와 문제 의혹들이 나와 있어 정리도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두각시라는 오명 속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말 한 마디를 남긴 뒤, 사태가 심각해져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JTBC의 심층 뉴스가 보도되는 당일, 급한 불을 끄듯 20일 만에 어눌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비난 일색인 미국대선 후보 '트럼프'조차도 언론에게 만큼은 응대를 하며 상황을 대처해 나간다. 무마하고 은폐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우리네 통수권자의 모습과 비교하면 제법 나아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기업인과 공직자 등의 권력자가 언론과 유권자의 감시를 받는 것은 민주국가의 기초 중의 기초란 상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박근혜 대통령도 이번만큼은 '태블릿 입수의 경위' 따위의 뻔한 공권력 남용, 언론탄압이 아닌 솔직한 대처가 필요한 것이다. 전 국민은 아닐지라도 자신을 믿고 그 자리에 올려준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와 사과를 언론을 통해 지켜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이명박, 박근혜 두 명의 한국 대통령을 겪으면서, 정치 감각이나 국정에 대한 의식은 물론 판단력도 업그레이드 된 모양새다.

그것은 칩을 바꾸면 운영체제가 일시에 달라지는 컴퓨터처럼, 대통령이라는 칩을 바꾼다고 한 나라의 의식 공산화가 일어나지는 않았기에 가능한 업그레이드이고 또한 민주주의의 숨결로 인한 발전이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강행, 검찰의 기자 기소, 청와대에서 문화체육부로 전달됐다는 연예인 '블랙리스트', 서울대 병원의 백남기 '병사' 사망진단서, 이화여대의 '최순실 딸 모시기'는 한국 사회의 모든 법과 제도가 통치자에 봉사하는 손발로 전락해 버린 참담한 현실을 보여주었고 우리는 그것들을 보았기에 깨달음을 얻었다.

'나라가 망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국민들이 모두 사망하는 것도 아니고, 전쟁에서 지는 것도 아닐 터이다.


국가의 구성요소 세 가지인 국민과 영토, 그리고 주권! 기본요건인 주권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장받지 못하고 비선실세로 부터 유린될 때, 대통령을 위시하여 법과 정부가 격을 갖추지 못하고 명예가 추락했음에도 이를 망각하고 오히려 뻔뻔스러워질 때, 국민은 고통 받으면서도 저항하지 않을 때, 그 나라는 망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국가가 망하는지 우리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노려볼 일이다.


정창곤 편집장 begabond57@daum.net 2016.10.3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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