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표 교육학 박사
최광표 교육학 박사

나는 자서전(自敍傳)에 대하여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나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했다. 시중 책방에 있거나 잘 알려진 자서전을 쓴 사람들은 대개 카네기나 故 정주영 회장과 같은 성공한 기업가, 간디나 故 김영삼 대통령과 같은 유명한 정치가, 아울렐리우스나 정약용과 같은 저명한 철학자, 맥아더나 채명신 장군과 같은 저명한 군인, 괴테와 같은 대문호나 서정주와 같은 저명한 시인, 그리고 현실 정치인들이 자기홍보 및 선거득표 목적으로 쓰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다가 내가 자서전을 쓰게 된 것은 “아름다운 인생학교(U3A: University of 3rd Age)”에서 ‘자서전 쓰기’ 강좌를 2018년 여름학기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듣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자서전 쓰기’를 수강하면서 궁금했던 것은 ‘자선을 왜 쓰는가’, ‘자서전을 어떻게 쓰는지’, ‘자서전을 어디에 활용하나’, ‘자서전을 쓸 자격이 있나’ 등의 네 가지였다. 이러한 의문은 자서전 쓰기 강좌를 통해서 충분히 해소되었다. 오히려 자서전 쓰기에 눈을 늦게 뜬 것이 아쉬웠고, 자서전을 쓰는 방법은 빨리 알면 알수록 일찍부터 살면서 경험하는 일과 생각을 체계적(體系的)ㆍ연속적(連續的)ㆍ종합적(綜合的)으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자서전 쓰기’ 첫 시간에 “첫 기억을 말해보라”는 질문과 “지금까지 살아온 사진 20장을 선택하여 가져와라”는 질문에 당황하면서 나에 관한 기록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첫 기억은 어린 시절에 겪은 일에 대해 생각은 어렴풋이 나는 데 나이를 기억할 수 없었고, 여행이나 각종활동 및 모임에서 찍은 사진이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난감하였다. 그러다가 연대, 나이, 일지(日誌), 가족사항, 사회환경을 기록하는 “나의 생애연대표”를 작성하면서 조금씩 연결시킬 수 있었다.

‘자서전 쓰기반’ 강좌를 통해서 자서전 쓰기에 대한 오해와 편견과 고정관념이 해소되고 나서 나는 자서전 쓰기 교재에서 요구하는 숙제를 처음에는 마지못해서 단답형으로 작성하다가, 강사님으로부터 “글감을 찾아 낼 수 있도록 서술식으로 작성하라”는 조언을 듣고부터, 나름대로 기억을 최대한 살려서 수업진도에 맞추어서 성의 있게 작성을 하였다. 그리고 자서전을 쓰는 이유에 대하여 여기저기서 파악한 결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를 알고 나서 자서전 작성의 필요성을 더욱 공감하게 되었다. 첫째, 자서전을 쓰면 내가 누구인지를 인식(認識)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쏘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하였듯이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중요하다. 자서전쓰기를 통해 내 인생의 주인공인 내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할고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시켜서 설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서전은 자신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그 삶의 흔적과 조각을 맞추어서 글로 적은 것이기 때문에 자기자신을 효율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데 공감한다. 둘째, 자서전을 쓰면 나 자신과 화해하는 치유효과(治癒效果)가 있다는 것이다. 자서전은 누구에게나 속 편히 말하지 못했던 내 삶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함으로서 속마음을 털어 놓은 후련함을 느끼고, 자신의 감정을 외부로 분출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자서전 쓰기를 통해 나와 화해하는 심리적 치유가 가능했다. 셋째, 자서전을 쓰면 후손들에게 물려줄 정신적ㆍ문화적 유산이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산은 물적자산(物的資産), 인적자산(人的資産), 지적자산(知的資産)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자서전은 지적 자산의 하나로서 긴 시간,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살아 온 삶을 글로서 정리한 것으로 후손들에게 값진 유산이다. 그러기 때문에 요즈음엔 자식들이 부모님의 칠순이나 팔순 선물로 자서전을 출간해 드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와 같이 자식들은 자서전을 통해서 부모님의 지혜(智惠)와 정신(精神)을 이어 받을 수 있다.

나의 자서전 구성은 크게 인생의 시작, 미래의 준비, 관계의 형성, 활동의 흔적, 그리고 인생의 후반 등 다섯 개의 장으로 구분하여 작성하였다. 제1장 미래의 준비에는 나의 출생과 관련하여 집안 내력과 태어난 이야기를 썼고, 제2장 미래의 준비애서는 어린시절의 기억과 학창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썼으며 제3장 관계의 형성에서는 결혼생활과 부모역할에 대하여 썼다. 제4장 활동의 흔적에서는 직장생활, 사회활동, 취미생활, 봉사활동, 그리고 종교생활에 대하여 썼고, 제5장 인생의 후반에서는 정년퇴직의 생활과 인생학교에서의 평생교육 활동에 대하여 썼다. 자서전을 쓰면서 보람이 있었던 점은 ‘자서전 쓰기반’ 수강을 통하여 자서전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버릴 수 있었고, 단편적으로 산만하게 흩어져 있거나 사라져가는 나의 삶의 흔적과 기억과 생각들을 정리함으로써 그 동안의 나의 삶이 헛되지 않았을 일깨워주고,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나름대로 열정적인 삶의 흔적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나의 삶이 나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부모, 형제, 자녀, 친지, 학우, 동창, 지인, 동료, 은사, 직장상사 등 많은 사람의 지원과 도움과 협력을 통해 이루어졌을 느끼며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게 되었다.

자서전 쓰기를 마치면서 느낀 소감을 종합적으로 정리해보면 첫째, 자서전은 자신의 인생 여정을 되돌아보고 미래의 인생의 방향을 재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빨리 쓸수록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자서전은 전통적으로 가문별로 전해내려 오는 족보를 대신할 개인별 인생사(人生史)의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자서전은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쇠퇴하기 때문에 늦어도 75세 이전에 쓰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넷째, 자서전은 자기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자부심(自負心)과 자신감(自信感)과 자존감(自尊感)을 높여주는 효과적 글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째, 자서전을 쓰면 살아오면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을 상기할 수 있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아무튼 소소하면서도 내가 한 편생 살아왔던 삶의 경험과 흔적을 모아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정체성을 되찾고, 문서화된 지적유산(知的遺産)을 만들게 되어 자부심(自負心)과 자신감(自信感)과 자존감(自尊感)의 향상과 더불어 삶에 대한 성취감(成就感)과 만족감(滿足感)과 행복감(幸福感)을 더욱 느끼게 되었다. ‘하얀성의 주인이 되어’라는 제목을 붙인 삶의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이 자신에게는 삶의 의미와 보람을 되찾는 기록이 되고, 가족에게는 내가 살아온 삶의 열정과 노력을 공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평범하게 태어나 평범한 사람으로 평범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개인들의 자서전 쓰기가 더욱 일반화ㆍ대중화ㆍ활성화되어 미지의 후손들에게 한 시대를 살아왔던 기성세대들의 시대정신을 전달하는 세대적ㆍ정신적ㆍ문화적 전통과 유산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시사프라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