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라쓰’를 일본어로, ’템빨’을 대만어로, 존댓말을 프랑스어로”
“’이태원 클라쓰’를 일본어로, ’템빨’을 대만어로, 존댓말을 프랑스어로”
  • 김종숙 기자
  • 승인 2021.12.09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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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테인먼트 영미권/프랑스/태국/중화권 담당
현지화 리더들이 밝힌 성공하는 웹툰 번역 노하우

[시사프라임/김종숙 기자] 한국의 로맨스 판타지 장르를 글로벌 독자들에게는 어떻게 소개해야할까. MZ세대가 사랑하는 웹툰 ‘템빨’의 타이틀을 태국어나 프랑스어, 중화권 언어로도 표현할 수 있을까. ‘이태원 클라쓰’ 속 대사 “원래 술은 아버지에게 배우는 거야”의 속뜻을 저마다 각양각색인 세계 문화권에 제대로 전달하는 방법은 또 무엇일까.

웹툰이 북미 시장과 중화권, 아세안 등에서 인기몰이 중인 가운데 글로벌에서 성공하는 현지화 노하우를 엿볼 자리가 마련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대표 이진수, 김성수)와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곽효환)이 공동 주관한 ‘제2회 문화콘텐츠 번역 심포지엄’이다. 비대면 토크쇼 형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는 천재이승국 채널로 잘 알려진 유튜버 이승국 진행 아래 이재원 글로벌 로컬리제이션팀장, 영미권 리더 레티샤(Letitia Wells), 프랑스어권 리더 미아(Mi Lee), 중화권 리더 심정(Jing Shen) &셀리나(Chia Chun Ou), 태국 리더 낫(Sutthitham Natnaree) 등 세계 각국에서 모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현지화 리더들이 함께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웹툰 현지화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기회여서 큰 의미가 있다. 의성어/의태어 사용 빈도, 존댓말 유무, 종교 등 각국 특색을 세심히 고려한 현지화는 웹툰의 세계 진출을 이끌 주요 아젠다로 부상 중인데, 미국, 일본, 프랑스, 아세안, 중화권 등을 아우르는 국내외 현지화 인력 100여명을 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다국어 번역 업체 키위미디어컴퍼니를 인수하는 등 현지화 작업을 업계 최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현지화는 작품을 직관적으로 전할 타이틀을 다듬는 작업부터 시작된다. 가령 주인공이 아이템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템빨’은 영미권 등에서는 ‘Overgeared’로 번역돼 있지만, 대만에서는 ‘장비꾼’으로 의역돼 현지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현지 정서에 맞춰 제목도 현지화하는 경우도 있는데, 일본 도쿄의 번화가 롯폰기 이름을 빌려 ‘롯폰기 클라쓰’로 나간 ‘이태원 클라쓰’가 대표적이다. 바뀐 타이틀을 바탕으로 각국 독자가 선호하는 색깔과 글자체 등을 고려해 로고 역시 새로 만든다.

제일 중요한 과제는 한국적 표현이나 의성어/의태어 등을 현지화하는 작업이다. 현지에 한국적 표현과 정확히 대응되는 단어나 문장이 없을 경우, 각 문화권에 가장 잘 흡수될 수 있는 비슷한 뉘앙스의 표현을 찾는다. 예를 들어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를 자랑하는 로맨스 판타지 ‘록사나: 여주인공의 오빠를 지키는 방법’은 영미권에는 ‘비극적 로맨스 소설’로 알려진 반면, 태국에는 현지에서 널리 통용되는 ‘다크 로맨스’로 소개됐다. 또 ‘이태원 클라쓰’ 주인공 박새로이의 “재벌 2세는 양아치 짓 해도 되는 거냐”는 대사는 영어로 ‘돈이 많은 부자의 자녀라고 해서 나쁘게 행동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뉘앙스의 표현으로 갈음됐다. 한국에서 통용되는 재벌의 함의와 전체 문장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존댓말이 존재하지 않는 때에도 본래 대사와 상황 결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의역이 이뤄지는데, 예컨데 “반말하지 마시고”를 프랑스어로는 “무례하게 굴지마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똑같은 “퀭”이라는 의성어여도, 뉘앙스를 고려해 하나는 Depressed(우울한)으로 번역하고, 다른 하나는 Exhausted(지친)로 번역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로컬리제이션팀은 웹툰/웹소설에 자주 쓰이는 이 같은 용어와 의성어/의태어에 관한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현지화를 진행하고 있다. 인종과 종교, 젠더 측면에서 차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용어나 상황들을 미리 세심하게 살펴보고, 수정하는 것 또한 현지화팀의 주요 작업 가운데 하나다.

이재원 로컬리제이션팀장은 “현지화에는 웹툰에 깊은 애정을 가진 세계 각국의 인재들이 참여하고 있고, 이를 통해 작가님이 의도하신 메시지가 글로벌 독자에게 오해 없이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글로벌 독자가 돈을 내고 보고 싶은 양질의 현지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로컬리제이션팀의 인터뷰를 담은 해당 심포지엄 영상은 한국문학번역원 유튜브 채널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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