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진 기자
고문진 기자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영화 쇼퍼홀릭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백화점 카드 반액 할인은 캐시미어 코트 같다. 처음엔 진짜 좋은 친구 같지만, 자세히 보면 진짜 캐시미어가 아니다. 겨울이 오면 알게 된다. 그 코트는 친구가 아니라는 걸, 상표를 잘 봐야 한다. 내가 뭘 선택하게 될지”

주인공 레베카가 백화점 반액 할인 행사에 가서 수많은 인파를 뚫고 유명 브랜드의 캐시미어 코트를 집어오는데 집에 와서 ‘95% 아크릴, 5% 캐시미어, 중국제’라고 적혀진 라벨을 본다. 이때 주인공이 느끼는 허탈감이 당당치킨을 취재한 기자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연일 치솟는 물가에 남녀노소 호불호 없는 대표 서민 음식이었던 치킨 역시 ‘서민 음식’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부담스러운 메뉴가 된 지금, ‘(후라이드 기준) 1마리 6,990원’짜리 당당치킨의 등장은 반갑지 않을 수 없었고 정말 모든 면에서 서민을 위한 착한 상품이길 바랐지만, 취재 과정에서 드러나는 구조적 허점과 부정할 수 없는 마케팅의 거품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의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비단 당당치킨만의 일인가, 우리네 삶 속에 만연한 위선. 링컨의 민주주의 정부 기본 원칙을 살짝 인용해본다. ‘서민의, 서민에 의한, 서민을 위한 경제’는 시장 경제의 구성과 활동 모두 서민이 참여하는, 서민을 위한 것임을 기업은 명확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은 서민을 분류하는 범주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치킨 한 마리를 사기 위해 달려오는 고객도 서민이지만, 한정된 인원과 조리 도구로 출시 한 달여 만에 32만 마리의 닭을 튀겨 판매한 현장 노동자 역시 서민이다. 그들은 지금도 이 무더위 속에 들끓는 기름 앞에 서서 1분에 5마리꼴로 닭을 튀기고 있고 고객들의 원성을 현장에서 직접 듣는 입장 역시 그들의 몫이다. 프렌차이즈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몸살을 앓는 중이라는 고위 관계자들과 현장 노동자들을 놓고 봤을 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누가 더 힘든 입장일까? 아무리 고통은 상대적인 영역이라 해도 말이다.

기업 운영에 마케팅의 필수불가결함을 모른는 바가 아니지만, 분명 모두의 입장을 반영한 보다 착한 마케팅은 불가능의 영역이 아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실수가 있기 마련이고 모든 면에서 늘 완벽을 유지할 수는 없지만 끊임없이 현장 노동자와 고객 즉, '모든 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보다 나은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분명 착한 기업의 선순환은 이뤄질 것이다. 노동자의 애사심으로 매장이 돌아가고 고객의 호반응으로 지갑이 열릴 때 수익이 창출되는 단순하고도 당연한 구조를 모르지 않을 텐데 왜 자꾸 서민을 '위하는 듯' 친숙하게 다가와서는 결국 '95% 마케팅, 5% 여론, 미끼상품' 이라는 택을 보고 실망하게 하는 것인가.

위선의 시대를 이끄는 걸 넘어서 선동하는 처지가 되지 않으려면 적어도 "기업 노동자에 관한 도덕적 규범이나 규칙, 높은 가치관으로 대중과의 관계에서 정직하고 정당한 행동 실행을 유지해야 한다"는 기업윤리의 기본부터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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