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21. 경기 수원시 소재 엘리웨이 광교 두수고방에서 오뚜기 신제품 '두수고방 컵밥·죽' 출시 기념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고문진 기자)
경기 수원시 소재 엘리웨이 광교 두수고방에서 진행한 오뚜기 신제품 '두수고방 컵밥·죽' 출시 기념 행사 (사진=고문진 기자)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지난 21일 오뚜기와 두수고방이 협업하여 선보인 ‘두수고방 컵밥(4종)·죽(4종)’ 출시 기념행사에 참석해 신제품을 맛보고 와서 감회가 새로웠다.

한때는 필요 반·선택 반으로 채식인의 삶을 살아가며 나름의 고충을 겪은 입장에서 채식간편식의 출시는 언제나 반가운 소식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채식의 주요 장애 요인으로 47%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건 '식사 준비의 번거로움'이었다. 다음으로 '식품의 다양성 부족', '영양상 문제' 등이 뒤를 이었다.

 

비건식품 구입시 고려요인. (이미지 출처=한국농수산유통공사)
비건식품 구입시 고려요인 (그래프 출처=한국농수산유통공사)

통계를 봤을 때 이번 오뚜기의 신제품은 전자레인지만으로도 조리가 가능한 간편식, 사찰 음식이라는 희소성 있는 메뉴 선택으로 채식의 주요 장애 요인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채식인들의 만족도가 제법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어 '재료/원료가 좋은지'에 대한 항목의 경우 두수고방 나물 제품에는 국산 나물이 들어갔기에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일 행사에서 오경순 셰프도 "가공식품의 한계점을 감안하고도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맛과 식감을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제조사/브랜드가 믿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는 개인적으로 이번 행사 취재 전까지 제대로 접해본 적 없어서 부끄럽지만 오뚜기에도 채식 라인이 있다는 점을 몰랐다. 하지만 괜히 '갓뚜기'라는 단어가 붙었겠는가 라는 생각과 동시에 그래서 더욱 매의 미각으로 신제품 시식에 집중했다. 요모조모 따질 것 없이 뭐니뭐니해도 음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맛 아니겠는가. 아무리 간편하고 희소성 있어도 맛이 없으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오뚜기 신제품 '두수고방 컵밥·죽' 출시 기념 행사에서 시식한 왼쪽 상단의 두수고방 흑임자죽과 왼쪽 하단 산채나물비빔밥 (사진=고문진 기자)

당일 행사장에서 기자가 맛본 제품은 흑임자죽, 수수팥범벅, 산채나물비빔밥이었다.

흑임자죽은 에피타이저로 나왔는데, 가공식품이지만 생각보다 고소하고 극강의 단맛이 나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수수팥범벅의 경우 식후 디저트로 나왔는데 수수 알갱이의 톡톡한 식감은 좋았으나, 팥은 통조림 단팥의 식감과 단맛이 강해 전반적으로 조금 건강한 느낌의 팥 통조림을 먹는 느낌이라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당일 메인이었던 산채나물비빔밥. 우선 생각보다 나물의 원형이 잘 보전되어 있어서 놀랐다. 오뚜기 컵밥이 타사 컵밥에 비해 건더기 크기가 비교적 실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이번 제품에서도 특유의 실함을 잘 담아낸 것 같다. 식감 역시 물컹하지 않고 적당한 텐션을 유지하여 씹는 맛이 있다. 동봉된 양념의 경우 이미 나물에 간이 베어 있어 양념장을 넣을 때 기호에 맞춰 조절이 필요하다.

맛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되므로 기자의 리뷰가 객관적 지표가 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며 이날 시식의 총평은 "종종 내 돈 주고 사 먹을 의향이 있음"이었다. "비싼 돈주고 식당가서 맛 없는 비빔밥을 사 먹느니 더 저렴한 가격으로 퀄리티 괜찮은 이 제품을 사먹겠다"는 오경순 셰프의 말에 공감하는 입장이다.

 

왼쪽은 오뚜기 채식라면 채황, 오른쪽은 헬로베지의 채소가득카레·채소가득짜장 (사진 출처=네이버 이미지)

오뚜기는 2019년 채소라면 '채황'을 선보인 이후 비건 전문 브랜드를 론칭, 대체 수산물 시장에 뛰어드는 등 채식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향후 오뚜기는 종합식품기업으로서의 역량을 활용해 채식 포트폴리오를 강화, 비건 시장의 대중화를 위해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지난 4월 100% 비건 재료만을 사용하는 비건 전문 브랜드 '헬로베지(Hello Veggie)'를 론칭, 첫 제품으로 '채소가득카레'와 '채소가득짜장'을 선보였다. 채식주의자와 채소의 의미를 담은 'Veggie'를 넣어 건강한 식품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소비자들의 '안녕한' 비건 라이프에 기여하겠다는 오뚜기의 의지를 담았다. 헬로베지 브랜드의 전 제품은 영국 비건 소사이어티의 인증을 받은 제품들로만 구성, 믿고 먹을 수 있는 비건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채소가득카레·짜장은 국내 레토르트 카레·짜장 최초의 비건 인증 제품으로, 육류 대신 8가지 자연 유래 원물을 듬뿍 넣어 담백하고 순한 맛과 풍부한 식감이 특징이다. 2종 모두 전자레인지 조리가 가능한 스탠딩파우치 제품으로, 이번 두수고방 죽 4종과 마찬가지로 건강함을 편리하게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제품이다.

최근 오뚜기는 소비자 니즈에 맞춰 기존의 채황을 리뉴얼하고 헬로베지 브랜드를 적용해 새롭게 선보였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깔끔 담백한 국물맛 강화, 면의 쫄깃함이 오래 지속되도록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마늘과 고추 함량을 늘려 개운하고 매콤한 맛이 한층 더해졌다는 제품 소개가 있었다.

평소 마늘과 청양고추의 알싸하면서 시원한 그 맛을 좋아하는 기자가 채황의 제품 소개가 흥미로워 찾아보니 대형마트 온라인몰에서는 주문이 어려웠다. 오뚜기몰이나 각종 온라인플랫폼에서는 구매가 가능하지만 일반 라면에 비해 구매처가 많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다. 수요가 많지 않은 탓일까?

 

식물성 원료 콩단백으로 만든 언튜나(UNTUNA) (사진 출처=네이버 이미지)

또한, 오뚜기는 지난 6월에는 식물성 원료인 콩단백으로 만든 '언튜나(UNTUNA) 식물성 비건 참치'를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해당 제품은 오뚜기의 사내 스타트업 '언피스크(UNFISK109)와 오뚜기SF 등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대두단백을 가공하고 기름을 카놀라유로 바꾸는 등 100% 식물성 성분을 사용, 동물성 원료 일절 사용하지 않고도 참치의 맛과 식감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언튜나 제품의 경우 크라우드 펀딩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단순 판매를 넘어 제품 개발 스토리를 효율적으로 전달, 소비자의 피드백을 즉각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펀딩 목표치 대비 2,247%의 달성률을 기록하며 대체식료품의 가능성을 충분히 어필했다.

기존 참치 통조림 제품 대비 열랑 50%, 나트륨 함량 10% 가량 낮춰 부담이 덜하고 유통기한이 긴 통조림 형태로 출시돼 보관과 휴대가 용이한 것도 장점이다. 채식인의 외식은 추구하는 채식 형태에 따라 일반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찾는 게 쉽지 않아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제품은 통조림으로 휴대가 가능하니 외출의 두려움을 덜어주는 효자 아이템이 될 수 있겠다.

아쉽게도 미리 물량공수에 성공하지 못한 기자는 앞서 설명한 제품군을 맛보지 못했지만, 먹어본 주변 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대체적으로 "생각보다 맛이 괜찮다" 라는 평이었다. 하지만 가성비를 고려했을 때, 필요 혹은 선택에 의해 채식인의 삶을 사는 쪽이 아니라면 일반 라면과 카레·짜장, 참치를 사먹겠다는 의견 역시 뒤따랐다.

"일차적으로 소비자의 시장 인식 구조가 바뀌고 후에 채식의 수요가 많아지면 그제서야 대체식료품 판매가 상승세를 보일 것이다"라는 업계 관계자의 말이 있었다. 그는 모든 아이템이 마찬가지라며 소비자의 시장 인식 구조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찾는 이가 늘어야 제품 생산 라인을 확대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제품 단가가 합리적으로 조정되어 보다 친근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유통구조.

기자가 5년 전 영화 '옥자'를 본 이후 잠시 선택적 채식인의 삶을 살아갔을 때와 지금 우리나라 채식 시장을 비교하면 훨씬 커졌고 손 쉽게 채식식료품을 접할 수 있는 구조로 발전했다. 채식을 선호하고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며 시장 인식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긍정의 신호를 담고 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이번 오뚜기 신제품을 통해 작게는 간편식의 프리미엄화, 크게는 우리나라 채식산업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미 사찰 음식의 산업화로 대외적인 성과를 거둔 대한민국에서 '건강하면서도 편리하게, 집에서 즐기는 사찰 음식'이라는 코드의 상용화를 실현한다면, 인종에 관계없이 '채식의 다양성'을 제대로, 그리고 성공적으로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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