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줄이기에 혈안 되어 업무 분담 없는 구조.…고객의 클레임은 고스란히 배송기사 몫
물가와 차량 유지 비용 상승에 줄어드는 수입.…“조용히 사라진 야간수당과 하루 2시간씩 대가 없이 일하는 합적에 대한 대가를 요구한다"
쓱닷컴 성장에는 배송노동자들의 노력 포함.…사측 “노동자로 정당하게 대우하고 시설개선에 나설 것"

 

22.09.29.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가 29일 오전 11시 SSG.COM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고문진 기자)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온라인배송지회(이하 마트노조)는 29일 오전 SSG.COM(쓱닷컴) 본사 앞에서 쓱닷컴에 NEO센터 온라인배송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마트노조의 주요 요구사항은 ▲운송사 감독 ▲운송료 현실화 ▲휴무 보장 ▲정시출차 보장 ▲중량물 제안이며, 추가로 현재 진행 중인 ▲무분별한 변제 금지 ▲일방적 근무 일수 축소 중단 ▲입차 통제 중단을 요구했다.

 

22.09.29. 취지발언하는 온라인배송지회 이수암 지회장. (사진=고문진 기자)

온라인배송지회 이수암 지회장은 "1·2차에 이어 3차 운송사까지 이어지는 복잡한 계약구조 속에서 배송노동자의 권리는 사라지고 없다"며 "권리라고는 그만둘 권리밖에 없다고 했던 한 노동자의 말이 생각난다. 그만둘 권리조차 손해를 보면서 그만둬야 행사할 수 있는 권리"라며 쓱닷컴 김포네오몰의 고질적인 문제를 제기한다며 운을 뗐다.

물류센터에는 상품을 피킹하는 사람과 피킹된 상품을 바구니에 담는 슈터가 있다. 배송노동자들은 피킹 과정과 슈터의 손을 거쳐 정리된 상품 박스를 최종 확인해서 차량에 싣고 고객에게 배송하는 일을 한다. 이 과정에서 상품누락이나 파손 등 이상이 생겨 반품되면 변제가 발생하는데, 문제는 배송기사는 포장과정에 관여하지 않기에 만지지도 않은 상품들임에도 고객의 클레임이 들어오면 이에 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라는 점이다.

네오물류센터 최경건 조합원은 "변제 사실을 미리 고지하지 않고 1-2달 후에 운송료명세서를 보고 알게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서명을 받은 후 변제를 진행하는 게 원칙이지만, 절차를 무시하고 해버리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무분별한 변제에 대해 지적했다.

이어 고객의 요청에 의해 부재봉투(종이백)에 포장했다가 신선도를 이유로 반품하는 경우, 물건을 배송한 위치가 애매하다는 이유 등 반품으로 이어지는 고객의 변심 사유는 다양한데 이 다양한 경우의 수로 인한 무분별한 변제는 고스란히 배송기사들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피킹과 슈터 인원을 물량에 맞춰 적절히 배치해야 배송노동자들의 업무 분담이 확실해지고 파생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수차례 운송사에 얘기했지만, 지금껏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며 시설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22.09.29. 왼쪽은 피킹·패킹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바구니. 오른쪽은 과도한 중량물. 두 사례 모두 해결은 배송노동자들의 몫이다. (사진=고문진 기자)

또한, 최근 일부 구역에서는 주 5일로 근무시간이 변경됐다는 운송사의 통보를 받았다며 일방적 근무 일수 단축을 언급했다. 주 6일만큼의 일을 하는 배송노동자들이 갑자기 주 5일로 근무 일수가 단축되면 일주일에 하루씩, 한 달간 4일의 임금이 삭감되는 것이다.

휴무가 보장되지 않는 부분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업무 중 다친 기사나 센터 시설 미비로 다친 기사는 유급휴무가 보장되어야 함에도, 배송노동자들은 무조건 주 6일에 빨간 날도 일을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월급 변동 없이) 주 5일제를 고정하거나, 최소 국경일이나 명절에 일할 시 기본급의 150%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네오물류센터 정보근 조합원은 입차 통제 중단을 촉구했다. 매일 저녁 9시경 김포 네오센터 부근은 대로변에 방치된 배송 차량으로 인해 교통혼잡이 발생, 이로 인해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야간배송기사들의 경우 센터 밖에는 쉴 공간이 없고 센터 내에 주차공간이 충분하지만, 센터 입차 통제로 인해 정해진 시간이 되기 전에는 들어갈 수 없는 구조. 이에 차량은 대로변에 방치되어 있고 근처 물류센터 및 현대아울렛 쇼핑 고객과 직원들, 납품 기사님들과 섞여 매일 교통마비로 클락션과 욕이 난무하며 싸우는 일상이 반복된다고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했다.

이어 "과한 통제로 인해 출차시간이 늦어지면 배송시간을 맞추느라 과속과 신호위반이 불가피하다.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마트와 운송사는 서로 책임을 회피한다. 결국 사고로 인한 모든 부담은 우리가 져야 하는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네오물류센터 서태일 조합원은 운송사가 쓱닷컴의 이미지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지도 감독할 것에 대해 강력히 촉구했다.

 

22.09.29. 사진 자료를 설명하는 네오물류센터 서태일 조합원. (사진=고문진 기자)

2019년 12월부터 2021년 4월까지 과로사 2명, 차량사고 사망 2명, 인사사고 사망 3건으로 피해자가 발생했고, 올 4월에는 전복 사고가 한 달 새 3건이나 발생했다. 그 중 한 기사는 3개월의 장기 투병 중이고 그 외에도 수많은 인명 피해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이마트와 물류사는 위로 한마디 없이 기사에게 계속 달릴 것을 강요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운송사가 바뀌면 3개월 만에 다시 지입보증금을 물어야 하고 새로 온 기사에게는 시세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받고 파는 등 이마트 내의 물류사 횡포에 분노가 치민다며" 개탄했다.

마트노조 측은 "현장 관리자와 수없는 대화를 시도했으나 본사가 결정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본사의 책임 있는 담당자와의 대화를 요구한다"며 이어 "배송노동자들이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잘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 쓱닷컴이 우리의 요구를 받아 회사와 배송노동자들이 잘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쓱닷컴 관계자는 "배송 협의체를 정례화해 근무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며 지속적으로 배송기사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있다"며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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