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내고 있다.

11일 헌법재판소는 지난 66년 동안 유지됐던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20년까지 낙태죄 법조항이 개정되지 않으면 낙태죄 규정은 폐지된다.

헌재의 이번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은 7년 전과 정반대의 결과다. 이날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위헌’을 외치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지만, 천주교는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형법 제269조 1항과 제270조 1항)의 위헌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헌법 소원에 대해 11일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린 것과 관련 “수정되는 시점부터 존엄한 인간이며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존재인 태아의 기본 생명권을 부정할 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 고착시키고 남성에게서 부당하게 면제하는 결정”이라고 평했다. 낙태는 태중의 무고한 생명을 직접 죽이는 죄이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는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는 변함이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태아의 기본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존중, 성의 재생산권 보장 등 인식과 가치관의 차이 등을 두고 이번 헌재의 판결에 대한 찬반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헌재의 결정을 두고 생명경시풍조가 더욱 만연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쪽에서는 이번 판결 또한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 고착시키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헌재의 이번 판결은 그동안 원치 않는 임신 등으로 고통받아온 여성들에게는 그나마 작은 위로가 되는 결정이라고 본다. 물론 본인이나 배우자의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전염성 질환, 근친상간이나 강간에 의한 임신 등에 한해서 제한적으로 낙태가 허용되기도 했지만 사실 이마저도 본인이나 배우자 동의가 있어야 하며, 강간·준강간에 의한 임신일 경우에도 임신 당사자가 피해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한계에 부딪혀야 했다.

낙태죄가 폐지된다고 해서 낙태가 무분별하게 행해질 것이라는 우려는 일단 넣어두었으면 한다. 어쩌면 음성적으로 행해졌던 일들이 합법적인 일이 된다면, 외려 자신들의 행동과 결정에 더욱 신중해질 수도 있는 문제다. 무엇보다 낙태죄의 찬반을 떠나 잘못된 성문화에 대해 바로잡는 각계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어느 누구도 자신의 태에 품은 생명을 포기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낙태를 쉽게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 누구에게라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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