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에스법률사무소 조장곤 대표
포에스법률사무소 조장곤 대표

변호사를 하면서 여러 피해사례를 경험하지만 제 경우 소수주주 분들이 호소하는 억울함을 접할 때가 많습니다. 최근의 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느 회사가 ‘돈 되는 자회사를 인수하였다. 4차산업에 관련된 새로운 시장에 참여한다. 거액의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는 현란한 내용의 공시와 언론 홍보를 보고 투자한 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지배주주이기도 한 회사 대표이사가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 자회사를 매각하고, 물품공급계약은 해지되었습니다. 진출하겠다던 사업 분야에서도 ‘주요 영위 사업에 집중하겠다’며 관련 회사를 청산합니다. 물품공급계약에 관한 공시를 보니 해외에서 매출액의 몇백프로의 큰 금액을 수주하였다는 공시는 실은 양해각성 체결에 불과하였던 것인데, 공시 제목과 내용도 사실과 다릅니다.

한편 그 와중에 불과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주식양수도 계약,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최대주주가 3번이 바뀝니다. 일반적으로 “최대주주의 변경”은 경영진을 포함한 조직구조과 사업의 방향성까지 바꾸기도 하기 때문에 회사의 실적이나 경영안정성 측면에서 중대한 요인일 수밖에 없는데, 정상적인 회사라면 이럴 수는 없는 거지요. 특히 잠시 최대주주의 지위에 있었던 주주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차입을 통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도 하고, 최대주주가 바뀌는 과정을 공시하지 않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이 되는 등, 말 그대로 다이내믹한 3개월입니다. 투자자는 큰 손실을 보았고,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이 금지하는 ‘증권 매매를 유인할 목적으로 중요한 사실에 관하여 거짓의 표시 또는 오해를 유발시키는 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였음을 이유로 형사고소와 소송을 준비합니다.

주식투자의 책임은 투자자의 몫입니다만, 투자자로서는 기업에 관한 정보를 공시와 언론기사를 통해 파악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언론이 기업에 관한 광고성 기사를 게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거래소에 실리는 공시가 기사의 출처가 된다는 점에서 공시의 정확성은 무척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과 코스닥시장 공시규정을 마련해 두고 시장상황에 맞게 꾸준히 개정해 나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코스닥 시장의 공시 건전성 향상을 목적으로, 공시대리인 지정을 허용하고, 불성실공시 가능성이 높은‘고위험군 기업’을 선정해 해당 기업들에 대한 공시의무 관련 방문교육 및 주의사항 사전점검을 실시하는 한편, 불건전 공시에 대한 조치를 강화하여 상습・고의적으로 공시의무 위반이 반복되는 기업에 대해 상장적격성 심사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이 승인되기도 하였습니다.

앞서 사례에서 회사는 양해각서(MOU) 정도를 체결하여 놓고는 전년도 매출액의 400% 이르는 국가 기간 산업 분야의 공급계약을 체결하였다고 공시하여 놓고는 대주주가 지분을 판 이후 계약이 해지되었다 공시하고, 신규사업 진출을 위해 자회사를 설립한 부분 역시 개시와 철수의 시기 신설 법인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신규 시장 진입 후 고군분투하였지만 시장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철수한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사업을 제대로 해 볼 의지 없이 주가 부양을 위한 테마주 소재로 투자자의 매수를 유인하려 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과장 내지 허위로 투자자를 유인하거나 미공개정보를 이용하거나 시세를 조종하는 증권 관련 자본시장법위반의 범죄들은 시장 거래자들이 범하기 쉬우면서도, 처벌되는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 특성이 있습니다. 처벌되더라도 범행으로 인한 수익의 은닉도 용이하고, 수사기관에 의한 범죄 수익의 보전과 피해자에 대한 환급도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한마디로 ‘남는 장사’가 된다는 생각을 갖기 쉽다는 거죠. 한편, 가끔은 시장 관행과 경위 등을 고려할 때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계적인 법집행을 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엄정하고도 유연한 법집행과 공시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더욱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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