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으로 풀어야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연내 3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고, 한일 갈등은 여전하다. 경기는 침체일로이고, 아프리카돼지열병까지 발생했다. 

앞으로 국회에서 민생입법 처리가 안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조국 사태'가 한 달여 이상 나라를 뒤흔들며 '국력 소진 블랙홀'이 되고, 이제 임계점에 온 듯하다.  

어제 ‘조국 대전, 긍정 평가하는 호남’ [설명서]를 쓰면서, 전국적으로 지지도가 하락세인 가운데 호남지역만 유일하게 높은 이유로, “첫째, 문재인 대통령이 필요하다.(효용성) 둘째, 5.18 경험과 훈련이다.(상식) 셋째, 문재인 대통령 지지한다. 넷째, 의혹일 뿐, 검찰 수사결과를 보자.” 라며, 4가지를 들었다. 

원칙과 일관성에 근거한 임명권자의 결단으로 주사위는 던져졌지만, 검찰의 유례없는 표적수사로 인한 광풍은 여전하고 사실 확인 없이 도배되는 뉴스들과 무분별한 폭로전으로 점철된다. '조국 장관'으로 대변되는 ‘검찰(사법) 개혁’에 대한 거센 저항이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까지 흔드는 모습이다.

23일 조 장관 방배동 자택에 대한 검찰의 장시간 압수수색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4일 실시했다는 리얼미터 여론조사(전국 501명이 응답, 6.2%의 응답률)는 조국 장관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인식을 조사한 결과 “과도하다”는 응답이 49.1%, “적절하다”는 응답이 42.7%로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모름·무응답은 8.2%였다.

대규모 수사팀 구성, 방대한 규모의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는 의견이 오차범위(±4.4%) 내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계층별로 보면 ‘과도하다’는 의견은 호남, 경기·인천, 서울, 대구·경북, 40대와 50대, 30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다수이거나 대다수였다. 반면 ‘적절하다’는 인식은 충청, 부산·울산·경남(PK), 60대 이상, 한국당 지지층과 무당층에서 절반이거나 대다수였다. 조 장관 임명 사태로 정부 지지율이 떨어진 20대에서는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여론(輿論·Public Opinion)은 사회 다수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첨예한 이슈를 다룰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 여론에 부합하는 결정이 정당성을 갖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론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것이지만, '조국 장관'으로 대변되는 ‘검찰(사법) 개혁’에 대한 거센 저항이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까지 흔드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20일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지난 17∼19일 전국 유권자 1000명 대상)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의 긍정평가는 40%, 부정평가는 53%였다. 조국 장관 임명에 대해서도 54%가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8대 권역으로 나눠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에 '광주·전라'만 유일하게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부정보다 긍정이 많은 69%를 기록했다. 조국 장관 임명에 대한 '적절하다'는 평가도 57%를 나타났다. '부적절하다'는 평가 28%보다 2배가 높다.

전국적으로 지지도가 하락세인 가운데 호남지역만 유일하게 문 대통령 지지도가 70%에 육박할 정도로 완고하다. 조 장관 임명 찬성 여론도 호남지역만 더 높다. 

흔히 광주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예향(藝鄕)’, ‘의향(義鄕)’, ‘미향(味鄕)’, ‘문향(文鄕)’ 등을 거론한다. 그리고 ‘예향(禮鄕)’으로서 불의에 대한 항거, 변화와 개혁, 경우(境遇, 사리나 도리)확인은 호남정신의 3대 요체다.

특히 1980년 5월의 ‘고립된 섬’을 경험하면서 민주화운동의 모범사례를 구축한 광주는 ‘저항에서 창조로’, ‘소외에서 소통으로’, ‘고립에서 연대로’라는 전환적 자세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의향(義鄕) 호남인들은 과거 김대중을 ‘빨갱이’로 몰았던 수구언론의 파렴치함과, 5.18 당시와 이후 전두환 정권에 의한 ‘북한 소행 조작’ 등을 그대로 보도한 언론의 폐해를 오랜 기간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호남 유권자들은 대단히 합리적이고 정당 선택 등에 있어서도 굉장히 냉정하게 판단한다. 흠결이 있긴 하지만, 조국 장관이 그동안 해온 주장 자체가 틀린 말이 아니다. 사법개혁의 적임자로 조국이 사퇴하면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측이 주도권을 쥐고 흔들기 때문에, 그 파국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지하는 것이다. 

검찰개혁 없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진정한 구현이 어렵다는 인식하에 조국 장관이 검찰개혁의 적임자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 같다. 시시비비는 최종적으로 법정에서 가릴 일이다.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의혹' 수준인 상황에서 무턱대고 비난만 하는 것도 맞지 않다. 

2000년도 광주선언(Kwangju Declaration)은 5·18정신을 “인권, 대안적 민주주의, 민주시민 권리, 그리고 연대의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5·18정신이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좁은 절차적 정당성을 극복하고, 시민의 결사체와 민중의 권리보장이 실현되는 확대된 민주주의 이상향을 적시하고 있다. 

한국정치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이 여러 방향에서 전개될 것이며, 조국사태는 향후 국내정치에서 태풍의 눈이 될 개연성이 높다. 호남인들은 조국 사태를 자유한국당과의 대결로 인식하기 때문에 조 장관의 옳고 그름보다는 ‘한국당에 대한 반감’으로도 해석된다. 

8월 9일 조국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뒤, 논문 제1저자 의혹으로 출발해 동양대 표창장 의혹으로 이어진 조국 장관 딸 입시 특혜 의혹,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개입했다는 사모펀드 의혹 등은 이제 이례적인 규모와 속도로 진행되는 검찰 수사와 이어질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조 장관의 이중적 태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언론 등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조국 하면) SNS가 떠오르는데, 올렸던 말이랑 지금 논란이 된 거랑 달라서 실망이라거나, 계속 ‘공정성’을 중요하게 말해온 것에 비해 자기 가족에 관해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문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의혹의 위법 여부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도 이는 어렵지 않게 받아들여졌다. 문제는 의혹의 위법 여부보다는 의혹 자체, 그 안의 ‘공정성’을 중요시하는 듯했다. 논문 제1저자, 동양대 표창장 등의 ‘의혹’을 둘러싸고 ‘실정법상 위법이냐’ ‘합법 안에 존재하는 편법이냐’는 특히 20대들에게 판단의 결정적 근거가 아니었다.

‘조국 논란’이 가져온 계급의 문제와 그로 인한 교육 불평등. 계급의 사다리도 그것이 무엇인지 인식한 사람만 오를 수 있다. 검찰개혁으로 포문을 연 전선은 사모펀드와 입시 의혹, 과잉 보도 논란 등을 거쳐 ‘계급과 불평등 문제’로 번졌다. ‘기승전-조국 지키기 vs 까기’에 화력이 집중됐지만, 몇몇 사안은 사실이 명확해질 때까지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 진영 싸움이나 승패를 떠나 ‘계급과 불평등 문제’에 우리 미래가 달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9일 조국 장관 임명을 단행했다. 원래 ‘조국 논란’은 문 대통령이 조국 장관을 임명하는 순간까지였을 것이지만, 임명식 당일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문 대통령 말로 이 논란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 능력은 몰라도 선의만큼은 인정하고 있었는데, 이번(조국 논란)을 계기로 지지율이 좀 떨어졌다. 조국에 대한 찬반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찬반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개혁 과제 중 하나인 ‘검찰 개혁’이 중요하게 자리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에 대한 논란은 평소 정의롭고 개혁적이었던 이미지와 차이나는 삶의 방식에 국민이 크게 실망한 것이다. 과거 검찰이 보여 왔던 행동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검찰개혁을 방해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받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는 당연한 것이다. 이 사건은 검찰이 자발적으로 수사를 한 것이 아니라 고발에 의해 시작됐다. 여러 건의 고발장이 접수됐는데도 ‘정치적 사안’이라고 수사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정치적일 수 있다. 청문회 종료 직전에 장관 부인을 기소한 것 역시, 만일 그대로 공소시효를 넘겼다면 새로운 정치공세가 시작됐을 것이다.

개인의 입시비리에 사용된 문서위조나 재산증식에 특수부 검사가 20명 이상 투입돼 먼지떨이식 수사를 하는 것이 옳으냐는 논란도 있다. 일반 기업이나 국민을 대상으로 별건이나 여죄 수사를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국가의 정의를 수호하는 법무부장관과 관련된 수사라면 다르다. 나중에 다시 수사를 해도 동일한 결론이 나올 정도로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이번 수사는 검찰 스스로 환골탈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의심 없이 정당한 수사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수사를 압박하는 구태를 개혁하는 시험대다. 압수수색은 검찰이 임의로 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영장이 있어야 한다.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검찰을 흔들지 말고 지켜봐야 한다.

2007년 대선.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수수와 횡령 등 유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는 논란이 됐던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임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자금의 흐름 등을 따져봤을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이 BBK 주가조작 사건과 무관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2007년 당시 검찰은 수많은 증거를 무시하고 주가조작 사건의 매우 유력한 용의자를 대통령으로 만든 셈이다. 관련 검사들은 줄줄이 출세가도를 내달렸다. ‘총성 없는 쿠데타’로 기록될 전대미문의 이 사건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당사자들에게 어떤 책임을 물었는지 알 길이 없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머리를 조아리던 모습과 유독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해서만 집단적으로 안면인식장애를 일으켰던 기괴한 증세를 우리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검찰의 속마음을 알 길은 없으나 마침 불거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자녀들 관련 의혹’은 조국 장관의 딸 의혹에 대한 좋은 대조군 역할을 하고 있다. 비슷한 의혹에 비슷한 물량의 수사력이 투입되었는지, 비슷한 강도의 수사가 진행되었는지가 일차적인 판단의 근거가 될 것이다. 

그 존재 자체로 공정해야 할 공권력으로서의 검찰의 공정함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두 사건을 다루는 언론도 마찬가지이다. 공정성을 말하던 조국이 공정함을 어겼다고 비난하는 언론의 공정함은 또 어떤가?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최대 강도의 수사에도 아직까지는 조국 직계가족의 범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고 보니 조국 장관에게 범죄 사실이 있든 없든 그와는 별개로 검찰과 언론의 광기 어린 ‘조국 사냥’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되었다. 암이 의심된다며 환자를 눕혀 놓고 사체 부검 수준으로 수백 군데를 난도질하다가 결국 조그만 용종 한두 개를 꺼내들고 말기 암환자라고 진단한다면 그건 의사가 아니고 살인자이다.

꼭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을 우리는 단순한 자살사건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검사와의 대화, 탄핵, 관습헌법, 아방궁, 논두렁 시계’로 이어지는 맥락을 우리는 알고 있다. 누군가에겐 노무현이 실패한 대통령이어야만 했고, 누군가는 그 결론에 짜 맞추기 위해 아방궁과 논두렁 시계를 ‘고안’했다. 이 부당한 괴롭힘의 역사를 잘 아는 노회찬 의원에게는 4,000만원의 무게가 남달랐을 것이다. 

작년 노회찬 의원의 허망한 서거 소식을 듣고 ‘노무현 괴롭힘’의 본보기 효과가 10년이 다 되도록 지속되는구나 싶었다. 두 정치인의 자살 뒤엔 그들을 자살로 내몰았던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생물학적인 위해는 아니더라도 인간으로서 견디기 힘든 인격살인까지 범위를 넓혀 보면 이것은 ‘연쇄살인’이다. 조국은 그들에게 또 하나의 살인의 추억이다.

개혁의 대상이 된 검찰은 개혁의 키를 쥔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수사에 역대 급 인력을 투입했다. 여기저기서 파견을 받았다는데 삼성의 수조 원대 분식회계 의혹 사건, 사법농단 사건 등 대형사건 때보다 큰 규모라고 한다. 수사가 7주째에 접어든 가운데 피의사실로 추정되는 정보가 끊임없이 새어나오고 있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이 시대적 소명으로 대두된 것이고,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온당한 법 원칙 위에서 검찰개혁의 소명을 완수할 장관의 역할과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언론개혁, 교육개혁, 정치개혁이라는 중차대한 과제 또한 온 국민에게 뼛속 깊이 각인되었다.

그간 검찰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이미지와 겹쳐 생각되었다. 정의를 실현한다는 검찰의 자부심이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 이유는 공평하지 못한 법 집행 때문이다. 정치적 목적에 따라 편파적으로 행하는 수사권과 기소권, 무책임한 언론과의 공모로 인해 검찰은 선택적인 정의와 무자비한 징벌의 주체가 되었다. 

검찰이 마음먹으면 누구나 순식간에 엄청난 범죄자가 된다. 힘겨운 재판을 거쳐 무죄임이 밝혀져도 그 억울한 희생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검찰이 응당 살펴야 할 수많은 화급한 사건들이 잠자고 있는 사례는 또 얼마나 많은가.

1948년 발족한 대한민국 검찰은 그간 누려온 무소불위의 권력만큼이나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여럿 얻었다. ‘정치검찰, 떡검, 섹검, 스폰서 검사, 최근에는 검개’라는 이름으로도 회자되는데, 검찰이 주어진 권력을 작위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에 국민들이 염오를 느끼고 있다. 

잘못이 있으면 수사와 재판을 거쳐 판결하면 되는데, 무죄추정 원칙을 무시하고 현재 검찰이 사건을 다루는 방식과 인권침해의 양상은 검찰의 시간이 시대에 맞지 않게 거꾸로 흐르고 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 상부의 지시를 거스르고 양심에 따라 무죄 구형했다 징계를 당한 임은정 검사, 성추행 피해자로 부당한 인사 발령을 받고 항거해 온 서지현 검사, 상사의 영장회수 사건에 대해 감찰 신청했다 표적 감사를 받은 진혜원 검사, 강원랜드 수사 외압을 폭로한 안미현 검사 등등 수많은 검사들이 여전히 검사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한편 최근 시사주간지 <시사IN> 628호에서 고제규 편집국장은 '어떤 이의 취임사'라는 제목의 '편집국장의 편지'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취임사를 되새기며, "조 장관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수사하며 별건·먼지떨기·신상털기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왜 이렇게 수사할까?"라고 반문한 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윤 총장과 그 가족을 두고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규모로 특수부 검사를 투입하고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먼지떨기식 수사를 하면 윤 총장이라고 무탈할까?"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역지사지'란 사자성어를 윤 총장에게 되돌려 준 뒤 "아직 취임사 잉크가 마르지도 않았다"며 윤 총장이 직접 읽었던 취임사 중 몇 대목을 인용해 "형사 법집행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므로 오로지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고, 사익이나 특정 세력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라고 썼다.

지난 7월 당시 언론이 주목했던 취임사의 문장은 "권력기관의 정치·선거개입, 불법자금 수수, 시장 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정치·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서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었다. 

향후 여야를 가리지 않는 정치권 수사는 물론 재계에 대한 강력한 수사를 시사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두 달여가 지난 지금 눈에 확 띄는 대목은 따로 있다.

과연 작금의 검찰의 '조국 수사'가 가리키는 것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명령을 받드는 행위인지 의문이 든다. 오히려 문재인 정권이 천명하고, 국민들이 열망하는 검찰개혁에 반기를 드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적지 않다.

상당수의 국민들은 지난주 토요일(21일)에 이어 ‘매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촛불을 들겠다’고 천명했다.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상에서는 '검찰개혁, 언론개혁! 단체/개인 서명운동'의 참여 인증이 나오고, '지금 중요한 것은 검찰 개혁이다'란 서명 운동에 동참한 국내외 대학 교수와 강사, 연구자들의 숫자가 4천 명을 넘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윤 총장과 '윤석열 검찰'의 '조국 수사'가 오히려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무소불위 검찰 권력의 무시무시함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자승자박'의 형국을 불러 온 꼴이다. 

우리 사회에서 권력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항상 정의의 사도 역할을 맡은 건 검찰과 경찰이었다. 특히 검찰은 독점적 기소권을 가지고 법 적용의 강약을 조절하거나, 심지어 기소권을 행사하지 않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법 적용을 무리하게 하는 과정을 통해 때로는 정의를 실천하기도 하고 때로는 정의를 짓밟는 일을 해왔다. 죄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만 확정하면, 인공지능으로도 대체 가능한 것이 검찰 권력이다. 

검찰 권력을 구성하는 결정적 요인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강약 조절, 즉 ‘권력의 사유화’에 있다. 아무리 큰 죄를 저질러도 기소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사실관계를 비틀어 죄가 아닌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조직, 심지어 죄가 없는 사람에게도 법률의 허점을 이용한 무리한 기소로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줄 수 있는 권력이다. 

검찰과 법원을 드나들어본 사람들은 설령 내가 완전히 결백하다 할지라도,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일상을 깨뜨려야 했고, 온 가족이 고통에 몸을 떨어야 했고, 진실을 마구 뒤틀려는 세력 앞에서는 너무도 무력했고. 그보다 더 힘든 일은 없다고 주장한다. 

확실성과 모호성, 법률 적용의 자의성, 사실관계 구성의 포스트모던을 방불케 하는 창의성. 그것의 예측 불가능한 앙상블은 때로는 무고한, 때로는 죄가 있지만 처벌을 회피하려는 이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지만, 정작 가장 큰 상처를 받은 것은 검찰 그 자신이었다. 

2016년 시사IN의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검찰은 10점 만점 중 3.45점으로 최하위권이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도 없고 들쭉날쭉한 이 기관은, 어떠한 견제도 받지 않고 법을 제멋대로 늘렸다 줄였다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강한 의심을 이미 국민은 갖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과거의 검찰이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권력에는 강한 비수를 들이대지만,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권력에는 애완견(lap dog)이었다는 ‘추억’을 얘기한다. 스스로는 온갖 악행 의혹에 스폰서의 돌봄을 받으면서도 건재했지만, 누군가 그들의 권력에 의문을 제기하면 여지없이 짓밟았다고. 그러다가도 강압적, 권위적 정권이 들어서면 일신의 안위를 위해 충복이 되기를 자처했다고.

시작이 그렇듯 끝도 검찰에 달려 있다. 폭력적인 배우자에게 시달릴 때 손 내밀어 주는 권력. 여성과 소수자가 고통 받을 때 호위무사가 되어 주는 권력. 정부든 국회든 검찰 자신이든 부정부패가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 나서 결기 있게 수사하고 기소하는 권력. 헌법과 법률이 규정하는 검찰의 역할을 회복한다면, 국민은 언제든 포용하고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 

24일 조선일보는 '조국 지지 성명 교수 47명 중 32명, 대통령자문위원·민주당 관련 활동'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성명을 '여당 지지자들의 조국 지지 성명'으로 규정했다. 시국선언 제목 자체가 '지금 중요한 것은 검찰개혁이다'라고 했는데, 마치 이 시국선언이 조국 개인을 지지하거나 여당이나 정부와 관계된 사람들이 주도한다고 의도적으로 곡해했다. 명백하게 악의적인 보도다.

이른바 '조국 사태'에 묻힌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전국 교수·연구자 시국선언 참여자가 사흘 만에 4천 명을 넘겼다. 지난 21일 오후 6시부터 '지금 중요한 것은 검찰개혁이다'(http://omn.kr/1l0jj)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국내외 교수와 연구자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공동발의자들 가운데 대변인 역할을 맡은 김동규(58) 동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이번 시국선언은 조국 개인을 위한 지지 선언이 아니다. 조국 장관은 시급한 국가적 과제, 역사적 과업인 검찰개혁을 위한 도구다. 만약 조국이라는 자연인을 넘어서 검찰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다른 인물이 있다면 그 사람도 지지할 것이다.”라며, 

최근 '조국 사태'에 대해 "촛불혁명의 위임 아래 출범한 개혁 정부의 미래를 좌초시키려는, 이른바 수구 기득권 세력의 총동원령이 개시된 것"이라고 규정하고,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보다 더 시급하고 결정적인 과제는 없다"고 밝혔다. 

또 “사안의 핵심이 조국이라는 개인이나 가족에 대해 집중되고 있는데 본말이 전도된 게 아닌가, 가장 중요한 건 무소불위의 무한권력을 행사하는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가 핵심인데, 여론 흐름이 왜곡된 게 아닌가 하는 비판이 있었다. 그런 비판 의식을 공유하는 교수들이 지식인의 사명감으로 엉뚱하게 흘러가는 여론 흐름을 바로잡고, 핵심적인 이슈가 무엇인지 알리려고 시국선언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가족 문제를 들어 조국 장관 사퇴를 촉구한 교수 시국선언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조국 사퇴 촉구 교수 선언' 신뢰도도 매우 중요하기에, 참가자 실명 확인 작업은 이 메일로 확인하기도 하고, 대학별로 참여한 공동발의자들을 통해 상호 점검하고 있다. 21일 오후 6시부터 구글에서 서명받기 시작하여 전국적으로 대부분 대학에서 참여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교수들이 공동발의자에 포함해 달라고 요청해 추가하고 있다. 처음에 47명이었던 공동 발의자 숫자는 23일 저녁 기준 72명이었다.

기명서명 전재로 서명을 받고 있고, 서명 참여자는 자신의 사회적 책임감이나 개인적 자존감을 갖고 참여하는 거다. 검찰의 저항이 완강해 보이는데, 검찰개혁이 어떤 형태로든 우리 사회 민주화, 분배구조 정상화, 노동환경 개선과 쌍을 이루는 핵심적인 과제라는 것을 주목하는 입장에서 조국 아닌 누가 되더라도 이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다만 지금 상황이 이렇게 진행된 이상 조 장관이 이 역할을 꿋꿋하게 진행하길 바란다.
 
조 장관은 지금까지 한 달 반 ‘마녀사냥’에 가까운 여론 재판을 거친 후 공식적이고 합법적으로 임명됐다. 어떤 형태로든 조 장관은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사법개혁 뜻을 같이하고 여러 가지 소신을 밝혔다. 

한 달 반 동안 여론 재판과 검찰 수사 결과, '수신제가치국평천하'란 유교적 도덕관념에서 공인으로서 가족과 관련된 문제에 책임감을 무시할 수 없지만, 조 장관 개인은 불법 문제가 밝혀진 게 없다. 

조 장관이 가족 문제에 관해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한 흠결은 존재한다. 조 장관이 여러 가지 환경에서 힘든 미래를 보내고 있는 20대에게 좌절감을 안겨준 건 사실이다. 그 부분은 조 장관이 누차 국민에게 사과했고,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조 장관 가족 문제와 검찰개혁, 나아가 사법개혁과 공수처 설치 같은 심대한 과제를 추진해야 하는 법무부장관 자격 여부는 일정하게 구분해야 한다.
 
조국 사퇴를 촉구하는 교수들의 시국 선언에 대해 비판은 충분히 존중해야 하지만, 그런 비판과 또 다른 의견들이 서로 토론과 논의를 거쳐 타당하고 공정한 여론이 수렴되는 게 민주주의 사회의 원칙이다. 문제는 특정 사안을 왜곡하거나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는 없어야 한다. 확정되지 않은 혐의에 대해 확정된 범법 행위인 양 기정사실화하는 내용이 SNS 등으로 많이 유포되고 있다. 비판도 진실과 사실에 입각하고 정확한 판단에 근거해야 한다.
 
지식인으로서, 국민으로서,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낸다는 건 나름 확고한 신념과 관점을 가지고 있어서다. 23일 검찰이 11시간 동안 (조국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했는데, 이러한 검찰 수사로 인한 법률적 진행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검찰은 검찰 할 일을 하고 법무부 장관은 장관이 할 일 하면 된다'는 원칙이 기준이 돼야 한다. 

조국(54)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25일 오전 페이스 북에  자신의 자녀들이 검찰 조사를 받은 뒤의 심정을 옮기며 "가슴에 피눈물이 난다"고 썼다. 정 교수의 딸과 아들은 최근 각각 2차례와 1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정 교수는 24일 검찰에서 16시간가량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아들이 "제가 참 나쁜 놈으로 살았다. 검찰 조서를 읽어보니 그런 놈이 되어있다"고 했던 말도 그대로 옮겼다. 

정 교수는 지난 22일 검찰 2차 조사를 받은 딸에 대해 "(검찰이) 부산대 성적과 유급을 운운하는 부분에서 (딸아이가) 모욕감과 서글픔에 눈물이 터져 한참을 울었다"며, "딸아이 생일에 아들이 소환돼 전 가족이 둘러앉아 밥 한 끼를 못 먹었다"고도 했다. 일부 언론은 조 장관의 딸 조모씨가 생일날 지인과 식사를 했던 모습을 연예인 취재하듯 사진을 찍어 보도하기까지 했다. 

정 교수는 울먹이는 딸을 조 장관이 다독일 때도 "더 울까봐 나는 안아주지 않았다"며 "기자의 눈에 둘러싸여 살게 된지 50일이 되어간다…나는 덫에 걸린 쥐새끼 같았다"고 토로했다. 

이날 정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1만회에 가까운 '좋아요'와 수천회의 '공유하기'를 통해 조 장관과 정 교수의 지지자 수십만 명에게 퍼졌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날 정 교수의 글에 "정경심을 응원한다. 모든 걸 절차대로 어깨 펴고 무쏘의 뿔처럼"이란 글을 남겼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정 교수가 검찰의 과도한 수사를 비판했다는 지적에 "일부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조 장관 자녀들에 대해 통상적 소환방식이 아닌 비공개 소환을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정 교수 자녀들과 달리 정 교수는 사실상 공개 소환 방침임을 시사했다. 구체적인 날짜는 밝히지 않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정 교수는 서울중앙지검 1층 정문을 통해 들어올 것"이라 말했다. 

23일 조선일보는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족이 운영해온 사학재단 웅동학원이 수십억 원 대 비자금을 만들었고, 이 돈 가운데 일부가 ‘조국 펀드’로 유입됐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검찰은 최근 웅동학원과 조 장관 일가의 계좌 추적 과정에서 의혹을 뒷받침할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검찰이 23일 조 장관 자택을 11시간 동안 압수 수색한 초유의 상황을 두고서는 “조 장관이 불법 혐의의 피의자란 것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신문은 “법원이 현직 법무부장관 자택의 압수 수색 영장을 내줬다는 건 그만큼 검찰의 ‘조국 수사’ 내용이 단단하다는 의미”라며 검찰수사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압수수색 영장에는 조 장관에 대한 증거인멸교사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이 적혔다고 한다. 이로써 조 장관은 피의자 신분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익명의 법조 관계자들 입을 빌려 “조 장관은 이날 출근 때까지 압수수색 사실을 몰랐다”고 전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검찰이 ‘조 장관 딸은 인턴 활동을 하루도 하지 않았다’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보도했고 “검찰은 (인턴)증명서 발급에 조 장관이 관여했을 경우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 장관이 전날 조선·동아의 ‘셀프 발급’ 보도에 “정말 악의적”이라며 이례적으로 작심 비판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보수신문 지면에선 현직 법무부장관 자택 압수수색에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우려하는 지면은 찾기 어려웠다. 대신 중앙일보는 압수수색 시점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순방을 위해 출국한 지 하루만”이라며 “검찰 안팎에선 문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꼽히는 조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시기를 두고 정치적 일정을 고려한 검찰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무리한 수사’로 보일 수 있는 대목을 ‘승부수’로 바꿨다. 

한국일보는 “검찰이 조 장관에게 법적 책임을 직접 물을 만한 혐의를 밝혀 낼 경우 ‘정치 영역에 개입하는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 여론을 딛고 수사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익명의 법조계 관계자 발언을 전한 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물론, 검찰 조직 전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역풍에 휘말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향신문 지면에선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칼럼을 통해 언론의 ‘피의사실 받아쓰기’를 비판했다. 하태훈 교수는 “언론은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거른 채 검찰이 흘리는 조각정보를 짜 맞추어 퍼뜨리는 데 몰두했다. 검찰과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에서 피의사실 공표와 언론보도 정당성을 구한다. 하지만 설익고 확인되지 않은 흠집 내기 추측성 기사로 도대체 진실이 무언지 알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확성이 떨어지는 신속성만으로는 알권리가 충족될 리 없다”며 이번 기회에 피의사실 공표 허용 여부와 허용 기준 및 절차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1면에서 “공정·정의 외친 386 사교육 캐슬 세웠다”란 제목의 기획기사를 통해 조국 장관을 통해 언론이 소환해 낸 소위 ‘운동권의 기만적 태도’를 다뤘다. 이 신문은 4면 해설기사에서 “운동권식 토론 문화에 익숙한 386들에게 수천억 원에 이른다는 논술시장은 금광이나 다를 바 없었다”고 보도했다. 

‘사교육캐슬 만든 386’으로 언급된 인사 중에는 정청래·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있다. 정청래 전 의원은 과거 마포에서 ‘길잡이학원’을, 정봉주 전 의원은 과거 ‘외대어학원’을 운영했다는 이유에서다. 

11시간 동안 이어진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에 대한 문제제기와 의혹에 24일 보수신문은 “음해성 주장”(중앙일보) “가짜뉴스”(조선일보)라며 비판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짜장면 가짜뉴스’로 난리법석 친 여권 친문” 기사를 내고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검찰은 23일 오전 9시부터 밤 8시까지 11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벌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과도한 압수색이라며 반발했는데, 검찰은 24일 입장문을 내고 ‘변호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다려 달라는 조 장관측 가족의 요청이 있어 압수수색이 지연됐으며, 이후에도 법원에 두 차례 추가영장을 발부받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압수수색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짜장면’이 화제가 됐다. 23일 조 장관 집에 배달원이 배달음식을 들고 들어가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검찰 관계자들이 점심으로 짜장면을 시켜먹으며 조 장관 가족에게 모욕감을 줬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국일보는 24일자에 ‘조국 개입 정황, 지난주 극비 보고… 윤석열 즉각 압수수색 지시’란 제목의 기사에서 수사팀이 대검에 이런 내용을 극비로 보고해 검찰총장까지 보고를 받고 압수수색 영장 청구 승인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검찰은 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에 보고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통상적인 일로, 그렇게 포장할 일은 아니라며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국일보는 “윤 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는 극비 정보를 보고받은 즉시 압수수색 영장 청구할 것을 승인하고 ‘향후 추가 수사 계획을 세워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시점을 역산했을 때도 검찰이 지난주 중반부터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정황을 엿볼 수 있다”고 썼다. 

이 신문은 “검찰 안팎에선 윤 총장이 보고 받은 물증이 조 장관이 의혹에 직접 개입한 정황과 관련된 것이라는 관측이 번지고 있다”며 “일각에선 검찰이 펀드 및 입시비리 의혹 등과 관련해 조 장관이 직접 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 혹은 그의 서명이 담긴 문서 등을 확보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추측했다.

이를 두고 검찰은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며 “서울중앙지검이 대검찰청과 보고와 협의를 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통상적”이고, “(보고한 일로) 그렇게 의미 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기사 내용의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면서 ‘극비 보고’ 등의 표현을 두고 “그런 것은 과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는 이미 논란이 일파만파 커진 상태였다. 특히 조 장관의 자택 앞에서 배달원을 둘러싼 취재 기자들의 모습이 '포토뉴스'로 기사화되면서 이 '자장면 식사' 논란은 이날 이례적인 압수수색의 상징적 장면이 됐다.

<중앙일보>는 <조국 자택 들이닥친 檢···"중년 여성과 젊은 여성 집에 있었다">라는 기사에서 음식 배달원의 말을 인용한 자극적인 제목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과잉 수사' 논란을 제기한 언론보도도 적지 않았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찬운 교수는 페이스 북에 '조국 사태에서 우리가 품는 의문 – 선택적 정의에 분노함'이란 장문의 아래 글로 검찰의 '조국 수사'와 이날 압수수색을 비판했다. 

“이 사건은 인사 청문 과정에서 야당과 언론이 조국 후보자를 주저앉히기 위해 고발한 사건에서 비롯된, 지극히 정치적 사건이다. 대한민국 검찰 특수부 검사 수십 명과 수백 명 수사관이 지금 한 가정의 입시부정 연루의혹과 10억 원 정도를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이것이 적정한 검찰권 행사인가?

이 사건 수사는, 검찰이 부인해도, 공직자 임명과정에서 대통령의 임명권을 좌절시키기 위한 검찰권 행사다. 왜 검찰은 사건 전면에 나서 스스로 검찰의 정치화를 불러 일으켰는가? 이런 식으로 수사를 하면 안 걸리는 공직자는 없다. 그렇다면 결국 이 수사는 한 인물을 매장하기 위한 먼지털이 수사가 아닌가?

그런데 혐의사실이 입증될 때까지 수사전선을 넓혀가고 강제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조국 장관을 반드시 범죄로 엮겠다는 목표를 갖고 수사를 한다는 것이 아닌가? 검찰은 공평한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그래야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수사는 검찰이 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잉수사이며, 이른바 '선택적 정의'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편 정부·국회의 관심이 온통 조국 사태로 쏠리면서 국정 현안이 뒷전으로 밀리고, 안이한 상황 인식과 대처가 심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민주당 등 집권 세력은 조국 사태를 해결 못 해 혼란이 가중하는 실정이다. 

'조국 블랙홀' 정국의 파장이 본격화되면서 고심에 빠졌다. 특히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전 방위적 수사가 계속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줄곧 ‘조국 수호’ 입장을 견지해온 민주당의 기류가 변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도 24일 의원총회에서 “엄중한 상황”임을 강조하며 당의 ‘유연한 대응’을 주문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정국 대응법을 놓고 갑론을박이 시작됐다. 조 장관 자택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이어 조 장관 부인의 검찰 소환이 초읽기에 돌입하자, 지도부 안에선 ‘조국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구속될 경우 조 장관의 거취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국 후폭풍'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과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하락 하는 등 총선을 6개월 여 앞두고 여론 환경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이해찬 대표는 의총 공개발언에서 “실제로 상황이 이렇게까지 될 거라고 검찰도 판단을 못했을 것이다. 지금 이 상황이 오니까 본인들도 수습을 해야 하고, 정부도 수습을 해야 하고, 당도 수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고 말했다. 

조국 장관 임명으로 초래된 국론분열과 국가기구 간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집권 여당의 ‘정치적 결단’이 절실하다는 주문이다. 조 장관은 사퇴해야 할 시점을 이미 여러 번 지나쳤다. 

검찰 수사에서 정경심 교수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거나 검찰의 칼끝이 조 장관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결론적으로는 ‘지금 수사하는 내용이 있고, 뭔가 사실관계와 관련한 결과를 봐야하는 것이니 지켜보자’는 정도로 검찰 수사에 촉각이 곤두선 당 분위기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조국 수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의총에서도 조 장관과 관련해 의원 9명이 발언했다는데, 금태섭 의원만 ‘검찰 수사가 한동안 계속될 텐데 계속 수사만 바라보고 있을 거냐. 지도부가 입장을 내야 한다’며 사실상 ‘조국 사퇴 불가피론’을 폈고, 나머지 의원들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 행태를 성토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이 갈수록 피의사실 공표를 더 광범위하게 하고 있다. 정식으로 고발해 검찰의 행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송영길 의원은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을 (여당이) 고발한다면 집권당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검찰 고발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당에서는 최근에 피의사실 공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걸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지만, 기본적으로 수사 중이거나 재판중인 사건에 정당에서 관여하는 게 적절치 않다. 정당이 당사자도 아닌데 피의사실 공표 문제로 고발을 하게 된다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검찰 수사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내년 21대 총선을 6개월여 앞둔 긴장감으로 휩싸여가고 있는 모습이다. 큰 고비는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구속 여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을 단 한 번도 넘어서지 못한 한국당은 역전의 호기를 잡았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번 정기 국회를 '조국 파면 국회'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일단 국감까지 무난히 '조국 이슈'를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야당으로선 현재 ‘조국 이슈’ 말고는 여당을 대대적으로 공략할 만한 화제가 없어서, 조 장관의 사퇴를 외치면서도, 직(職)을 유지해 줘야만 투쟁 동력이 유지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졌다. 지금은 한국당이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실제 조 장관 사퇴하게 된다면 진보진영 결집 등 역풍이 불수도 있다. 

국회에선 남녀를 불문한 야당 인사 15명이 법무부장관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삭발을 했다. 삭발한 야당 황교안 대표는 직후 자신을 영화 '왕과 나(The King and I)'의 배우 '율 브리너'와 비교하는 발언을 해 비판받기도 했다. 

내년 4·15 총선을 둘러싼 공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총선 주자들이 자신의 세 확장과 공천 싸움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전·현직 지방의원, 지역의 사회·문화단체장, 경제인, 지역원로 등을 내 사람으로 만들겠다는 경쟁에 불이 붙었다. 

21대 총선은 유능한 인재 공천이 명운을 가를 것이다. 유권자도 어느 정당이 지역사회가 바라는 인재들을 수혈하는지 가리는 공천 경쟁의 무대로 만들어야 한다. 당내 반대 세력을 몰아내기 위한 정략적인 공천 물갈이는 경계하고 국가와 지역의 새판을 짜는 데 누가 더 적임자인가를 판단하고 선택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정치 형세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지금까지 여야가 보여준 무능과 부패, 무사안일에 실망한 지역민이 많다는 점이다. 앞으로 공천 시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낡은 정치 청산을 바라는 민심을 읽는 공천만이 정당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

팍팍한 삶에 활기가 돌 수 있도록 지역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공천을 하고 혈연으로, 지연으로, 학연으로 국회의원을 뽑는 낡은 선거 적폐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냉정한 시선으로 입지자의 면면을 살펴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 국가 비전, 민생안정, 지역 발전 등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검증을 거쳐 공천을 받는 공명정대한 선거가 되기를 기대한다.

헌법수호의 책무를 등한시한 채 대통령의 권한을 자신의 ‘경제공동체’인 민간인에게 양도하고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 박근혜를 몰아내기 위해, 칼바람이 몰아치는 한겨울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촛불을 들었던 우리 국민이다. 

6개월 동안 23차례에 걸쳐 전개된 촛불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1,680만 명 이상이 참여(서울 기준)했으며, 단일 규모로 200만 명 이상이 운집한 가운데서도 법의 테두리를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세계사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참여민주주의의 역사를 쓴 위대한 국민이다.


2019. 9. 25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중앙회 회장 한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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