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삶’으로 국내 10여개 언론을 들여다보면서 매일 아침 8시경 기사와 칼럼 그리고 사설 17꼭지를 12포인트 A4용지 크기로 정리해 #한상석시사를 보내드린 지도 만 4년 6개월째 접어들었다. 

2019년 여름 전반은 ‘아베’, 후반은 ‘조국’ 두 이름으로 채워졌다. 
일본 경제침략으로 한·일 격돌 설명서를 8차례 쓰다가, 후반 ‘조국 사태’ 관련 뉴스를 살피며 네 번째 정리하고 있다. 

요즘 모임에서 자리에 앉으면 이 말부터 꺼낸다. 
“조국 이야기는 하지 말자.” 쓴웃음이 나오는, 그러나 진심을 담은 저 전제에 서로 “그래” 하고 나서야 대화는 시작된다. 

“나라가 걱정이야.” 
그러다 보면 “그냥 웃자”며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복(福)을 타고났어.” 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국민이 나라 걱정하는 나라”라는 말이 이어서 나온다. 

‘조국 사태’에 대해서 너무 많은 이야기가 쏟아졌지만, 진영논리에 빠져 상당히 혼란스럽기에 보다 슬기롭게 판단하시도록 나름 설명 드린다. 

찬성과 반대를 주장하는 집단의 경계를 과거 잣대로 기대어 나누기 어렵다. 편리하게 ‘보수 대 진보’로 나눠 생각하면 됐고, 나와 친한 사람들은 당연히 같은 그룹에 속할 것이라고 짐작해 뒷 담화를 시작해도 괜찮았지만, 이 사태에 그런 가정이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지난 8월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명된 뒤 시작된 언론의 검증은 딸의 의학논문 1저자 등재,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 등 굵직한 특종을 시작으로 사모펀드, 웅동학원 등에 관련된 문제점들의 제기로 이어졌다. 사실관계 규명이나 조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지 여부는 검찰 수사 등 사법 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다. 

‘조국 사태’와 연관된 뉴스는 9월 9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된 후에도 매일 끝도 없이 등장하고 있기에, 완전히 뉴스를 끊어버리지 않는 한 이를 피할 길이 없다. 이 시점에서 확실하게 드러난 것은 ‘동양대 총장이 박사학위 소지자가 아니라’는 점뿐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대부분의 사람은 보도 기사에 의존해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뉴스의 소스 조차 정치적 의도로 왜곡돼 있다. 어느 날에는 그럴싸한 입증 자료로 무장한 새로운 뉴스가 등장해 그쪽으로 마음이 쏠리다가, 그 다음 날 아침에는 이를 여지없이 반박해버리는 또 다른 그럴듯한 뉴스가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다시 원 위치로 복귀하게 되고 만다.

사회학에서는 과거의 규범들이 해체되고 새로운 규범들이 생겨나기 시작할 때 개인들이 겪는 혼란을 ‘아노미 현상’이라고 하는데, 요즘 그런 것 같다. 그리하여 더 이상 혼돈 상태에서 헤매고 있을 수 없기에 어느 시점에선가 노선을 정해야 했고, 당분간은 그 잣대를 유지하려는 경향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는 다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 ‘알 권리’에 못지않게 ‘알고 싶지 않은 권리’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지금 우리는 경기 침체, 한·일 갈등, 비핵화 협상,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등 난제에 직면해 있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이 시간을 이렇게 허비해도 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대통령도 아닌 장관급 인사의 거취를 놓고 이렇게 극심한 분열상을 보인 적은 없었다. 

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대정부 질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정에 들어갔다.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 비율이 27.9%에 지나지 않는 등 역대 최악의 국회여서 이번 정기국회만큼은 제대로 성과를 내기를 기대한다. 

 

‘조국 사태’로 국회는 마비 상태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야당이 ‘조국 국감’을 예고하자 여당은 ‘조국 수호 국감’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경제 외교안보 등 주요 국가적 이슈는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민생입법도 기약 없이 표류할 조짐이다. 

여야는 본업을 팽개치고 ‘조국 사태’에 매몰돼선 안 된다. 당장 올해 성장률이 1%대 후반에 머물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속출하는 등 민생경제는 그야말로 바닥을 헤매고 있다. 한·일 간 경제 전쟁,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여건도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513조원의 내년도 예산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 

그런데 검찰의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 장기화로 ‘조국 사태’가 더 절박한 다른 국정 현안들을 모두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돼가고 있다. 26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 경제 전문가 특별좌담회에서는 “우리 경제가 이미 일본식 장기침체에 진입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그동안 일본식 장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많았지만, 실제 그 지경에 진입했다는 전문가의 공식 진단이 나온 건 처음이다. 거국적 비상전략이라도 논의돼야 할 상황이 ‘조국 사태’ 때문에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어두운 터널 속의 한국경제, 탈출구는 없는가’를 주제로 한 좌담회에서 현 정부 초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았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이대로 가면 내년 이후 당장 1%대 성장률이 예상된다”라며, “민생지수까지 평균 91.2로, 97.8이었던 박근혜 정부에 비해 대폭 하락했다”고 비판했다. 

연세대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는 “물가지수가 마이너스로 전환된 데다 GDP 디플레이터 역시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며, “디플레이션 등 사실상 일본식 장기침체에 진입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제가 이 지경에 이른 원인으로 김 원장은 정부 만능주의와 시장 현실을 외면한 정책당국의 무능을 지적했다. 성 교수는 “2017년 3분기 경기수축 진입 시기에 소득주도성장이 노동비용 충격을 일으켜 경기하락 속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특기하기도 했다. 

중도ㆍ합리적 성향인 두 학자는 실물침체형 만성 위기, 또는 경기 하강에 따른 금융위기 등도 경고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민간경제의 활력을 회복할 수 있는 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하고, ‘조국 사태’로 국회는 시급한 규제 개혁 법안조차 처리하기 힘든 늪에 빠져 있다. ‘조국 사태’와 별개로 경제 현안만이라도 처리할 협치가 절실하다.

한·미 정상 회담, 유엔(UN) 연설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 북에 '나라다운 나라에 우리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며 '우리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남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 말대로 국민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지금 목격하고 있다. 현직 법무부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까지 받는 등 범죄 혐의자로 검찰 수사를 받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펼쳐졌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려면 국민 통합을 바탕으로 나라 발전에 모두가 나서야 한다. 하지만 진영에 따라 국민을 갈가리 찢어지게 한 ‘조국 사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나라다운 나라'는 딴 나라 얘기일 뿐이다.

9월 9일 조국 법무부장관이 임명된 뒤 과거와 달리 대한민국을 50일간 삼켜버린 ‘조국 블랙홀’에서 헤어 나오기는 쉽지 않다. 검찰의 칼이 조국 장관을 겨누지만, 아직도 끝을 다 알 수 없는 안갯속이다. ‘베려는 자와 그 검의 무리를 바꾸겠다는 자’의 눈빛엔 한 치의 밀림이 없다. 

대통령이 내민 잣대는 조 장관 본인의 ‘의혹만이 아닌 명백한 무엇’이다. 부인 구속일지, 조 장관의 피의자 조사나 기소나 판결 시점일지, 맺고 끊는 출구는 모호한 채 ‘조국사태’는 낯선 길을 가고 있다. 조 장관 부인을 소환하면 곧 검찰의 수사기록과 패는 까질 것이다. 

조 장관도 국회 답변에서 언급했듯, 어차피 거취는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자연히 해결될 일이다. 지금 국회가 할 일은 어려운 서민경제와 양극화 심화, 세대 갈등, 축산농가의 절망, 시급한 교육개혁 등과 관련한 법안들을 심의하고 처리하는 일이다. 정녕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로 임기를 마칠 생각인지 묻고 싶다.

단 한 명의 장관 때문에 '조국 싸움'만 하다 20대 국회가 문 닫을 판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안아야 한다. 국회에서 정치적 공방이 벌어지는 건 피할 수 없지만, 그래도 본연의 임무까지 망각해선 곤란하다.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선택한 이후 ‘그래도 지지’와 ‘지지 철회’가 분화하고, 검찰 수사 지지와 비판이 갈리더니, 이제는 ‘조국 수호’와 ‘조국사퇴’가 격렬히 대립한다. 

대물림하는 특혜와 특권에 대한 분노, 교육의 공정성 담보 문제, 검찰의 수사 행태 및 검찰 개혁, 언론의 보도 행태와 가짜뉴스 논란, 인사청문회 제도와 공직자 윤리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했다. 

한데 얽히고설킨 문제를 하나씩 떼어내 시간을 갖고 풀어보려 한다면,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들이 뒷짐 지고 있는 게 아니라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어보면 좋겠다. 

‘검찰 개혁’ 문제는 조 장관 거취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사법 개혁’ 과제가 국회 손에 달려 있다. 여야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관련 법안을 20대 국회의 마지막 사명이라 생각하고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과도한 수사권 남용과 피의사실공표 문제’는 반드시 매듭지어야 할 과제다. 특히 조 장관 가족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폭력성과 무도함에 대한 비판에 검찰은 어떻게든 책임지고, 조직 차원의 변화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피의사실공표 역시 시대적인 상황 변화에 맞춰 법조계를 중심으로 각계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검찰의 조국 법무부장관 관련 의혹 수사를 겨냥해 ‘엄정하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강조했다. 기존 관행을 답습한 이른바 ‘벌떼 수사’가 조 장관 거취를 둘러싼 진영 대결과 결부돼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가중시킴에 따라 취해진 경고인 셈이다. 최근 ‘과잉 수사 논란’과 ‘검찰 개혁 요구’가 커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의 지적은 두말할 나위 없이 타당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메시지에서 “검찰은 아무런 간섭 없이 전 검찰력을 동원해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는데도 검찰 개혁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성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은 법·제도 개혁뿐 아니라 검찰권 행사의 방식과 수사관행 등의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하면서, 조국 장관의 책임 여부에 대해선 “수사와 사법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고도 했다. 설사 조 장관을 검찰이 기소하더라도 법원의 ‘사법절차’까지 보고 판단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의 이례적 언급은 검찰이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검찰을 향한 작심 비판의 성격이 크다. 특수부 검사만 40명 가까이 투입된 가운데 50일 넘게 조 장관 일가에 대한 먼지떨이식 수사가 진행되면서 피의사실 공표 및 인권침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고위 인사는 “표현의 수위는 절제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검찰을 향한 상당한 분노와 질책을 담은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정부와 달리 자유롭게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검찰의 수사 관행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라며 “검찰 스스로 검찰개혁 여론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짚어줄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고 풀이했다. 

‘조국 사태’는 단순히 입시 특혜를 넘어 특권층 논란 등 우리 사회의 근본적 문제를 들춰냈다. ‘블라인드 펀드’ 여부 등 조 장관 해명의 진위도 도마에 올랐다. 그렇다 해도 검찰이 언론·국회가 검증해야 할 도덕성 사안이나 관행상의 편법·탈법에 형사처벌 잣대를 들고 뛰어들어 먼지 털기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적잖다. 

이 과정에서 검찰의 별건 수사 관행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또 수사 상황의 지속적인 유출이 정치권의 극한 대립과 국론 분열의 주요 요인이라는 비판도 많다. 문 대통령이 “검찰의 일은 검찰에 맡기고 국정은 국정대로 정상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 이유다.

전후 맥락상 ‘윤석열 검찰’이 진행하고 있는 수사에 공개적으로 불신을 드러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조국 법무부 장관-윤석열 검찰총장’ 체제로 검찰개혁을 이루겠다는 애초 구상이 흔들리는 조짐도 엿보인다. 자칫 이 사건이 정권과 검찰의 충돌로 비화할 경우 ‘검찰개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평소 검찰권 독립을 강조해온 문 대통령이 진행 중인 수사를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자칫 외압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다만 초기부터 수사 착수 시기와 방식, 규모 등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제라도 검찰 스스로 그간의 행보를 차분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조 장관 주변 인물을 소환하고 집 압수수색 등을 마치고 장관 부부 조사 일정을 검토하는 모양이다. 그동안 국회 청문회 일정을 앞두고 압수수색을 하고 청문회 막판에 소환 절차도 없이 부인 정경심 교수를 기소하는 등 ‘정치 개입’ 논란을 자초했다. 

검찰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헌법정신에 입각해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법 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엇보다 신속하게 수사 결과를 내놓는 게 중요하며, 빈말이 아니길 바란다. 검찰 개혁 요구는 문 대통령의 강조와 무관하게 이미 국민의 공통된 요구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최근에는 ‘11시간 압수수색’ 비판 직후 장관과 검사의 통화 사실이 흘러나와 야당은 ‘탄핵’, 여당은 ‘내통 검사’ 색출을 주장하는 등 정치 공방을 불러왔다. 사건의 실체에 대해서도 정 교수의 실소유주 여부 등을 놓고 논란이 격렬하다.

조 장관이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 있던 검사와 통화한 사실을 놓고, “제 처가 정신적·육체적으로 안 좋은 상태에서 안정을 찾게 해 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라고 했다. 남편으로서 수사팀에 배려를 부탁한 것처럼 말하지만, 검사에 대한 부당한 압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다. 일반 시민이라면 자기 집에 압수수색 나온 검사와 통화라도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조 장관이 압수수색 검사와 통화한 사실, 압수수색 현장 상황은 검찰 지휘라인에만 보고되는 기밀 사항인데,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의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공개됐다. 검찰 내 극소수만 알고 있는 수사 과정의 기밀이 유출됐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검찰은 “전화 받은 검사가 심히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면, 검찰은 그때 바로 이런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수사 외압’을 문제 삼았어야 했다. 그러지 않고 야당 의원이 수사 기밀을 공개하고, 뒤늦게 맞장구치는 식의 행태는 수사 외압을 막겠다는 의도보다 ‘정치공세의 소재’로 이용했다.

지난해 검찰 간부는 세월호 수사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으로부터 청와대와 해양경찰 간 통화 ‘녹음파일을 압수수색하지 말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우 전 민정수석의 외압 의혹을 수사한 뒤 “수사팀이 압수수색을 관철하는 등 원칙대로 수사해서 직권남용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 검찰은 11시간 동안 장관 집 안 곳곳을 뒤지고,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 심지어 자녀의 중학교 시절 일기까지 압수하려 했다. 이를 보면 과연 현장 검사들이 장관 전화를 받고 위축됐다고 할 수 있겠나. 그런 점에서 한국당이 “명백한 수사개입이자 직권남용으로 탄핵 사유”라고 주장하는 건 지나친 정치공세다.

딸의 중학 시절 일기장을 포함해 당일 두 차례나 추가 영장을 청구한 검찰이나 발부한 법원 모두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기생충 수법’ 등 피의사실과 수사 상황이 시시콜콜 공개되는 것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조 장관 부인의 문자메시지에 증권업계 은어까지 있었다’는 식의 망신 주기용 여론전을 지속하는 것에 대한 경고의 필요성도 있었다고 한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전날 불거진 ‘조국-압수수색 검사 통화 논란’이 문 대통령 발언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는 상황에서, 검찰과 야당의 ‘짜고 치기’를 분명하게 보여준 사건으로 판단한 셈이다. 

‘조국의 미래’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현직 법무부 장관으로서 전례 없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국 장관은 9월 26일 국회 데뷔 무대에서 자신의 수사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불거져 야당의 탄핵 공세도 받게 됐다. 

조 장관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검찰이 9월 23일 자신의 집을 압수수색할 때 검찰 수사팀장과 통화해 “아내가 몸 상태가 안 좋으니 배려해 달라”고 말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 장관은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제 처가 놀라서 전화했다. 너무 걱정돼서 제 처 옆에 있던 분(검사)에게 ‘압수수색을 하되 제 처의 건강 문제를 챙겨 달라’고 말하고 끊었다. 내가 전화를 걸어 압수수색에 대해서 어떤 방해를 하거나 지시한 바 없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대정부질문 도중 의원총회를 연 뒤 “조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고발하고 탄핵소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가 자신을 직접 겨냥하기 시작했기에 조 장관은 야당의 탄핵소추가 없어도 자신의 거취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검찰이 조 장관의 집을 압수수색한 것은 그를 피의자로 입건했음을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 장관은 대정부질문에서 ‘검찰에 소환될 경우 장관직 사퇴 여부’를 묻는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의에 “소환 통지가 제게 온다면 (거취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에게는 검찰의 소환 통보가 없어도 맞닥뜨릴 위기가 또 있다. 그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 여부다. 검찰은 조 장관 집에서 가져온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정 교수를 소환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정 교수가 구속되면 조 장관도 더는 버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자는 “임명 때만 해도 조 장관 본인의 위법이 없으면 장관직을 계속 수행한다는 게 청와대와 여당의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조 장관 부인이 구속되면 여론이 악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떨어지면 조 장관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반등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교통방송(tbs) 의뢰로 9월23∼25일 전국 성인 1504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5%포인트)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지난주보다 3.3%포인트 오른 48.5%로 나타났다. 

부정평가는 전주보다 2.7%포인트 하락한 49.3%였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의 격차는 0.8%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정 교수가 구속되면 이 흐름은 바뀔 가능성이 크다.

조 장관의 미래만 어두운 것은 아니며, 그와 대척점에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미래도 결코 밝지만은 않다. 조 장관에 대한 과잉수사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는 최근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른 이유 중 하나로 ‘검찰 수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대’를 꼽았다.

검찰은 조 장관 집을 압수수색할 때 영장 목록에 없는 딸의 중2 때 일기장을 압수하려고 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헤럴드경제> 보도를 보면 검찰은 조 장관 딸의 일기장과 중고등학교 때 쓰던 폴더 폰까지 가져가려고 했는데 이는 영장 목록에 없던 것이었다고 한다. 

조 장관 집에 대한 압수수색은 검찰 수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 ‘주거지 압수수색’은 수사 대상자뿐 아니라 그의 자녀 또는 부모가 검찰이 영장을 집행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검사와 수사관들이 불시에 들이닥쳐 집 안을 샅샅이 뒤지는 광경은 가족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는다. 

그래서 집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은 다른 곳과 달리 법원이 발부 여부를 더 엄격하게 판단한다.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으면 발부하지 않는다. 따라서 법원이 조 장관 집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다’는 것은 그만큼 조 장관의 혐의가 가볍지 않음을 방증한다. 

검찰이 정 교수의 영장에 넣을 혐의는 딸의 동양대 표창장 등을 위조한 사문서 위조와 사모펀드 투자와 관련된 자본시장법 위반, 그리고 검찰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증거인멸 등이다. 이 가운데 구속 여부를 결정할 관건은 증거인멸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형사재판 경험이 많은 수도권의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조 장관 자녀의 스펙 관련 혐의나 사모펀드 등은 구속될 만한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거인멸 정황은 영장을 심사하는 판사의 성향에 따라 구속 사유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교수 구속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 교수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될 경우 거센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약 정 교수의 영장이 기각된다면 여권의 책임론 공세를 윤 총장이 이겨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뿐 아니라 이번 수사에 참여한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간부들도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가운데 윤 총장의 최측근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검사장)은 여권 인사들에게 ‘공공의 적’이 된 지 오래됐다. 

윤 총장이 조 장관 부인의 구속영장 발부와 상관없이 이번 수사가 마무리되면 청와대에 사의를 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신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준 것에 책임을 질 것이라는 얘기다.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도 이명재 검찰총장이 대통령의 아들들을 구속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낸 바 있다.

‘윤석열 사단’은 전형적인 특수부 검사의 기질을 갖고 있다. 국민적 의혹이 있는 사건을 보고도 가만히 있으면 검사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이 3년 전 ‘촛불시민’이 요구한 개혁 대상이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조국 사태’는 이 딜레마가 만든 필연적 사건이다.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회 대정부질문이 여지없이 조국 법무부 장관 문제로 점철되었다. 이낙연 총리는 조 장관의 통화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거나 "오해받을 여지가 있었다는 점에서 아쉽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조 장관은 자신과 관련한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고 있기에 이해충돌 우려가 상존하므로 한층 더 조심해야 한다.

정치 과정에 깊숙하게 얽히게 된 검찰 역시 엄정하면서도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생명처럼 여겨야 한다. 여성만 있는 집에서 11시간 동안 압수수색한 것은 과도한 것 아니었나 하며, 끊이지 않는 피의 사실 공표 논란도 우려된다. 

이 총리는 "검찰이 장관의 부탁을 문제 삼는다면 검찰 스스로의 태도도 되돌아보는 균형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검찰은 오로지 진실을 가려내는 수사에만 관심을 둬야 할 것이다. 누구 말처럼 검찰이 정치하겠다고 덤비면 정말 곤란하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이 통제받지 않은 채 정치를 움직이고 세상을 쥐락펴락한다면 '검찰 공화국' 소리가 계속 나오기 마련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파 대결과 진영 논리는 더 강고해지는 흐름을 보여 걱정이다. 그나마 검찰 수사 결과가 하루빨리 나와야 여론 변화나 정국 진정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그전에라도 필수불가결한 민생 의제들은 갈등을 피하여 처리하는 지혜를 발휘하길 기대한다.

국회의 27일 외교안보 대정부질문에서도 조국 장관 관련 질의는 이어졌다. 나라살림을 심의하는 예산국회가 '조국 블랙홀'에 빠져든다면 걱정스러운 일이다. 여야가 올 정기국회를 '기승전 조국'으로 끝내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심화시켜선 안 될 말이다.

'한×만 패겠다'는 식의 자유한국당 등 야권의 태도도 온당치 않다. 청와대가 온갖 반칙과 특권 의혹에 휩싸인 조국 장관을 임명하면서 등 돌린 민심이 야당으로 쏠리지 않는 까닭이 합리적 대안정당이란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어서다. 야권이 예산안과 법안 심의라는 국회 본연의 기능을 외면해선 곤란하다.

더불어민주당의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에 대한 압박이 박근혜·이명박 정권 인사들에 대한 적폐수사에서 큰 역할을 할 때는 아무 말도 않다가 이제 "무리한 수사"운운하니 설득력이 없다. 

시급한 국회 현안이 취업난에 신음하는 청년층에 도움이 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소상공인보호법, 빅데이터경제3법 등 수두룩하다. 조 장관 거취는 검찰 수사결과를 보면서 유관 상임위에서 따지고 미진하면 회기 중 국정조사를 통해 짚으면 될 일이다. 

26일 여당 의원들은 검찰ㆍ사법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조국 법무장관 엄호에 몰두했고, 야당 의원들은 그간 제기된 조 장관 및 가족 관련 의혹을 반복하며 면전에서 사퇴를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수백억 원대 횡령ㆍ배임으로 구속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탄원서를 제출했던 일이 확인됐다.

자유한국당은 조 장관이 압수수색 수사팀장에게 수사 관련 지시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통화 사실 자체만으로도 명백한 수사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정부질문을 파행시킨 채 의원총회를 열어 형사고발과 함께 탄핵 추진을 결의했다. 앞서 한국당 의원들은 조 장관이 신임 국무위원 인사차 단상에 나오자 야유를 퍼부으며 돌아앉았고, 대정부질문 중에는 ‘조국 전 민정수석’으로 부르기도 했다.

'제2의 조국 청문회'를 벼르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날선 질문들을 쏟아냈다. '청문회에서 하나의 거짓말도 없었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없었다. 거짓이 드러나면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답했다. 특히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는다면 사퇴를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대정부질문을 보면, 마치 지금 한국엔 조 장관 논란 말고 다른 이슈는 없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처음부터 끝까지 조 장관 가족 관련 의혹만을 집중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검찰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야당이 지금처럼 한다면 국정감사와 상임위 등 정기국회 전체가 온통 조 장관 논란으로 도배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자유한국당은 국정조사와 해임 건의안을 추진하는 한편 대규모 장외집회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정기국회를 ‘조국 공격’의 장으로만 활용하려 들면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투쟁을 할 때 하더라도 입법과 예산 심의라는 국회 본연의 임무를 망각해선 안 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사태’가 너무 장기화하지 않도록 민의를 수렴하고 공론을 모으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조국 블랙홀’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다각도의 방안을 찾기를 바란다.

또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한 강연에서 검찰에 “수사를 해도 조용히 하라고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혀 ‘외압’ 논란까지 벌어졌다. 강 수석은 SNS에 ‘한미 정상회담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글을 쓰는 등 간접으로 의견을 전달했다고 해명했지만 일부 언론에선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가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마저 배우자가 기소된 마당에 조 장관이 업무를 계속하는 것에 대해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조직법, 검찰청법 등을 고려하면 조 장관의 업무 범위에 배우자에 대한 검찰 수사가 포함되기 때문에 직무 관련성이 있고, 그에 따라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 장관과 검사 간 통화 사실이 공개된 데 대해 “야당과 내통하는 정치검사가 있다면 즉시 색출해 사법처리하라”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공식 요구했다. 

조 장관 지지자들은 ‘검찰자한당내통’이라는 실검 띄우기에 나섰다. 

연세대는 조 장관 아들의 정외과 대학원 입시 평가 서류가 사라진 것을 놓고 최근 나흘간 세 번이나 말을 바꿨다. 처음엔 "서류 실종을 검찰 압수 수색 때 알았다"더니 "7월 교육부 감사 때 알았다"로 바꿨다가 교육부의 반론이 나온 뒤 다시 "8월에 알았다"고 한다. 입시 서류를 분실한 것인지, 누가 빼돌린 것인지는 수사로 가려질 것이다. 

조씨 입학 전후 3년 치 서류만 사라졌다더니 "모든 해외 입학생의 점수표가 분실됐다"고 뒤집었다. 입시 부정 의혹이 제기되면 대학은 적극 규명하는 게 상식인데도 오히려 뭔가를 자꾸 덮으려는 것 같다.

고려대는 조 장관 딸이 제1저자로 등재된 병리학 논문을 제출해 합격했다는 의혹에 대해 "연구 활동 내역과 자기소개서를 받지 않았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오늘 오후에는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10만 명이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촛불시위를 벌인다고 한다. 한국당은 어제 조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 당시 수사검사와 통화한 것과 관련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내 및 해외 대학의 교수, 연구자 등은 26일 부산시의회 3층 브리핑 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 중요한 것은 검찰개혁이다!’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검찰의 일방적인 법치주의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라며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은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권력집단인 ‘검찰개혁에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 장관을 지지하고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교수들의 서명 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교수들은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검찰에 대한 개혁을 위해 조 장관이 역사적 과업의 도구로 선택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검찰 내부 개혁을 하루빨리 진행해야 한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법안으로 계류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 집행하라. 검찰의 수사·기소·영장청구권 독점을 개선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빨리 실행하라”고 밝혔다.

또 “현재 사태 핵심은 조 장관 가족 문제가 아니라 검찰 문제다. 검찰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사법권력 체제가 문제다. 바로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독점이다. 모든 형사 절차를 독점한 세계 유일의 절대 권력집단이다. 군사독재를 비롯한 역대 권위주의 정권의 충직한 하수인 노릇을 한 검찰의 과거 전력도 여기서 비롯됐다. 이를 허물어야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짚었다.

조 장관 지지에 대해서는 “조국이 법무부 장관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검찰개혁이라는 엄중한 역사적 과업의 도구로 선택됐다. 의지와 능력이 있는 다른 사람이 장관이어도 똑같이 지지한다. 검찰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연구자의 순수한 의도를 왜곡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들은 지난 21일 소셜미디어에 검찰개혁 성명을 발표하고 서명 운동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부산의 교수들이 시작했는데,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가세하면서 25일 오후 5시 기준 6120여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이들은 서명 대상자를 대학교수, 시간강사, 연구자로 한정했고 이날까지 4090명의 명단을 확인했다. 

이들은 각 지역의 교수, 시간강사, 연구자 등과 함께 순차적으로 시국선언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변인을 맡은 김동규 동명대 교수는 “서명자 수 증가 속도로 봐서 앞으로도 상당수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서명자를 합한 숫자와 이름을 서울 기자회견에서 최종적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보수 성향의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은 조 장관 사퇴 촉구 시국선언을 하면서 서명자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이들이 밝힌 대학명단에는 폐교된 대학까지 포함돼 신뢰성 논란이 일었다.

몇 주 전 <경향신문>이 의미 있는 기획으로 ‘만사법통에 기댄 사회’ 연속 인터뷰를 시작했다. 세상만사를 법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경향, 그게 바로 ‘만사법통’이다. 

숙명여대 법학부 홍성수 교수는 법사회학적 관점에서 “온갖 사회관계의 사법화” 특히 “형사범죄화”가 심각한 문제임을 지적한다. 사회 분쟁을 해결하는 다양한 기제가 있는데 이것을 제쳐두고 ‘검찰이 문제해결을 주도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갈등을 해결할 다른 통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두가 “법대로”를 외치며 사법 권력에 최종심판자의 역할을 맡기게 됐다는 것이다.

‘선출되지 않고 견제 받지 않으며 책임지지도 않는 권력’이 그렇게 팽창하는 일은 자체로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사법의 과잉은 곧, 다른 갈등해결 시스템의 과소를 의미한다. 

매년 발표되는 각종 공공기관 신뢰도 조사를 보면 맡아놓은 꼴찌는 국회의원이고, 검찰 역시 국회의원과 비슷한 정도로 최하위권이다. ‘기레기’라 욕먹는 언론의 순위가 의외로 검찰보다 제법 높다. 이 중 그나마 법원이 낫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 우위일 뿐이다. 

사법 지배가 이토록 강해진 배경에 우선 ‘사법기관 자신의 강력한 권력의지’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와 정치검찰의 유구한 역사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가 충성하는 대상이 어디인지를 이제 모든 사람이 안다. 저들은 세상에서 ‘정치적 중립성’이란 말을 가장 정치적으로 잘 써먹는 정치조직이다.

또한 ‘선출권력을 유혹하는 정치적 쓸모’다. 소위 ‘대권’을 잡은 정치세력은 한정된 기간 동안 더 강한 권능을 갖길 원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검찰을 이용한다. 전임 정권의 잔재를 쓸어버리고 새로운 권력 기반을 다지기에 검찰만큼 쓸모 있는 도구는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휘황했던 권력에 황혼이 내리면, 권력의 개는 이리로 돌변해 자기를 부리던 자를 가차 없이 찢어발길 것이다.

그리고 ‘능력주의’다. 잣대의 최 정점에 사법연수원 졸업성적이 있다.” ‘시험성적이 곧 능력’이라는 믿음은 ‘법조인’만이 아니라 한국인 절대다수에게 내면화된 신념이다. ‘법조인’의 역량을 신화화함으로써, 그리고 동시에 중립화하고 객관화함으로써 능력주의는 한국 사회의 사법화를 은밀하게 정당화해왔다.

사회를 사법화 하는 힘은 강한데 이를 억제할 힘은 너무나 약하다. 민주주의 원칙에 따른 강력한 제도개혁으로 엘리트로서의 윤리, 절제, 책임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

조 장관 주위에 각종 혐의가 드러나도 많은 국민들은 검찰을 믿지 못하고 있다. 개혁에 저항하는 수사로 여기는 국민도 많다. 원칙대로 수사한다는 윤석열 검찰은 억울할지 모르겠지만 이는 오랜 기간 불신의 싹을 키운 검찰의 업보다. 

흔히 검찰개혁이라고 할 때 상징처럼 떠오르는 것이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이다. 공수처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줄인 말이다. 대통령,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의 범죄 및 비리행위를 감시하고 이를 척결함으로써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성을 높이려는 데에 있다. 

수사권 조정안은 경찰에게 1차적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되, 검찰의 특수수사권한은 인정하는 것을 담고 있다. 이미 지난 4월 국회는 공수처 신설과 수사권 조정안을 담은 검찰개혁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했고, 지난 2일 사법개혁특위에서 법사위로 이관되었다.

‘검찰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한다. 조국 장관 취임 20일이 지났으나 그의 개혁 행보에는 불신과 냉소만 뒤따른다. 국회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찰 개혁 법안 처리도 쉽지 않다. 

검찰의 상대자는 피의자 내지 피고인이다. 이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도 검찰권견제가 된다. 예컨대, 변호인 조력권을 더욱 강화하고, 형사기록공개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있다. 

또한 검찰의사결정과정을 더욱 투명화 하여 전관비리와 수사외압을 방지하고, 인사제도개선 등을 통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화하는 방안도 중요하다. 조 장관 수사 도중에 논란이 된 피의사실보도나 별건수사문제도 개선이 될 필요가 있다.

정치와 언론의 책임이 크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여야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은 채 사사건건 충돌해 왔고, 언론은 수사 국면에서 과거처럼 확인 안 된(못한) 의혹을 사실인양 몰아가고 있다. 정치든 언론이든 주장과 추측을 교묘히 꿰맞춰 전파하는 데만 열중하니 커지는 건 확증 편향뿐이다. 검찰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아도 믿고 안 믿고의 기준은 이미 단단하게 서 있다. 

<한겨레신문>의 [김종구 칼럼] ‘구교주인’ 검찰을 어찌할 것인가를 소개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뒤 일부 보수언론에서 토사구팽 얘기한다. “적폐청산 수사가 어느 정도 진척되니 검찰이 토사구팽 당할 처지에 놓였다”는 이야기다. 검찰은 갑자기 구팽(狗烹) 대신 구교(狗咬), 즉 주인을 물어뜯는 개로 돌변했다.

최근의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는 검찰의 전 방위적 수사와 고도의 언론 플레이가 없었다면 낙폭이 그처럼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검찰은 지금 대통령을 향해 묻고 있다. “이렇게 지지율이 떨어지는데도 조국 장관을 계속 감싸고 돌 건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대통령의 인사권에 도전하고, 지지율을 잠식하고, 대통령을 겁박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어찌 ‘구교주인’(狗咬主人)이라 말하지 않을 수 있는가.

검찰이 공격한 주인은 실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는 국민을 상대로 한 고도의 정치 행위다. 대통령의 인사가 못마땅해 심판을 해도 유권자가 할 몫이다. 그런데 검찰은 넘볼 수도, 넘봐서도 안 될 금단의 영역을 무도하게 침범했다.

검찰의 더욱 큰 죄는 모든 것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린 점이다. 정치와 사법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도덕과 법률을 뒤섞고, 상식과 이성을 휘젓고, 결국 이 나라를 더 큰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검찰은 참으로 무서운 조직이구나’ 하는 탄식만 진동할 뿐이다.

패스트 트랙에 오른 공수처 법안도 공수처한테 검찰을 견제할 만한 충분한 위상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정부여당이 마련한 검찰개혁안은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거의 그대로 둔 채 수사지휘권과 수사 종결권을 일부 제한하는 선에서 그쳤다. 적폐청산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권을 활용한 탓도 있고, 경찰의 인권의식이나 수사능력이 못 미더운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한 타협책이다. 

하지만 통제받지 않는 검찰의 직접수사 폐해가 얼마나 가공한 것인지를 우리는 이번에 똑똑히 목도했다. 따라서 ‘검란’ 이전과 이후의 검찰개혁 방안은 확연히 달라야 한다. 주인을 물어뜯은 개를 엄히 벌하고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고삐를 죄어야 한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 폐지 등 더욱 강도 높은 방안이 뒤따라야 할 이유다. 문제는 이를 실행에 옮길 현실적 역량이 있는 가다.

요즘 흔히들 이야기하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자녀들의 특혜 의혹과 황교안 대표의 병역면제 의혹 등도 샅샅이 수사해서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 자유한국당은 검찰 수사에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지만 ‘강 건너 불구경’할 처지가 아니다. 불은 강 건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옆에서 타오르고 있다. 

‘구교주인’의 상황이 온 것은 결국 주인의 잘못이다. 스스로 얕잡아 보이게 행동했고, 허술한 틈을 노출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각성하고 분발해야 할 쪽은 여권이다. 검찰개혁을 법과 제도로 완성하는 것은 법무부가 아니라 국회며 결국 여당의 몫이다. 

한편 조국 사태를 계기로 국회 차원의 '자녀 입시비리 전수조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여야 모두 자녀 입시 전수 조사에 긍정적으로 화답을 주고받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7일 "국회의원 자녀들의 납득하기 어려운 입시사항에 대해 전수 조사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꺼릴 것이 없다"며 "찬성한다"고 반응했다. 이미 바른 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도 전수 조사를 촉구했던 터라, 국회의원 자녀에 대한 전수조사 논의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번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은 다른 어떤 의혹보다도 자녀 입시 비리 의혹에서 큰 곤혹을 치렀다. 딸의 대학과 대학원 입시과정에서 쌓은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등 각종 스펙이 과연 조 장관 부부의 사회적 네트워크 없이 가능했겠는가 하는 의문이 조 장관을 궁지로 내몰았다.

하지만 조 장관 딸의 '스펙 품앗이'가 교수 사회에만 있었을까 하는 점에 대해선 대다수 국민이 고개를 흔든다.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 등 사회 지도층 사이에서 자녀의 인턴기회나 수상경력 등을 서로 주고받는 짬짬이, 즉 '입시 스펙 품앗이'가 만연하고 있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이미 나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도 자녀 입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 한 만큼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실재하고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해 보인다. 결국 여야 모두 사회 지도층 입시 의혹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분노를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우선 비판 여론을 수용하려는 모습은 바람직하다.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자녀의 입시 전수 조사에 대한 국민의 찬성여론은 압도적이다. 여론조사업체인 리얼미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찬성 응답이 75% 정도, 반대가 18% 정도로 나타났다고 한다

입시 비리 전수조사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확보된 만큼 여야는 지체 없이 후속 논의와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국회 내에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거나 감사원에 요청하는 방안 등 국회에서 합의만 이뤄진다면 전수조사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마침 교육부도 학생종합전형 선발이 높은 13개 대학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다고 하니 속도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국사태이후 흙수저 젊은이들은 '배경' 없음을 탄식하고, 부모들은 '능력' 없음을 한탄하고 있다. 국회 스스로 입시 불공정성의 실태를 제대로 조사한다면 그나마 계층이동의 사다리인 입시제도의 정상화에 작은 희망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 혐오는 경계하고서 분노의 방향은 정파성을 초월하거나,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어떤 정파에 함몰돼서도 안 되지만, 모든 정치세력을 똑같이 거부하는 방향으로 가서도 안 된다.

모든 정치세력을 철저하게 거부하는 것은 결국 축적된 기득권층의 사회적 자본을 더 많이 가진 정치세력의 독재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일본 자민당의 아베 정권이, 대다수 시민들의 정치혐오와 무관심 속에 탄생한 정권이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공격성을 드러내고 도쿄올림픽 준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원인 중 하나가 일본의 민주주의 작동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은 좀 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소수의 국회의원이라도 일단 당선시킬 수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 보다 많은 국민들의 판단을 받으며 누군가는 탈락하고 누군가는 더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기존 정치세력의 긴장과 역동성을 불어넣는 방법이다.
 
특히 분노가 커져서 모든 것을 파괴하지 않도록, 기존 정치세력은 그들을 존중해주고 공감해야만 한다. 이것은 기존 정치 세력이 살아남고 지지를 넓히기 위한 필수 과정이기도 하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특정한 분노 현상에 대해 활발하게 토론하고 비판하는 과정이 진행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한 분노 뒤에 특정한 조직이 있거나 기업이 있다는 음모론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정한 조직이 있는가 없는가를 판별하는 일 자체는 애초에 중요하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지금, 모든 분노는 여러 가지 사회적 세력이나 움직임의 총합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조직이 있든 없든, 일정 이상의 사람들이 그러한 분노에 호응한다면 의미를 갖게 된다.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입장에서는 분노의 방향이 타당한가가 아주 중요하지만, 정치 세력의 입장에서는 분노의 방향보다 분노의 크기가 더 중요하다. 분노가 충분히 크다면 일단 경청해야 한다.

현재 정치 세력은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인사청문회 기간 동안 몇몇 의원들은 조국 장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분노에 대해 공감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하지만 어떤 의원들은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분노에 대해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발언도 뱉었다.

당 차원에서 조국 장관을 지지하는 것과 별개로, 분노한 사람들에 대해 더 몸을 낮춰 다가가는 모습을 더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열성적인 지지자들도 중요하지만, 정당의 성패는 결국 지지기반을 더 넓히는 데 달려 있다.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냉정과 상식, 양식을 되찾아야 한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번지게 된 과정을 되짚어보고 자성함으로써 이성적으로 사태를 매듭지어야 한다.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던 중간층과 관망파들도 어느새 어느 한 쪽의 구심력에 끌려 들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곤 곤혹스러워하는 상황이다. ‘조국’은 어지간한 정치적 이슈들은 모두 빨아들여 무력화시키는 블랙홀이 됐다. 팩트와 추정, 주장이 뒤섞이고 확대 재생산되고 있어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의식해 이 사안을 정파적 입장에서 다루고 있어 검찰이 수사 결과를 내놓아도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조국 사태’는 그야말로 초유의 연속이다. 검찰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장관 후보자, 그것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각종 의혹에 대한 정황 증거들이 쏟아지고, 부인이 기소됐는데도 사퇴는커녕 법무부 장관에 취임해 검찰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연일 광폭 행보를 펼치는 것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광경이다. 관전자의 입장에서는 흥미진진할지 모르겠지만 작금의 사태는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었다. 

가장 큰 책임은 조 장관에게 있다. 법무부 장관 자리의 엄중함을 너무 가볍게 여긴 건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부인과 자녀들의 불법 여부와 조 장관의 관여 여부는 확인 단계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압수수색 직전 부인이 대학 연구실에 있던 자신의 개인용 PC와 자료를 몰래 반출하고 자택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것은 뭔가를 숨기려 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족하다. 

자신과 가족이 편법과 반칙에 기대 사익을 챙겼다면 도덕적으로 문제지만,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법무부장관 직을 내려놓는 게 마땅하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주장하며 사법부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것은 법무 행정을 책임지고,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그런 장관이 주창하는 검찰 개혁과 법무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나. 

대통령과 여당도 결정적 하자가 드러난 이후에도 조 장관을 계속 옹호하다가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게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요석(要石)이라며 살려보겠다고 버티다가 결국 대마(大馬)가 몰살돼 전체 판을 그르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검찰의 위력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댐으로써 ‘정치의 시간’을 순식간에 ‘검찰의 시간’으로 돌려놓았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 건 진전이지만 검찰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기에는 이르다. 수사 착수 시기와 규모, 방식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권력형 비리’가 아닌데, ‘대학 교수 시절의 개인 비리를 파헤치겠다’고 이렇게 전 방위인 수사를 벌이는 건 이례적이다. 

윤석열 총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공익적 필요에 합당한 수준’ ‘헌법에 따른 비례와 균형’의 기준에 합당한지 고개가 갸웃거려질 수밖에 없다. 검찰이 최종 결정권자라는 오만한 생각은 없었는지를 윤 총장은 자문해봐야 한다. 위법 행위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수사해야 하지만 수사는 공평무사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검찰 개혁’이 좌절돼선 안 된다. 조 장관이 낙마하든, 그렇지 않든 개혁은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 검찰은 이번에 살아 있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이뤄냈다. ‘검찰 개혁’에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그 다음은 검찰의 권한을 내주는 것이어서 내키지 않겠지만 한 걸음 더 내디뎌야 한다. 국회 패스트 트랙에 올라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의 근간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여권도 수단과 목표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조 장관은 ‘검찰 개혁’의 수단이지 그 자체가 아니다. 조 장관과 검찰 개혁을 동일시하는 것은 자기기만이고 오만이다. 검찰 개혁의 키는 국회가 쥐고 있다. 야당과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찰 개혁 법안은 좌초될 수 있다. 

검찰 수사 결과를 존중하고, 잘못이 있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한 후 진용을 다시 짜 새 출발을 해야 한다. 그래야 ‘검찰 개혁’의 명분과 동력을 살릴 수 있다.

'기능에 빠지지 않는' 행위를 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부끄러움을 아는 내면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가장 기본이고, 이 기본이 본질을 선택하게 할 수 있게 한다. 

제자 자공이 학문을 닦고 인격을 도야하는 사람이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태도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묻자 공자는 "부끄러움을 아는 것"(行己有恥)이라고 답한다. 부끄러움을 아는 내면을 가졌는가의 여부가 그 사람이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룰 것인지를 결정한다고 본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소위 ‘염치’라고 한다. ‘수치심’, 즉 부끄러움을 아는 자기반성 능력이 인간적인 활동의 출발점이란 뜻이다. 수치심을 모르면 정의로운 길을 선택하기 위해서 불의가 주는 잠깐의 이익을 거부하는 용기를 발휘할 수 없다. 

기능적인 잠깐의 이익을 거부하고 본질을 선택하는 태도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용기는 ‘수치심’(부끄러움)을 알아야만 발휘된다. 그래서 "중용"은 '수치심을 알아야 용기에 가까워질 수 있다'(知恥近乎勇)고 기록한 것이다. 

"관자"는 더 적극적이다. 국가의 기틀 네 가지, 즉 '예(禮)·의(義)·염(廉)·치(恥)'라는 4유(四維)를 제시한다. 수치심은 나라를 지탱하는 기둥 가운데 하나이다. 그 가운데서도 수치심은 정의를 실현하는 기둥이다. 

사회에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끼는 자기 반성력이 사라지면 나라의 근간이 흔들려서 파멸을 면치 못한다. 수치심이라 불리는 염치가 사라지면 파렴치(破廉恥)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2019.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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