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억 투자로 반쪽짜리 효과보는 은행
자주보는 어플앱이나 역내 전광판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시민들 생소·의아

 

22.9.16. 지하철역명에 부역명을 병기하는 역병 병기에 투자한 애큐온저축은행.[사진=이은지 기자]

[시사프라임/이은지 기자] 16일, 선릉역 퇴근길에 오른 직장인 오 씨는 시사프라임과의 인터뷰에서 애큐온저축은행(애큐온) 역이 무엇인지 되물었다. 오 씨는 “매일같이 선릉역에서 출퇴근을 하지만, 애큐온은 처음 듣는 거 같다”라며 지난달 6일에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이 '선릉(애큐온저축은행)역'으로 역명병기 된 것에 생소해했다. “솔직히 플랫폼 안에서 대기할 때도 앱을 보고 길을 찾는 편이라 몰랐다”고 의아해했다.

 

22.9.16. 5년동안 종각역 부역명 병기에 투자한 SC제일은행. [사진=이은지 기자]
22.9.16. 5년동안 종각역 부역명 병기에 투자한 SC제일은행. [사진=이은지 기자]

17년 6월, 서울교통공사에서 발주한 역명병기 입찰 계약에 참여해 종각역 역명병기에 성공한 종각역(SC제일은행 역)도 있다. 종각역에서 지하철을 타던 시민 유 씨는 “5년이나 됐냐”며 놀라는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전철 안에서 역 이름을 가장 많이 볼 때가 언제 오는지, 어느 역인지 확인할 때 아니냐. 내가 늘 보는 전광판에는 ‘종각역’만 나와 있으니 알 리가 없다”며 입장을 밝혔다.

 

22.9.16.  ‘종각역’만 표시되어 있는 전광판 [사진=이은지 기자]

이처럼 홍보 효과가 반에 반토막도 안 되는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몇억을 투자하면서까지 지하철역 이름을 사는 이유는 무엇일지 시민들은 궁금하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겉으로는 바로 보이지 않아도 SC제일은행의 자체 조사에서 지난 2017년 6월과 부역명 계약체결 시점 대비 2019년 말 은행의 브랜드 인지도가 약 3% 향상된 것으로 나타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서울교통공사와 부역명 사업 재계약을 체결했다.

을지로 입구의 부역명인 기업은행의 관계자는 “유동 인구가 많은 을지로 입구는 본점이 위치한 곳이다”라며 “브랜드 광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 부역명 사업을 하게 됐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금융권들의 역명 쇼핑 열기에 힘입어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부역명 사업의 반응이 좋아서 수요를 파악한 뒤 추가로 입찰을 할 계획”이라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 밝혔다.

 

22.9.16. 많은 고객들이 이용하는 지도앱 어플 어디에도 은행명은 표기되어 있지 않다. [사진=이은지 기자]

애큐온은 역명병기 정기예금 특판 상품을 지난 1일 출시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 소비자 이 씨는 “홍보 효과도 없는 역명병기를 기념해서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는데 그런 기념보다는 소비자들을 위한 금융상품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지적했다.

7-8억 원대로 입찰해서 역명을 따왔지만,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역명병기가 반쪽이라도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시민들의 시선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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