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잠들지 않는 출동 서비스 뒤에 감춰진 24시간 고통받는 노동자
‘입에 담기도 어려운 언행’에 24시간 고통받는 특수형태노동자들
사무금융노동조합, 행정편의 하는 노동고용부 질타

 

22.09.21. 국회의원회관 제4 소회의실에서 ‘교통사고 조사원, 개인보험대리점 증언대회’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은주 의원을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되는 모습. [시사프라임=이은지 기자]

[시사프라임/이은지 기자] 21일, 국회의원회관 제4 소회의실에서 ‘교통사고 조사원, 개인보험대리점 증언대회’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은주 의원과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조합)의 주최로 삼성화재 애니카 사고조사원, 고용노동부 사무관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 토론에 앞서 이은주 의원은 “오늘 증언대회와 토론회가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서 일하다 다치고 병에 걸리면 온전히 개인이 책임져야 했던 ‘사무금융 특수고용노동자’의 기본권과 권익이 개선될 수 있도록 바란다”며 “저도 고용노동부가 전향적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22년 산재보험 가입자 수가 2천만 명이 임박했지만, 특수고용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 그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오세중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 지부장은 “보험회사는 보험설계사들의 산재와 공용보험 가입을 피하려 개인 보험대리점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21년 보험설계사 산재보험, 고용보험 의무화시 개인보험대리점은 제외 되었고 현재까지 특수고용노동자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실태”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 보험대리점은 보험설계사와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다. 영업 활동 중 교통사고 등의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회사로부터의 영업실적 강요와 부당행위 외에 고객으로부터 보험 가입에 대한 대가 요구, 악의적 민원, 성희롱 등의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나 아무런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24시간 출동대기로 사고 현장을 가장 먼저 목격하는 사고조사원의 ‘산재보험 사각지대’ 증언도 뜨거웠다.

삼성화재 개인대리점을 운영하는 삼성화재노조 이철형 지부장은 “24시간 출동하는 삼성화재 뒤에는 24시간 동안 수면장애를 겪는 노동자가 있다. 도로 위에서 죽어가도 책임지는 곳이 하나도 없고, 고객들의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말을 감내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삼성화재 교통사고 조사원 노동자 설문에 따르면 22년 6월 교통사고 조사원 중 77.3%가 업무 중 1회 이상 사고를 당했고 평균 6.7회의 사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 가운데 39.9%의 교통사고 조사원들이 공황장애 우울증 및 수면장애로 고통받고 있고 91.1%가 산재보험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 의원은 “매일 일하는 사무 현장인데 신속히 개선하겠다. 사고뿐 아니라 엄청난 감정노동을 하고 있고 이에 따른 질병을 얻었지만, 산재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직종에 대해서 유감이다”라며 증언대회를 이어갔다.

 

22.9.21. ‘교통사고 조사원, 개인보험대리점 증언대회’ 에서 김달회 사고조사원이 증언하는 모습. [사진=이은지 기자]

10년째, 삼성화재 애니카에서 사고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김달회 사고조사원은 “24시간 현장으로 신속히 출동하다 보니 밥을 먹다가도, 차 안에서 쪽잠을 자다가도 현장으로 나간다”라며 “현장에서 복귀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상이 원만하게 끝날 때까지 24시간 전화 응대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갑질, 폭언 등 입에 담기도 어려운데 식구 몰래 응급실도 다녀오고 한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김달회 조사원은 “올해 7월에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고, 9월부터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생계를 위해 식구가 일하고 있고, 쓰지 않는 선에서 생활하고 있다. 실비청구가 다른 것은 되는데 정신과만 되지 않는 점 정말 문제다”라며 “꼭 산재보험이 적용되어 편히 쉴 수 있게끔 도와달라. 생계 땜에 스트레스받아 병이 더 악화가 되는 거 같다”며 증언했다.

김 조사원은 아내 손지영 씨는 “오늘 올 때 남편이 걱정돼서 도저히 혼자 보낼 수가 없었다. 남편이 터널만 지나가면 너무 답답해하고 병원에 몰래 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나는 너무 마음이 아프다.”라면서 “내가 먹여 살리는 것부터 본인이 너무 힘들어하기 때문에 정신과로 인해 온전히 보험 혜택도 못 받고 하는 문제가 잘 결의가 돼서 편안하게 병원 다녔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22.9.21. ‘교통사고 조사원, 개인보험대리점 증언대회’ 에서 윤애림 서울대 법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이 토론하고 있다. 경청하는 이민정 의원의 모습. [사진=이은지 기자]

증언대회가 끝나고 윤애림 서울대 법학연구소 책임연구원과 고용노동부의 토론이 이어졌다.

윤애림 책임연구원은 “제가 오늘 말씀드릴 내용은, 보험설계사 증언을 들어보면 같은 형식으로 일하는데 누구는 산재보험을 받고 못 받는 것의 문제점과 그 해결방안이다”라며 “산재보험 적용이 되는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근로자인 것이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특수고용노동자’는 근로자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라며 꼬집었다.

윤 연구원은 “근로자에 대한 산재보험의 경우 사업주가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고 있으니 산재보험 적용이 온전히 되지만, 이에 비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경우는 사업주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각각 보험료의 2분의 1씩 부담하고 있음에 산재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업주의 책임하에 일하는 모든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 근로자의 개념을 넓힐 필요가 있다”라며 시행령을 주관하는 고용노동부에 강력히 요청했다.

윤 연구원은 근로기준법의 근로자에 대해 △직종별 적용이 아닌 포괄적 적용 △노동자의 근로자 권한을 입증하는 인력 창출과 구조구축을 제시했다.

 

22.9.21. ‘교통사고 조사원, 개인보험대리점 증언대회’ 에서 이용학 고용노동부 산재보상정책과 사무관이 반론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은지 기자]

이에 이용학 고용노동부 산재보상정책과 사무관은 “우리 노동고용부는 모든 사업자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2008년 보험설계사를 처음으로 지난 5월 29일에는 특수노동고용자들을 위해 산재보험 개정 적용이 되었고 이는 내년 7월 2일에 시행을 앞두고 있다”며 비판적인 분위기를 일축했다. 이용학 사무관은 “법에서 개정하고 있는 기준으로 그동안 적용이 어려웠던 노동자에 대한 시행령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 오늘 증언해주신 의견을 참고해서 여러 직종에 충분한 논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질의응답에서 “고용 노동에서 여러 직종에 대해서 논의가 되고 있다고 하는데 그동안 어떤 기준으로 직종을 구분해왔는지 궁금하다. 사고조사 보상은 모든 노동자에 대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 사무관은 “의견들의 필요성을 충분하게 반영하여 논의해보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22.9.21. ‘교통사고 조사원, 개인보험대리점 증언대회’ 에서 마무리 발언하는 사무금융 이승현 위원장의 모습. [사진=이은지 기자]

사무금융 이승현 위원장은 “나도 교통사고 조사원을 7년 동안 했다. 이분들의 업무가 일상에 얼마나 고통을 받는지 알고 있다. 사고가 나자마자 가장 그 현장을 목격하고 사고로 인해 심리가 가장 먼저 안 좋은 상태의 고객들을 상대한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직업에 안전적 지반이 없는 일터이다”라며 “그런데도 행정편의에 의해서 산재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 충격이다. 그동안 관심을 두지 못해 죄송하고 사무 금융에서도 관심있 게 지켜보며 이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노동법이 바뀌는 것에는 실망하지 않기 위해서 또 한편으로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특수노동자들이 아니라 모든 근로 노동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우리 사무금융노조도 노력하겠다”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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