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라임/이은지 기자] 포르쉐, 롤스로이스, 국민은행.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환경산업의 일환으로 ‘양봉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꿀벌의 생존을 위해 추진한 ‘양봉 프로젝트’는 농작물의 중요한 수분 매개체인 꿀벌이 세계적으로 사라지는 추세에 맞서 시행한 양봉산업이다.

필자는 최근 KB금융이 ‘K-Bee'(케이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5월 20일 '세계 꿀벌의 날‘에 맞춰 등장한 만큼, 꿀벌 살리기 효과가 그 홍보 규모와 비례할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최근 금융업계가 ESG 경영을 목표로 두고 ‘생태 살리기’에 너도나도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가운데, 투명경영과 기업홍보의 비중을 어디에 두었는지 확인차 직접 탐방에 나섰다.

 

22.10.6. KB금융 여의도 본점 옥상에 위치한 양봉장의 모습. [사진=이은지 기자]

세계 꿀벌의 날을 맞이하여 내놓은 국민은행의 양봉산업. 그것도 서울 한복판의 여의도 본점 옥상에 있다는 소식에 필자는 기대에 부풀어 찾아갔다. 벌에 쏘일까 향수도 핸드크림도 일체 바르지 않고 들어선 옥상의 모습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돌아가는 길에 본 벌이 더 많았다.

 

22.10.6.  KB금융 여의도 본점 옥상에 위치한 양봉장은 인적이 매우 드물어 보였다.[사진=이은지 기자]

본사 옥상에 자리잡은 양봉장은 총 6개로 각각 국민은행의 캐릭터 이름이 새겨져 있었는데,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인지 큰 벽에 그려진 꿀벌만 구경하고 왔다.

우리나라는 지난겨울부터 올봄까지 전국적으로 꿀벌 약 78억 마리가 사라지는 군집 붕괴 현상이 일어났다. 벌들이 살기 위해 고군분투할 때, 여의도 옥상에 놓여진 여섯 개의 양봉장을 보고 '내가 꿀벌이라면 주변 꿀벌들에게 소문을 냈을까' 잠시 고민했다.

꿀생산에 있어 상업적 이용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였지만 홍보용임은 확실해 보였다. 여의도에 사는 12만 마리의 꿀벌이 살 수 있다고 들었는데 글쎄, 2만 마리도 역부족해 보였다.

국민은행 측은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양봉장을 더 놓을 수는 없었다"라며 "시범적 운영이기 때문에 수가 적을 수 밖에 없었다"라고 밝혔다.

'ESG경영을 앞세우며 꿀벌살리기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에 비해 규모가 매우 작다. 추가로 양봉산업을 확장시킬 대책이 있나'는 질문에 "따로 양봉 농장을 살 계획이 없으며 현재 날씨가 추워 벌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22.10.6.  돌아가는 길에 마주친 반가운 꿀벌. [사진=이은지 기자]

달콤한 마음으로 시작했을 양봉산업에 미처 계절을 담지 못한다는 것이 못내 아쉬운 하루였다. 돌아가는 길에 마주친 벌들을 보면서 평소와 달리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꿀벌 계절이 돌아오면 여느 때와 같이 숨 참고 도망 다니기 일쑤겠지만, 지나고 나니 그리운 따뜻한 날씨처럼 몇 년 뒤에는 ‘특종취재, 금벌’의 타이틀을 걸고 사진찍기에 바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기업의 후원 선수와 아이들을 앞세워 무작정 홍보부터 하는 게 아니라, 꿀벌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각자의 노력부터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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