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손흥민 온팩 패키지 [사진제공=농심]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축구선수들은 패스트푸드를 얼마나 즐겨 먹을까?"

얼마 전 지인과 월드컵에 대해 나누다 축구선수들 이야기가 나왔다.

지인은 축구선수가 체중관리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얘기하며 "그런 의미에서 손흥민 선수의 신라면 광고를 보면 과연 그는 저 라면을 얼마나 자주 먹을까?"라는 의문이 든다며 웃었다.

한때 '산소탱크' 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박지성 선수, 이는 박지성의 높은 활동량과 뛰어난 체력을 칭찬하는 '맞춤형 별명'이지만, 평균 경기 활동량이 어마어마한 건 축구선수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내 생각이 매우 단순해서 생긴 착오일 수 있겠으나, 그런 그들의 활동량을 보며 축구선수들도 체중관리를 한다는 개념이 다소 생소하게 다가왔다.

'경기당 전·후반 합쳐서 90분, 보는 우리가 다 살이 빠질 것 같은 움직임으로 칼로리를 소모하는데 이와는 별개로 체중관리를 한다?' 정말 대단한 정신력 아닌가.

살짝 우회하여 실제 축구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운동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2019년 기준 CNN에 따르면 영국 리즈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 축구 관람객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봄으로써 빠른 걸음으로 90분 산책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신체 부하를 경험한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2018~2019년 잉글랜드 챔피언십 2부 리그에서 리즈 유나이티드가 치른 3번의 주요 경기를 관람한 20~62세 리즈 팬 2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당시 리즈 유나이티드는 1부 리그 승격을 걸고 플레이오프 파이널에 임하고 있었는데, 연구팀은 경기 전과 하프 타임, 경기 종료 후 팬들을 대상으로 심박수를 측정한 결과 평균 17% 증가했음을 확인했다.

심박수는 골을 넣었을 때 최고조에 달해 리즈의 득점 후 27%, 상대팀 득점 후에는 22% 상승했다. 심박수는 중요한 경기일수록 더 크게 반응했다.

연구 결과를 보며 리그 승격을 건 경기라는 점에 더 무게감이 실린 긴장감 넘치는 상황이였기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더 높은 심박수가 나온 것도 한몫했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문득 영화 '위핏(Whip It)'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영화 '위핏(Whip It)' 사운드트랙 [사진=고문진 기자]

영화 위핏은 2009년 개봉작으로 엄마 손에 이끌려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각종 미인 대회에 참가하던 주인공 블리스가 워커를 사러 간 가게에서 우연히 본 롤러더비 전단지에 매료되어 17살 인생 최대 일탈을 시작하게 되는 내용이다.

몇 년 전 성전환 커밍아웃으로 화제가 됐던 헐리웃 배우 엘리엇 페이지의 '엘런 페이지' 시절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 내가 좋아하던 드류베리 모어의 첫 연출작이라는 점에 더 애정 어린 눈길로 감상했던 기억이 난다.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매번 대회에 입고 갈 드레스 디자인을 고르며 온실 속 화초 같은 삶을 살던 그녀에게 컬러풀한 염색과 훤히 드러난 팔다리에 보이는 타투, 살랑거리며 자유롭게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언니들의 등장은 심박수를 요동치게 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사실 그 장면에서 나도 설렜다. 생애 첫 롤러더비 경기 관람 직후 블리스가 친구 패시에게 선발 테스트에 같이 가자고 할 때 패시는 "난 바비 롤러스케이트도 안 타 봤다"며 집 안에서 책만 읽으며 살만 찌웠다고 말하는데 내 얘기인 줄 알았다.

앞서 축구 경기 관람 만으로도 90분의 빠른 걸음 산책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의 연장선에서 블리스가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경기장을 누비는 모습에 이입돼 러닝타임 내내 주인공과 같이 스케이팅하는 효과를 봤던 것도 같다.

실제 극중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엑스트라를 쓰지 않고 배우진이 한 달 넘게 롤러더비 트레이닝을 받아 직접 연기를 감행, 더불어 액티브한 장면을 살리기 위해 특수장비를 사용하여 실제 경기장에서 관람하는 듯한 스피드를 담아냈다는 후문이다.

무튼 그렇게 블리스는 선발 테스트에 합격하고,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입시 스펙에 집중하는 순종적인 딸 그리고 핫한 언니들과 몸싸움을 하며 스피드를 즐기는 롤러더비 선수로서의 이중적인 삶을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언더그라운드 밴드 보컬과의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운명적인? 사랑에도 빠진다. 물론 그 사랑의 끝이 마냥 예쁘지 않았지만.

이 영화 초반부에 "THE SQUEALER HALL OF FAME", 일명 꽥꽥이 명예의 전당이 나오는 장면이 있다.

블리스와 패티가 일하는 식당 오잉크에서 스퀼러라는 이름의 대왕 햄버거를 판다. 이 햄버거를 3분 안에 다 먹으면 공짜이고 명예의 전당에 본인 얼굴이 찍힌 사진도 걸 수 있다.

스퀼러(Squealer)는 짹짹 우는 새 혹은 고자질쟁이라는 뜻인데 동사형 Squeal 이 신이 나거나 신경질이 나서 꽤액 소리를 지른다는 뜻을 가졌는데 아마 이 대왕 햄버거를 다 먹게 된다면 둘 중 하나의 마음으로 꽤액 소리를 지른다는 의미로 스퀼러라고 붙인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간에 평소 비아냥대며 블리스를 괴롭히던 코비와 그녀의 남자친구가 식당에 찾아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얄미운 언사로 은근히 블리스의 속을 뒤집어 놓고서는 문제의 스퀼러를 시켜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내 생각에 인스턴트 앞에서 운동선수들의 모습이 대부분 코비 남자친구와 같을 거라는 착각을 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그도 체형이나 생김새가 외국 하이틴 영화에 나오는 전형적인 미식축구선수 같은 느낌인 거지 실제 거기서 미식축구선수로 나온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에덴 아자르 햄버거 먹는 모습 [사진출처=네이버 이미지]

다시 기사의 초반으로 돌아와 앞서 월드컵 얘기를 나눴던 지인이 들려준 에피소드 중에 자기 관리 실패로 퇴출 위기에 놓였던 선수 이야기가 있었다.

벨기에 축구선수 에덴 아자르의 이야기였는데 2019년 그가 첼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당시 1억 유로(한화 1,316억) 이상의 이적료를 발생시킬 정도로 기대가 상당한 선수였다고 한다.

하지만 프리시즌을 소화하는 아자르의 모습에 주를 이루는 부정적인 여론은 바로 비대해져 버린 아자르의 몸에 대한 지적이었다.

단순히 새로운 구단에서의 부적응 혹은 원활하지 못한 플레이, 프리시즌 연패에 빠진 팀 성적 때문이 아닌 늘어나도 너무 늘어난 그의 배 둘레가 문제였던 것.

당시 박문성 해설가는 "눈에 띄게 커진 배 둘레에 마치 웨인 루니를 보는 것 같다"며 "루니는 타고난 힘이 있으니 문제 될 게 없지만 아자르는 다르다. 작고 날렵했던 선수가 갑자기 체중이 불었으니 타고난 재능으로 순간 번뜩임은 스치지만 최고점 때의 파괴력은 좀처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축구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13억 줬더니 13kg 쪄왔다고 뼈 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단다.

이어 박 해설가는 축구선수가 자기 관리에 철저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축구는 철저히 팀 스포츠이기에 개인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인의 부주의와 오만 등은 팀워크를 해치는 악재가 된다는 것, 거창한 팀 전술이 아니더라도 패스 한 번 주고받는 데 상대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그 경기를 뜻대로 이끌어갈 수 없다는 것.

이에 자신을 망치는 건 결국 팀을 망치는 것과 같고 그래서 축구선수들이 자기 관리에 철저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세상 그 어떤 일도 쉬운 건 없지만 운동의 세계는 그 어느 분야보다 인내와 절제로 점철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새삼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하는 우리나라 선수들을 보며 평소보다 깊은 존경심을 표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아무쪼록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가 최상의 컨디션과 팀플레이로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길 바라며 대한민국 화이팅!

더불어 작은 소품부터 극 중 상황에 찰떡같이 스며드는 사운드 트랙,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로 하여금 10대 소녀의 폭 넓은 감수성과 다소 상반되는 롤러더비의 와일드함까지 다채롭게 담아낸 영화 위핏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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