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9월 말 기준 정규직원 수 전년 보다 4272명 감소
비정규직원 수 5955명 증가, 신규 채용에 인건비 줄이기
인뱅, 정규직 수는 오히려 증가, 비대면 활성화에 IT인력 충원

시중은행 직원 감소 현상.  [그래픽=박시나 기자]
시중은행 직원 감소 현상. [그래픽=박시나 기자]

[시사프라임 / 박시나 기자] 9월 말 기준 시중은행의 정규직 직원은 감소한 반면 비정규직 직원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고용질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말 및 내년 1월 초 금융권에서 희망퇴직 칼바람이 예고돼 있어 정규직 직원 감소는 뚜렷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영업점 통폐합과 무관치 않아 내년에도 직원 감소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시중은행 직원 감소와 달리 인터넷전문은행 직원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데 정규직 채용이 늘고 있다. 시중은행 희망퇴직자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인뱅)으로 이직하거나 IT인력이 시중은행보다 인뱅에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짐싸는 은행원?…고비용 정규직 줄이고 비정규직 늘려

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9월말 기준 국내 시중은행의 직원 수는 6만2998명이다. 이 가운데 정규직원 수는 5만7043명으로 지난해 동기(6만1315명) 대비 약 7%(4272명) 감소했다. 반면 비정규직원 수는 5955명으로 같은 기간(4665명) 대비 27.7%(1290명)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올해 3월부터 9월 까지 6개월 기간 동안 비정규직원 수를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원 수를 줄이는 대신 이 공백을 비정규직원으로 채운 것이다.

실제 4대은행의 올해 신규 채용한 행원은 총 2500여명에 달한다. 신한은행은 올해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인원인 총 1100명을 신규 채용했다. KB국민은행은 상반기 200명, 하반기 700명 총 900명의 새 인원을 충원한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150명, 하반기 800명 등 총 950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300명의 신규 행원을 채용한다.

신규 행원 상당수가 비정규직 직원일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시중은행의 직원 감소는 비대면 전환 전략에 따라 점포수를 줄이고 고비용 인력을 줄이는 등 ‘조직 슬림화’ 움직임 때문이다.

시중은행 행원들의 연봉은 평균 1억이 넘는 ‘신의직장’으로 불렸다. 과거 시중은행은 몸집 키우기에 점포수 확대와 고급 인력 충원에 앞 다퉈 나섰다. 그러나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고착화 되고 인뱅 출현 등 비대면 시대로 접어들면서 비대면 서비스 확대에 따른 조직재편, 인력구조 개편 등 경쟁력 강화 일환으로 인건비 비중이 높은 인력 줄이기에 나서며 직원수가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A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화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수립의 요구가 커지고 있고, 오픈뱅킹의 도입에 따라 플랫폼 선점 경쟁 가속화로 인해 차별화된 서비스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며 “비대면 채널을 포함해 은행의 영업방식 전반에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어 이에 맞는 인력구조 개편에 따른 직원 줄이기에 나선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말 희망퇴직자로 인해 은행 직원수는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2일까지 AKS 40TP 이상을 대사응로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았다. 농협은행의 지난해 희망퇴직자는 총 452명이다.

4대 은행 로고 [사진=각사]
4대 은행 로고 [사진=각사]

◆비대면 확대 ‘조직 슬림화’로 점포 줄이기 

점포 통폐합도 직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부터 은행들이 영업점을 찾는 대신 모바일을 포함한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는 고객이 늘면서 점포 통폐합속도가 가팔라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9개 국내은행 인터넷뱅킹 등록 1억9086만명 중 모바일뱅킹 고객은 1억5337만명으로 전체 80%에 달한다. 모바일뱅킹 일평균 이용금액은 전년 말 대비 36.6%, 간편송금서비스는 41.5% 증가했다. 자금이체서비스 비중은 인터넷뱅킹이 74.7%에 달하는 반면 창구 이용은 5.8%에 불과했다.

시중은행의 점포수는 9월 말 기준 3111개다. 지난해 9월 말(3381개) 이후 1년 간 270개 점포가 사러졌다. 이 중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은행이 보유한 점포는 2891개다. 신한은행이 784개에서 724개로 60개 영업점이 줄었고, 국민은행은 914개에서 856개로 58개 감소했다. 우리은행은 54개, 하나은행은 16개 감소했다.

박주근 리더스 인덱스 대표는 통화에서 “카뱅 등 다른 신규 혁신적인 금융권과 경쟁구도로 , 대부분 금융권들이 온라인 쪽을 강화시키고 있어 은행권 전체가 점포 수 자체가 줄고 있고, 이에 점포당 인원도 줄고 있다”며 “신규 채용도 옛날처럼 정규직 신규 형태도 있지만 짧은 비정규직, 고용의 유연성이 높일 수 있는 인원이 느는 것도 하나로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비정규직 인원 증가는 고용의 유연성 때문에 계속 늘리고 있다”며 ”은행의 온라인 강화, 오프라인 축소, 혁신은행들의 등장 세 가지로 채용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뱅) 직원 증가 모습. [그래픽=박시나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인뱅) 직원 증가 모습. [그래픽=박시나 기자]

◆인뱅의 영토 확장…IT 인력 확보 높은 연봉에 정규직

시중은행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사이 인뱅은 인력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9월 말 기준 국내 인뱅의 직원수는 2144명이다. 이 중 정규직원 수는 1950명으로 전년 동월(1184명)보다 약 64.7%(766명) 증가했다.

시중은행과 달리 인뱅은 점포를 운영하지 않아 고정비 성격의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이 비용을 모바일 플랫폼과 상품 개발, IT 인력 충원에 나서며 영토 확장 중이다. 반면 시중은행 IT 인력은 전체 직원 대비 적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주요 금융권 IT 인력 현황’ 자료(8월 말 기준)에 따르면 빅테크3사(카카오페이·네이버파이낸셜·토스)의 IT 인력 비중은 48%로 가장 높았다. 반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IT 인력은 4493명으로 전체 임직원 5만4863명의 8.2%에 불과했다. 신규채용 인원도 많지 않았다. 4대 은행이 채용한 IT임직원 수는 총 355명으로 적었다.

인뱅에 IT 수요가 몰리는 이유는 시중은행 대비 높은 연봉과 바로 실무 투입이 가능한 정규직 직원을 뽑고 있어 IT개발 보다 관리에 초점이 맞춰진 보수적인 은행 보다 선호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보수적인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고, 입사한 젊은 직원과의 소통에 나서며 빠른 조직문화로 탈바꿈 하고 있지만 은행 특성상 IT 인력 충원에만 치중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인뱅의 IT인력 확대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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