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선불충전금 유효기간 폐지' 공표 이후 개정 약관 12월 2일 회원에게 공지... "회사가 자발적으로 사용을 허락한 경우 소멸시효 적용하지 않겠다"는 모호한 표현 등장에 고객들 술렁
지난해 기준으로 미사용 충전금 2천500억 원 이상, 일부 제외한 거액 '고위험 금융상품 ABCP'에 투자해 논란... 해명했지만, 불신의 여론은 여전

 

스타벅스 매장 모습. [사진 / 시사프라임DB]
스타벅스 매장 모습. [사진 / 시사프라임DB]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회사가 자발적으로 사용을 허락한 경우에는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2일 스타벅스코리아는 회원들에게 '홈페이지 이용약관/스타벅스 카드 이용약관 개정 정정 안내' 메일을 발송했다. 해당 메일에는 홈페이지 이용약관 주요 개정사항, 스타벅스 카드 이용약관 주요 개정사항 등이 안내되어 있었다.

2021년 국정감사에서 "스타벅스 선불충전금이 유효기간 5년을 넘으면 회사로 귀속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지난 4월 21일 신세계 그룹은 "스타벅스 선불 충전금 유효기간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이번 개정사항에 해당 내용이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는가 살펴보니, [제 2장 스타벅스 카드 서비스 제 5조 2(발행 등)]를 제외하고는 "회사가 자발적으로 사용을 허락한 경우에는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다소 모호한 표현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회사의 자발적 사용 허락'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 "유효기간 폐지 정책을 보다 정확하게 안내하기 위한 문구" vs "유효기간 적힌 조항 자체를 삭제하면 될 일", "업계 흐름에 따라 불허로 바뀔 가능성 내포"

앞서 이번 약관 개정 정정 안내에서 눈여겨볼 부문은 '스타벅스 카드·물품형 상품권(e-Gift Item) 서비스'이다. 두 부문 모두 개정 후 내용에 회사가 자발적으로 사용을 허락한 경우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단서가 기재되어 있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먼저 "선불충전금과 e-Gift item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불충전금은 고객이 선불카드 등 지불수단에 미리 충전해 놓은 금액을 의미하며, e-Gift item의 경우 제상품을 교환할 수 있는 수단이다.

 

지난 2일 스타벅스코리아는 회원들에게 '홈페이지 이용약관/스타벅스 카드 이용약관 개정 정정 안내' 메일을 발송했다. 해당 메일에는 홈페이지 이용약관 주요 개정사항, 스타벅스 카드 이용약관 주요 개정사항 등이 안내되어 있었다. 사진은 e-Gift item 서비스 취소·환불 규정 관련 내용.
지난 2일 스타벅스코리아는 회원들에게 '홈페이지 이용약관/스타벅스 카드 이용약관 개정 정정 안내' 메일을 발송했다. 해당 메일에는 홈페이지 이용약관 주요 개정사항, 스타벅스 카드 이용약관 주요 개정사항 등이 안내되어 있었다. 사진은 e-Gift item 서비스 취소·환불 규정 관련 내용.

관계자는 "지난 4월 21일 신세계 그룹에서는 선불충전금에 대해 유효기간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것이지만, 고객 편의를 제고하기 위해 금번 약관 개정 시 e-Gift item의 정책도 개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e-Gift item의 '취소 환불의 경우 단순 변심에 따른 환불 요청 시 최초 결제금액의 95%를 환불한다'는 조항에서 단순 변심은 유효기간 내 e-Gift item에 표시된 제상품 교환이 가능함에도 고객이 환불을 요청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조항은 개정 전 환불금액 90%에서 개정 후 95%로 환불 금액이 높아졌다.

위의 단순 변심을 제외하고는 5년의 유효기간 제도가 있었어도 사실상 시간이 경과한 e-Gift item의 환불을 무기한 허용하고 있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2일 스타벅스코리아는 회원들에게 '홈페이지 이용약관/스타벅스 카드 이용약관 개정 정정 안내' 메일을 발송했다. 해당 메일에는 홈페이지 이용약관 주요 개정사항, 스타벅스 카드 이용약관 주요 개정사항 등이 안내되어 있었다. 사진은 스타벅스 카드 이용약관 주요 개정사항.
지난 2일 스타벅스코리아는 회원들에게 '홈페이지 이용약관/스타벅스 카드 이용약관 개정 정정 안내' 메일을 발송했다. 해당 메일에는 홈페이지 이용약관 주요 개정사항, 스타벅스 카드 이용약관 주요 개정사항 등이 안내되어 있었다. 사진은 스타벅스 카드 이용약관 주요 개정사항.

선불충전금으로 사용하는 스타벅스 카드에 대해서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유효기간 5년이 지나더라도, 새 카드에 옮겨 잔액을 보존해 드리는 등 유효기간이 없는 정책을 유지해온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5년이 지나도 카드 교체 없이 지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고, 개발이 완료되어 실제 적용되기 전까지는 고객들의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현재 상황에서의 오해 최소화를 위한 '5년이 지나면 사용이 불가하다'는 기존약관을 삭제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타벅스 카드 이용약관 주요 개정사항 [제 2장 스타벅스 카드 서비스 제 5조 2(발행 등)]의 유효기간 항목이 개정 후에는 삭제됐다.

'회사의 자발적 사용 허락'이라는 문구가 담긴 단서 조항에 대해서는 "변경된 정책을 고객들에게 보다 정확하게 안내하기 위해 해당 문구를 추가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객의 시선은 조금 달랐다.

해당 메일을 받은 스타벅스 이용자 A씨는 <시사프라임>과의 인터뷰에서 "유효기간 5년이라는 제한을 이제 없애겠다는 뜻이라면, (스타벅스 카드·e-Gift Item)둘 다 시원하게 유효기간이 적힌 조항을 전부 삭제하면 되는데 굳이 일부 조항에 '회사의 자발적 사용 허락'이라는 말을 넣은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지난봄 미사용 충전금 자사 귀속 논란이 붉어지자 마트 등 기업들이 너도나도 유효기간 폐지 의사를 밝히며 그때 한 번 흐름이 바꼈다"며 "그런데 만약 업계 흐름이 반대로 바뀌게 된다면, 고객의 입장에서는 추후 회사의 자발적 사용 '불허'로 말이 바뀔 경우의 수를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해당 단서 조항에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지적했다.

◆ 깜빡하고 사용하지 않은 선불충전금만 2천500억 원 이상... 내 돈이 스타벅스코리아에 귀속된다?

선불충전금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에 비례해 고객의 미사용 선불충전금 역시 급증하며 지난 4월 20일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서 공개한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스타벅스의 미사용 충전금은 2천503억 원이었다.

연도별 연말기준 고객 미사용 선불 충전금 규모(누적 기준)를 살펴보면 ▲2017년 말 692억 원 ▲2018년 말 941억 원 ▲2019년 말 1천292억 원 ▲2020년 말 1천801억 원 ▲2021년 말 2천503억 원으로 집계됐다.

조사 당시 스타벅스는 1분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지난해 말 기준의 수치를 적용했기에 올해 1분기 선불충전금 잔액이 더 늘어났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실제 미사용 충전금액은 2천5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에도 스타벅스는 "카드 마지막 사용일로부터 5년이 지난 금액도 환불을 요청하면 재차 새로운 카드를 발급해서 잔액을 사실상 영구적으로 보전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고객이 만료 기간을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안내가 있었다면 수천억의 미사용 충전금이 회사로 귀속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여론이 일었다.

◆ 점입가경, 고객 돈으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 논란... 해명했지만, 추락한 신뢰도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 10월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실은 "스타벅스가 지난해 말 기준 미사용 선불충전금 2천503억 원 중 현금 140억 원을 제외한 전액을 ABCP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 의원은 "미사용 충전금을 은행 통장에 보관하고 있다던 설명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ABCP는 매출채권 등 자산을 기초로 기업어음(CP)을 발행하는 것으로 평균 금리가 8.5~9%인 고금리 상품에 속한다. 3개월 이하 단기상품으로 유동성 확보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금리가 높은 만큼 위험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스타벅스 관계자는 "스타벅스의 선불충전금은 현재 서울보증보험이 운영하는 '전자상거래 결제수단 보증보험'에 100% 전액보증 가입을 통해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벅스가 보유한 ABCP는 정기예금 성격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한 자산"이라며 "정기예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기예금의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고객의 요청에 빨리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각종 커뮤니티에서 "스타벅스 충전금 조심하세요", "커피 마시려고 충전한 내 돈이 레고랜드발 문제 상품에 투자됐다"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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