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부터 시행된 일회용품 사용 규제에 무인 카페는 '규제 제외 대상'... 일반 카페 점주들 "형평성 논란"
무인 사진관, 고데기 등 화재 위험성 다분하지만 "현행법상 소방시설 설치 의무 대상 아냐"... 화재의 사각지대

 

22.12.09.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어느 무인 카페 내부. 일회용품이 비취되 있다. [사진=고문진 기자]
22.12.09.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어느 무인 카페 내부. 일회용품이 비취되 있다. [사진=고문진 기자]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매장 손님 받고 업장 돌아가는 건 똑같은데 앞에 '무인' 한 글자 붙었다고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게 말이 됩니까?"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되며 무인 시설이 늘어난 가운데, ▲인건비 절감 효과 ▲키오스크 등 기술력을 갖춘 기계의 등장 및 활성화 등의 이점까지 더해져 앞으로도 무인 시설의 수요는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무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므로서 같은 업종 타 사업장과는 달리 현행법 혹은 제도의 규제 범위에서 제외되며 각종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 버젓이 일회용품 비치된 좌석 있는 무인 카페... 일반 카페 점주들 '형평성 논란'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최 모씨(43, 남)는 지난달 24일부터 시행된 일회용품 사용 규제 탓에 스트레스를 이만저만 받는 게 아니라고 토로했다.

최씨는 "여기는 개인 카페라 본사에서 모든 물품이 공급되는 프랜차이즈와는 달리 일일이 발품 팔아 매장 내에서 공급할 빨대도 친환경 소재로 바꿔보는 등 제도 위반에 걸리지 않으려 배로 노력하는 입장인데 얼마 전 귀갓길에 집 근처 무인 카페를 보며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그 (무인) 카페에 버젓이 놓인 플라스틱 빨대며 일회용기 사용하는 고객들 보면서 테이블 개수만 몇 개 차이 날 뿐 무인 카페 점주들이나 나나 똑같은 가게를 운영하는 건데 어디는 (규제) 제외 대상이라 하고 우리 가게는 아니라니 이해가 안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매출이 급격히 줄어 인건비를 줄이고자 아르바이트생도 정리하고 오픈부터 마감까지 오롯이 혼자 한다는 그는 "이럴 줄 알았으면 규모 좀 줄이고 일찍이 기계를 들일 것 그랬다"며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부근 네 곳의 무인 카페를 돌아본 결과 모두 플라스틱 소재의 빨대, 뚜껑 그리고 비닐 캐리어가 비치되어 있었고, 일회용품 규제 시행 관련 안내 문구가 붙어있는 곳은 없었다.

이 중 한 곳은 매장 취식을 할 수 있는 좌석이 마련되어 있는 구조였음에도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이용객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일부 프랜차이즈 및 개인 커피숍에도 아직 일회용품 대안책이 갖춰져 있지 않거나 다회용기 사용이 원활하지 않은 분위기가 있는 곳도 있지만, 유사 업종이나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가 발표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적용 범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무인 카페는 '식품자동판매업종'으로 "자동판매기를 통해 음식물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일회용품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되어 있어 '식품접객업인' 카페와 달리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람만 없을 뿐 이용객에게 커피 등의 식음료를 판매하는 건 똑같은데 점주가 이용객을 맞이하는 '접객'이 아닌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자동판매'이기에 다른 의미의 역차별 대상이 되는 것이다.

◆ '켜진 상태로 몇 시간이고 방치되는 고데기'... 무인 사진관, 화재 사각지대임에도 "현행법상 소방시설 설치 의무 대상 아냐"

12살된 딸과 함께 무인 사진관에 방문한 이 모씨(38, 여)는 "얼마 전 뉴스에서 무인 사진관 화재 위험성에 대한 기사를 봤는데 어린 아이들끼리 가서 손에 화상이라도 입을까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은 데이트 겸 모녀끼리 찍으러 와서 보호자가 있으니 다행이지만, 친구들이랑 간다고 할 때는 못 가게 할 수는 없고 고데기가 없는 곳으로 가거나 있더라도 함부로 만지지 말라고 당부한다"며 "이용객의 주의도 물론이지만, 제도상의 규제가 필요한 건 확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22.12.09.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어느 무인 사진관 내부. 고데기가 비취되 있다. [사진=고문진 기자]
22.12.09.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어느 무인 사진관 내부. 고데기가 비취되 있다. [사진=고문진 기자]

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부근 여섯 곳의 무인 사진관을 돌아본 결과 네 곳은 고데기가 설치되어 있었고 그중 두 곳은 소화기가 없었다.

다중이용업소법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은 소화기와 열 감지기 등의 소방시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하며, 업주와 종업원의 소방안전교육 참여와 정기적으로 시설 점검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다중이용업소법 시행령 등은 카페와 음식점, PC방 등 26개 업종만 다중이용업으로 정의하고 있어 무인 사진관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위법령인 소방시설법 역시 사진관에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는 있지만, 건축물 연면적 차등이 있어 400㎡ 미만의 건물에 입점한 무인 사진관은 열 감지기 및 비상벨 등 소방 설비를 갖추지 않아도 되니 화재의 사각지대에 무방비로 방치된 것이다.

특히 대학가 근처 등 1020 세대의 인구 유입이 많은 곳에는 각기 다른 컨셉의 무인 사진관이 한 블록에만 2~3개씩 붙어있어 화재의 위험성은 배로 증가한다.

무인 사진관의 경우 다수가 이용하며 고데기 등의 물품으로 인해 화재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다중이용업소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목소리가 더해지자 이에 소방청은 무인 사진관에 대한 다중이용업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내년에 화재위험평가를 시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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