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대구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 협약서' 체결... 빠르면 내달부터 적용
찬성 측, 취지가 무색하게 골목상권 부흥 미미하고 되레 이커머스업체 이익... "유통업계 내의 역차별"
반대 측, "대구시의 결정은 이해당사자를 배제한 독단적 선택"... 월 2회만이라도 주말이 있는 삶을 살고 싶은 마트 근로자들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이번 대구시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결정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인가"

대구시는 지난 19일 오후 산격청사 대회의실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 협약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시 8개 구청장·군수, 김영오 전국상인연합회 대구지회장, 이제훈 한국체인스토어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에는 ▲대형 유통업체의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에 중소 유통업체 협력 ▲대형 유통업체의 중소 유통업체 지원 ▲지역 유통업 발전을 위한 대·중소 유통업계의 상생 방안 등이 담겨 있다.

평일 의무휴업 전환 대상은 대·준규모 점포 60곳이며, 지역별로는 달서구 18곳, 달성군 13곳, 동구 10곳, 북구 9곳, 수성구 5곳, 중·서구 각각 2곳 , 남구 1곳 등이다.

이르면 내년 1월부터 대구 시내 홈플러스 7곳, 이마트 5곳, 롯데마트 1곳, 이마트 트레이더스 1곳 등에서는 일요일에도 장을 볼 수 있게 된다.

상대적으로 다방면에서 편리함을 갖춘 대형마트로 소비자의 발걸음이 몰리며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이 저하되자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에서는 지역 상권 보호 차원에서 2012년 3월부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을 설정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 영업을 0시부터 10시까지 제한하는 동시에 매달 두 차례 반드시 쉬도록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고 있다. 이때 의무휴업일은 공휴일이어야 하고,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평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

애초에 상생을 위해 마련된 제도였지만, 지난 10년간 실효성 논란이 끊이질 않았고 이달 초 규제개혁위원회에서도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 발표한 바 있다.

때마침 이번 대구시의 결정으로 하여금 다른 지자체에서는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규제 완화에 대한 찬반 논란 역시 들끓는 실정이다.

◆ 골목상권 부흥은 미미, 되려 왕서방 '이커머스'가 이익 보는 형국... 대형마트, "유통업계 내의 역차별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통시장은 2010년 1,517개에서 2020년 1,401개로 되레 축소됐다.

같은 기간 전통시장의 시장당 일평균 매출액은 4,271만 원에서 5,732만 원으로 34% 증가했지만,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실제 폭은 줄어든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이 있었다.

2016년 한국경제연구원은 '대형마트와 중소 슈퍼마켓 상품 간 경쟁관계'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소비자들마다 생필품 구입의 시점이나 빈도 또는 구매량 등이 서로 달라 대형마트와 동네 슈퍼마켓이 판매대상으로 삼고 있는 소비자 그룹이 다를 수 있어, 대형유통업체와 중소유통업체가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게 해당 연구의 전제였다.

정회상 강원대 경제·정보통계학부 교수는 “대형마트는 가끔 대량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를, 중소 슈퍼마켓은 빈번히 소량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를 각각 판매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시장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가 쉰다고 골목상권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게 아니라 오히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며 이커머스업체가 반사 이익을 얻는다는 지적도 일었다. 이에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유통업계 내의 역차별"이라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대형마트 3사의 매출이 쿠팡에 역전되면서 국내 유통시장의 주도권 재편을 향한 이커머스 영향력에 대해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증권사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바뀔 경우의 매출 증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교보증권은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경우 연매출 각각 3,840억 원, 1,728억 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대신증권은 업체별 대략적 평균 휴일 매출액을 300~400억 원으로 추산, 월 2회 의무휴업 폐지 시 월별 600~800억 원, 연간 약 7,000억 원에서 많게는 1조 원의 매출 증대가 일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전통시장이 없는 일부 신도시에 거주하는 소비자들도 해당 제도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했다.

배곧신도시에 거주하는 30대 후반 주부 A씨는 "걸어가기에는 (대형마트가) 멀리 있어서 평소에는 집 근처 슈퍼를 이용한다"며 "다행히 내가 거주하는 동네는 슈퍼가 잘 되어 있는데 다른 신도시에 거주하는 지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지 못한 곳도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슈퍼에서 살 수 없는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가끔 주말에는 자차를 이용해 대형마트를 가는데 큰맘 먹고 나갔다가 휴일 안내문 보고 허탈하게 돌아온 적이 종종 있다"며 "자주 이용하는 게 아니다 보니 매번 휴일을 기억할 수 없고 맞벌이 부부라 주말에 장을 봐야 하는데 주말 의무휴업이 사라지면 훨씬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대구시의 결정은 이해당사자를 배제한 독단적 선택"... 월 2회만이라도 주말이 있는 삶을 살고 싶은 마트 근로자들

지난 19일 업무협약식 체결 당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은 청사 대강당을 점거, 대구시와 북부경찰서를 규탄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마트노조는 "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을 비롯 소상공인들과 마트노동자들을 배제하고 이루어졌기에 실질적으로 현장 업무를 감당하는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지적했다.

이어 "유통산업발전법에 노동자 건강권을 근거로 휴일을 지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의무휴업일을 일요일로 지정한 이유는 마트노동자들의 주말 휴식권 보장과 골목·전통시장과의 상생을 위함이며, 월 2회 부여하고 있는 것이 전부"라며 "법 제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현행 의무휴업제도를 더욱 확대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인해 전통시장 상인들의 여건이 나아졌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시장 상인들의 경제적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전남 광주에 거주하는 모 대형마트 직원 B씨(55, 여)는 "10년 전 (해당 제도가) 발표될 당시 이제 우리도 평범한 직장인들처럼 주말에 쉰다는 생각에 감사했다"며 "비록 월 2회 고정 휴무가 생기자 평일 근무 스케쥴이 이전보다 빡빡해졌지만, 남들 쉴 때 같이 쉴 수 있는 자체만으로도 삶이 윤택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는 동료들과 미리 일정 조율을 하지 못하면 주말에 있는 각종 경조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며 "법에서 정해준 대로 한 달에 두 번, 일요일에 쉬는 게 이렇게까지 문제 될 일인가 싶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편, 이번 대구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에 대해 국무총리실에서는 "지자체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일괄적인 완화는 불가능한 만큼, 범위를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쪼개 각 지역 상황에 맞게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고 밝힌 가운데, 각 지자체의 움직임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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