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직장, 월급 줄자 주말에 부업 나서
부업 뛰는 가구주 근로자 36만 8,000명…
60대 고령층 증가율 69.7%로 가장 높아

 

부업 이미지 [사진출처=네이버 이미지]
부업 이미지 [사진출처=네이버 이미지]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정년', '노후대비' 다 무슨 소용인가요. 60이 넘어서도 투잡, 쓰리잡을 뛰는 게 요즘 고령층의 현실입니다."

울산 남구에 거주하는 정 모 씨(65, 남)는 평일엔 전기회사 직원으로, 주말엔 일용직 근로자로 투잡을 뛰고 있다.

정 씨는 5년 전 30년 가까이 근속했던 공직에서 정년퇴임하고 곧바로 전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여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 퇴직 당시 갓 대학에 입학한 막내아들이 있었기에 은퇴의 우울감에 빠질 틈도 없이 바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어느 날 아내와 함께 은퇴남편증후군에 대해 토론하는 TV 프로그램을 본 적 있는데 아내가 당신은 퇴직하고 더 바빠져서 집에서 얼굴 볼 새도 없으니 신경 쓸 게 많아서 힘든 게 아니라 적막해서 우울하다고 농담을 던졌다"고 말했다.

그나마도 코로나 이후 회사에서 단축 근무를 시행하면서 월급이 줄어들자 일 년 전부터 주말엔 집 근처 인력사무소에 나가 일용 근로를 시작했다는 정 씨는 안 해 본 일이 없다고 했다.

그는 "처음 인력사무소에 나간 날을 기억하는데 30년 가까이 나랏밥 먹고 양반처럼 실내에만 있던 사람이 어느 날은 공사장에 벽돌을 나르러 가고 또 어떤 날은 산에 약초를 캐러 가니 초반엔 못난 마음에 자존심도 상했다"며 회상했다.

하지만 인력사무소에서 만난 동료 중 절반 이상은 정 씨와 비슷한 처지의 가장들이었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많은 위안을 얻었다고 했다. 정 씨는 "우리에게 노후대비는 그저 일할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하는 것"이라며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한편, 지난 2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부업 뛰는 가구주 근로자가 1~3분기 평균 기준 36만 8,000명으로, 5년 만에 10만 7,000명(41.0%)이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가구주)인 부업자는 전체 부업자 54만 7,000명 가운데 67.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씨도 부업 가구주에 포함되는 인원이다.

전경련은 "부업자 증가는 산업구조의 전환에 따른 고용형태 다변화와 코로나19 장기화 등 복합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지만, 주52시간제가 도입된 2018년 이후 주업 근로시간의 감소와 함께 부업 참가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근로시간 단축으로 줄어든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근로자들이 부업을 병행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17~2022년 1~3분기 평균 연령대별 부업 근로자 증가율 비교 [그래프출처=전경련]
2017~2022년 1~3분기 평균 연령대별 부업 근로자 증가율 비교 [그래프출처=전경련]

 

이어 지난 5년간 연령대별 부업자 추이를 살펴보면, 2030 청년층과 60대 고령층에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1~3분기 평균, 2017년에서 2022년 기준 ▲60대 부업자 7만 6,000명 -> 12만 9,000명(69.7%↑) ▲20~30대 부업자 7만 8,000명 -> 10만 7,000명(37.2%↑) ▲40~50대 부업자 21만 6,000명 -> 21만 9,000명(1.4%↑) 증가 폭을 보였다.

전경련은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고 고용 안정성이 떨어져 접근성이 높은 비대면‧플랫폼 일자리나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통해 추가 소득원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이고, 고령층은 주로 임시직, 시간제 위주의 일자리에 종사하며 부업을 통해 생계 소득을 보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은 코로나19 이후 저임금 공공일자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청년층이나 노인들이 쉽게 접근한 영향이 있고, 건설업은 다수의 임시 일용직 일자리를 포함하고 있으며 도‧소매업의 경우에도 불안정한 시간제 일자리가 많이 포진되어 있어 부업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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