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플랫폼 이미지 [사진출처=미리캔버스]
이커머스 플랫폼 이미지 [사진출처=미리캔버스]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수평으로 넓게 그물을 치느냐, 국소부위를 집중 공략하느냐. 어떤 방식으로든 기업가치 극대화와 이윤 최적화를 실현할 수 있다면 그게 정답이다."

어제 상장 철회 소식을 들려준 컬리의 시초는 국내 최초 샛별 배송(새벽 배송) 기업 '마켓컬리'였다. 마켓컬리는 "최상의 상품을 가장 신선하게 배송하는 풀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 샛별배송"이라는 슬로건을 달고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식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이었던 마켓컬리는 '버티컬 플랫폼'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 버티컬 플랫폼, 특정 타깃층 공략하는 '선택과 집중'의 마케팅

버티컬 플랫폼(Vertical Platform)이란 특정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음악·쇼핑·교육 등을 세부 분야로 나눠 한 분야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검색·커머스·커뮤니티 등 중에 한 가지 기능만으로 집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말한다.

지난해 11월 마켓컬리에서 컬리로 서비스명을 변경하고 '뷰티컬리'를 론칭하며 식품에 이어 뷰티까지 다각화로 시장 공략에 나선 컬리의 행보는 각각 떼 놓고 보면 "선택과 집중"의 마케팅에 주력하는 듯 보이지만, 전체로 보면 수평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리존탈 플랫폼(Horizontal Platform)'의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수평적 서비스는 경기 침체의 장기전에 돌입하며 소비 심리가 악화되고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인구가 늘어나며 이전보다 더 각광받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브랜딩과 가치소비에 열광하는 이들을 집중 공략하기 위해 대기업은 카테고리 쪼개기에 한창이다.

종합몰 이커머스 롯데온은 적극적으로 버티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프리미엄 뷰티 전문관 '온앤더뷰티'를 론칭한데 이어 같은 해 9월 명품 전문관 '온앤더럭셔리'를 선보였다. 온앤더럭셔리 오픈 이후 두 달간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25% 늘었으며, 전체 명품 매출 중 95%가 온앤더럭셔리 매장에서 발생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세 번째 버티컬 서비스인 패션 전문관 '온앤더스타일'을 오픈하며 롯대온은 버티컬 서비스를 통한 특정 타깃층 공략에 총력전을 다하고 있다.

SSG닷컴도 뷰티와 명품 카테고리에서 버티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2020년부터 운영해온 뷰티 전문관 '먼데이 문'을 리뉴얼해 선보였으며, 같은 해 8월에는 명품 전문관 'SSG 럭셔리'를 오픈했다.

이어 9월에는 오픈마켓 사업을 종료하고 이마트몰, 신세계백화점몰 외 버티컬 커머스 등을 통해 신뢰도 높은 프리미엄 상품 판매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기업의 이 같은 전략은 콘텐츠와 브랜드가 범람하는 시장 상황에서 다수의 상품을 전시하기보다 카테고리를 좁혀 소비자 수요 적중률을 높이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 수평적 서비스, 합리적 소비층을 안고 가는 넓은 그물망

수평적 서비스의 대표적인 모델로 국내 이커머스 투톱 네이버와 쿠팡을 들 수 있다.

쿠팡은 생활용품에서부터 식품, 뷰티, 가전제품 등 16개의 카테고리를 보유, 자사 PB 상품을 포함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를 구매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종합쇼핑몰이다.

거기에 주말 및 공휴일 관계없이 오전에 주문한 물건을 빠르면 퇴근 후에 받아볼 수 있는 쿠팡의 최대 강점 '로켓배송'은 물론이고, 쿠팡와우 회원을 위한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까지, 쿠팡은 그물을 넓게 뻗는 올 라운드 플레이를 통해 작년 3분기 8년 만에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작년 12월 쿠팡의 순 이용자 수는 작년 연초 대비 80만 명 늘어난 2,700만 명대로 집계됐는데, 이는 쿠팡의 수평적 서비스가 전반적으로 합리적 소비를 선호하는 요즘 소비자의 심리를 잘 공략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쿠팡의 독주를 막기 위해 네이버도 넓고 촘촘하게 그물을 수선하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말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도착보장 검색 필터 서비스와 전문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는 쿠팡의 로켓배송에 대응한 전략으로, 빠른 배송을 보장받고 싶은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CJ대한통운과 손을 잡으며 물류 역량을 강화했다.

원하는 상품을 검색창에 입력하고 상단 필터 중 빠른 배송 필터, '도착보장 상품만 보기' 버튼을 누르면 관련 상품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실시간 인기 상품도 볼 수 있다.

◆ 슈퍼앱, 한 곳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하는 '올 라운드 플레이짐'

사실 쿠팡과 네이버는 수평적 서비스를 넘어선 '슈퍼앱'의 반열에 있다.

슈퍼앱은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하나의 애플리케이션만 있으면 별도로 다른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쇼핑, 송금, 투자, 예매 등의 여러 가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버티컬 커머스로 시작했던 배달의 민족과 당근마켓 역시 슈퍼앱으로 나아가기 위해 다양한 시도 중이다.

지난해 12월 배달의민족은 앱 내 'My 배민' 메뉴에 '만화경' 탭을 장착했다. 만화경은 우아한형제들이 2019년 선보인 웹툰 플랫폼이다. 로그인 없이 앱에서 웹툰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전에도 단순 배달 플랫폼을 넘어서 화장품, 꽃 등 각종 상품을 사고팔 수 있는 '배민스토어'를 선보이며 슈퍼앱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십분 보여줬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자영업자 대상으로 '비즈프로필' 서비스를 개시, 프로필을 통해 가게 근처 주민에게 해당 가게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일종의 '매칭 플랫폼'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해 동네 상권 살리기에 동참하면서 지역 커뮤니티 전환을 시도한 점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외에도 이웃과 단기 모임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한 곳에서 최대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받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심리 덕에 '슈퍼앱 전략은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지만, 사업 영역을 넓히면 그만큼 짊어질 리스크와 투자 부담 역시 커지기에 무조건적인 문어발식 확장은 지양하고 내실을 단단히 다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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