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물가정보, 설 차례상 비용 '전통시장 25만 4천 원', '대형마트 35만 9천 원'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승폭 크지 않지만 "역대 최고치 상차림 비용"... 가격 면에서 전통시장이 유리해

23.01.12.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내 건어물 코너. [사진=고문진 기자]
23.01.12.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내 건어물 코너. [사진=고문진 기자]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손 큰 맏며느리는 옛말이죠. 불과 5~6년 전 차례상 장 볼 때만 해도 조상님들 앞에서 아끼지 말자며 무조건 비싼고 좋은 것만 고르시던 시어머니도 요즘은 무조건 가격 흥정부터 하고 보시고 딱 상에 올릴 양만큼만 사세요"

부산광역시 부산진구에 거주하는 40대 초반 A씨(여)는 결혼 10년 차 주부다.

결혼 초반에는 각종 제사에 명절 차례상까지 챙기는 자체가 어렵기도 했지만, 넉넉히 준비해서 상을 차리고 가족들을 챙겨주시는 시부모님을 따라 손 큰 맏며느리 역할을 자처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명절만 되면 늘어나는 가계지출에 부담이 컸다고 한다.

그런데 근래 들어서는 물가도 너무 많이 오르고 주변에서도 차례상을 점점 간소화한다는 소리에 시부모님도 점점 생각이 바뀌고 계셔서 A씨는 "작년에 이어 올해 설 차례상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간편하게 준비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시에 거주하는 30대 중반 주부 B씨(여)는 "가족들이 각자 맡은 차례상 음식을 챙겨 오는데 우리는 전 담당이라 대형마트와 인근 시장에서 완제품 혹은 조리만 하면 되는 제품을 구매해 간다"고 말했다.

산적하나만 부치려고 해도 부침가루에 고기에 필요한 재료 다 따로 구매하려면 그 비용이 더 들고 시간도 아까워서 몇 년 전부터 양가 부모님을 설득해 가정 내 차례 간소화 문화를 시도해봤다는 B씨는 "처음엔 양가 부모님 모두 못마땅해하셨지만 지금은 다들 만족해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명절 2주 전부터 홈쇼핑 채널을 잘 돌려보면 각 사별로 경쟁하듯 가성비 좋은 구성으로 차례 음식을 판매하는 경우도 많아 이런 걸 잘 이용하는 것도 차례상 준비 꿀팁"이라며 알려주었다.

◆ 설 차림상 비용, 최대 '35만 9천 원'... 상승 폭 크지 않지만 "역대 최대치 경신"

12일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에서 설을 2주 앞두고 올해 4인 가족 기준, 설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이 약 25만 4천 원, 대형마트는 약 35만 9천 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순히 상승률만 놓고 보면 상승 폭은 크지 않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설 차례상 물가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생산량이 증가한 과일류, 견과류, 채소류 등 농산물 가격은 내렸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축산물, 그리고 과자류와 같은 공산품 가격이 올랐다.

이들 가격을 토대로 한국물가정보는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은 254,500원, 대형마트는 359,740원이 들것으로 조사돼 각각 4.1%와 2.1% 정도 상승했으며, 대형마트가 전통시장보다 약 41.4% 높다고 밝혔다.

한국물가정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설 차례상 물가 비교 그래프. [자료출처=한국물가정보]
한국물가정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설 차례상 물가 비교 그래프. [자료출처=한국물가정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올해 설 차례상 차림 비용은 31만 259원으로 한국물가정보의 평균치와는 차이가 있으나, '역대 최대 비용'이라는 공통적인 관측 결과를 내놓았다.

aT는 설을 약 2주 앞둔 지난 1월 10일, 설 성수품 28개 품목에 대해 전국 17개 전통시장과 27개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전통시장 기준으로 차림 비용은 27만 4,431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상승한 반면, 대형유통업체는 34만 6,088원으로 같은 기간 3.1% 하락해 총비용은 전통시장이 대형유통업체보다 20.7%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례상 준비를 위해서는 대형마트보다 접근성과 편의성은 조금 부족해도 일부 공산품을 제외하면 더 저렴한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알뜰 상차림의 지름길이 되겠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사과와 배 등 과일과 산지 출하량이 늘고 있는 배추 가격이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설 명절을 맞아 공급량이 늘어난 대추, 곶감 등 임산물의 가격도 안정적이다.

반면 한파 등 기상 여건 악화로 유통량이 감소한 시금치와 고사리, 도라지 등 나물류의 가격이 올라 지난해 추석 금금치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이어 달걀을 비롯해 원재료 수입단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밀가루와 게맛살 등 가공식품이 전반적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물가정보 이동훈 선임연구원은 “러-우 전쟁 영향을 받은 일부 품목이 전체 물가 상승을 이끈 것이지, 그렇지 않은 품목은 오히려 작년보다 더 저렴하다”며 “좋은 품질의 재료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하려면 정부의 설 물가 안정 대책을 활용해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적용받는 것이 현명한 소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설 민생 안정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올해는 16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 20.8만 톤 공급하고, 농·축·수산물 할인 역시 역대 최대 규모인 300억 원 지원한다.

그리고 지난해에 이어 이번 설 명절 연휴에도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1월 27일까지 30일간 한시적으로 완화해 설 선물 가액을 2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명절 연휴 기간 때 시행되다 코로나19 특별 방역대책으로 인해 시행되지 않던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혜택은 지난 추석에 이어 1월 21일부터 24일까지 연휴 동안 지원될 예정이며, 지자체와 공공기관 주차장 역시 연휴 기간 무료 개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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