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연일 외압에 라임펀드 사태 책임지고 결정
금융권 세대교체 바람에 후임에 자리 물려줄 것 판단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회장. ⓒ우리은행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회장. ⓒ우리은행

[시사프라임 / 박시나 기자] 지난해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내며 연임이 유력시됐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용퇴를 결정했다. 용퇴 결정의 결정적 이유로는 금융당국의 사퇴 압박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의 용퇴 결정 이후 불어닥친 세대교체 바람이 결국 손 회장이 해를 넘기며 고심 끝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에 따라 차기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누가 이름을 올릴지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손 회장, 금융당국 압박에 ‘백기’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열리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앞서 이사회에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손 회장의 연임은 지난해 하반기 까지만 하더라도 유력시된 상황이었다. 민영화를 이뤄내고 좋은 실적을 내며 연임에 무게가 실렸다. 다만, 라임펀드 사태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일부 평가가 있었지만 크게 걸림돌로 작용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 라임펀드 사태에 대해 금융당국이 최고경영자의 책임을 강조하고 나섰고 앞서 연임 유력시 되던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조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이후 금융당국은 조 회장에 대한 후한 평가를 내린 반면, 손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자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취지의 압박성 발언이 금융당국 수장의 입에서 연이어 나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0일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 “최고경영자인 손 회장에게 라임 펀드 책임이 명확하게 있다”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조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만큼 손 회장도 용퇴를 결정해달라는 압박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압박했다.  김 위원장이 이에 대해 “상식적인 말 아니냐”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금융권 안팎에선 손 회장이 라임 펀드 징계 관련 소송도 이어가며 연임 의사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낼 것으로 봤다.

그러나 임추위가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계획도 없다”며 사실상 손 회장에게 용퇴 결정을 위한 장고의 시간을 갖게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금융권의 세대교체 바람도 용퇴를 결정한 배경으로 꼽힌다.  앞서 조 회장도 라임펀드 사태 책임 외에 젊은 세대교체를 언급한 바 있다.

민영화를 이룬 손 회장은 금융당국의 압박 속 세대교체 흐름에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 용퇴를 스스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손 회장은 이날 용퇴 의사를 밝히며 연임은 물거품이 됐다.

이에 따라 이날 임추위는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1차 후보군 명단에서 손 회장을 제외하게 됐다. 

◆금융당국 외압 비판에 차기 회장에 내부 출신 인사 가능성

손 회장의 용퇴 결정으로 우리금융그룹은 차기 회장 인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지난해 차기 회장 인선이 꾸려져야 했지만 손 회장 거취 문제로 해를 넘기며 늦어진 탓에 서둘러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임추위는 18일 롱리스트를 발표한 후 오는 27일 회의에서 최종후보(숏리스트)를 확정할 예정이다. 통상 3월 말 열리는 주주총회 일정을 맞춰야 하는 만큼 임추위는 늦어도 2월 중에는 차기 회장 내정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내부 인사 후보가 차기 회장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권 수장에 '낙하산 인사 내정설'이 연말을 달구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며  대부분이 내부 인사 출신이 후보가 수장에 오른 만큼 우림금융 역시 내부 인사 출신에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온다. 금융노조 역시 우리금융의 낙하산을 반대하고 있는 것도 임추위의 부담이다.

민영화가 된 이후 외부 인사 출신이 수장에 오른다면 내부 직원들의 반발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내부 인사가 차기 회장에 오를 가능성 높다는 게 무게가 실린다.

현재 차기 회장 후보군에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남기명 전 우리은행 부문장, 정원재 전 우리카드 사장 등 전현직 내부 인사들이 거론되고 외부 출신으로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 가운데 이원덕 행장, 박화재 사장, 정원재 전 사장 등이 차기 회장에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사프라임>과 통화에서 "금융당국의 압박에 손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며 "외압이 비쳐진 상황에서 차기 회장까지 외압이 작용한다면 금융당국도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 아마 임추위가 여러 상황을 고려해 후보군을 추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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