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 방식두고 입장차…결국 불발, 시위 재개로 귀성길‧출근길 몸살

전장연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 것, 차별에 저항…싸우겠다” 지하철 시위 재개

서울시 “지하철이 시위 도구, 더이상 용납못해…법적·행정적 수단 동원”

시민 “1년째 지각, 스트레스…울고 싶어” 피해 막심 ‘발 동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지하철 시위를 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20일 오이도역에서 지하철 시위를 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사프라임 / 양하늘 기자] 해가 바뀌었지만 서울시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갈등 양상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설 전에 양측의 면담 시도로 실마리를 찾는 듯했던 ‘지하철 시위’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사태의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

전장연은 설날인 22일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자택 인근(서울 강남구)에서 장애인 이동권과 장애인 권리보장 예산 반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예산 없이는 권리도 없다는 입장으로 그간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예산 확대를 주장해온 것의 연장선이다. 이동권 보장은 2021년 1월 22일부터 현재까지 약 2년간 진행되고 있는 지하철 시위의 요구 조건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이동권 예산 확대’보다 ‘장애인 시설 폐쇄’ 즉 탈시설이 최종 목표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탈시설 등 관련 정책에 대해서는 장애인단체 내에서도 찬반양론이 있는 사안으로 이같은 문제를 포함한 ‘장애인 권리 예산’ 주장이 갈등의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전장연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에 탈시설 관련 의제를 빼고 단독으로 면담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어 양측의 이해관계가 쉽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면담 방식두고 입장차…결국 불발, 시위 재개로 귀성길‧출근길 몸살

지난 4일 전장연은 서울시 오세훈 시장에 면담을 요청하면서 19일까지 면담이 이뤄지지 않으면 잠시 중단했던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20일부터 재개하겠다고 했었다. 이후 서울시와 전장연 양측은 19일 전장연을 포함한 장애인 단체 ‘합동 면담’과 ‘단독 면담’ 방식을 두고 끝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불발에 그쳤다.

당초 서울시는 “전체 장애인 관련 단체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서라도 전장연을 포함한 다양한 장애인 단체들의 합동 면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단독으로 면담을 진행할 경우 집회나 시위를 하는 단체와만 집중적으로 대화를 진행한다는 부정적 인식도 존재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며 합동 면담을 재촉구, 단독 면담에는 응하지 않았다.

서울시 “지하철이 시위 도구, 더이상 용납못해…법적·행정적 수단 동원”

19일 오후 면담이 불발되자 서울시는 이동률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전장연은 장애인 탈시설, 활동지원, 평생교육지원에 대한 ‘장애인 권리예산’ 국비 1.3조원 증액을 요구한다”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주장하며 지하철 탑승 시위를 시작했지만, 서울시가 ‘이동권 개선 사업’을 발표한 뒤로 그 주장을 바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는 지하철이 특정 단체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시위의 도구가 되는 것을 앞으로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민의 안전하고 편안한 ‘출근권’을 지켜내기 위해 앞으로 있을 불법행위에 모든 법적·행정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성명에서는 ‘더이상 관용은 없다’ ‘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강경대응을 시사하는 표현들이 언급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20일 서울역에서 지하철 시위를 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20일 서울역에서 지하철 시위를 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장연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 것, 차별에 저항…싸우겠다” 지하철 시위 재개

결국 시위는 중단 16일 만인 지난 20일 오이도역과 서울역에서 재개됐고 귀성길과 출근길 불편은 시민들의 몫이 됐다.

전장연은 이날 '오이도역 사고' 22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2001년 1월 22일 장애인 노부부가 오이도역에서 리프트를 이용하다가 추락한 사고를 언급하며 "장애인의 이동권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시민 “1년째 지각, 스트레스…울고 싶어” 피해 막심 ‘발 동동’

한편, 시는 서울교통공사와 지난 2년간 시위로 발생한 사회적 피해 규모 및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피해 규모가 약 4,45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그간 82회에 걸친 지하철 운행 방해시위로 열차 674대가 운행하지 못했고, 시위 횟수당 평균 63분간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켰으며, 최대 154분간 운행을 지연시키기도 했다고 전했다.

관련 민원은 9,337건이 제기됐고, 지하철 시위로 인해 생계 위협을 받는다는 내용부터 잦은 지각으로 징계 등 불이익 발생, 택시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 가중 등 피해사례들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새해에는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전장연은 앞으로도 힘차게 싸우겠습니다.” 전장연이 새해 설 인사 말미에 내건 포부다.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더욱 저항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양측의 입장차는 여전한 상태에서 시위가 재개됨에 따라 출근길 충돌로 인한 물리적, 경제적 손실 등의 불편이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이어져 전장연 사태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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