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층 확보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과는 달리 지속적 경기 불황에 오히려 호황 맞은 반값 택배
'비용 절감 vs 편의성' 선택은 이용객의 몫, 근무자 복지와 업무 메뉴얼 체계화 등 보완 필요

 

23.01.26. 서울 중구 
23.01.26. 서울시 중구 충무로역 부근 GS25. [사진=고문진 기자]

[시사프라임/고문진 기자] "몇백 원 올라도 일반택배보다 저렴하니 주부 입장에서는 반값 택배 선택하죠."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중반 A씨(여)는 평소 중고거래 플랫폼을 자주 이용한다. 아이 옷부터 각종 생필품 등 제값 주고 사기에는 다소 아까운 물건들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중고거래의 매력에 푹 빠진 그녀가 마트보다 자주 들르는 곳은 바로 동네 인근 편의점이다.

A씨는 "의자 등 부피가 큰 물건을 제외하고 웬만한 거래는 편의점 반값 택배를 이용한다"라며 "중고 거래로 1차 절약하고 반값 택배로 2차 택배비까지 아끼면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니 그날은 가계부를 적으며 더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 '물류업계 데뷔 5년 차' 반값 택배, 처음 걱정과는 달리 꾸준한 호재

새해를 맞은 유통업계에 국내 주요 편의점의 택배 운임 요금 인상 소식이 들렸다.

유류비 등의 제반 비용 상승을 이유로 CU는 올해 국내 택배 운임을 300원씩 올렸고, 지난 25일 GS25는 다음 달부터 반값 택배 운임비를 중량별로 200∼300원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GS25 기준 물품 무게 500g 미만의 경우 1,600원에서 1,800원으로 200원 상승, 비율로 따져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인상율이지만, 반값 택배의 알뜰한 매력을 선호하는 이용객에게는 여전히 저렴하고 유용한 수단으로 손꼽힌다.

반값 택배에 대한 시선이 처음부터 긍정적이었던 건 아니다.

2019년 3월 GS리테일의 GS25를 시작으로 CU끼리 택배(CU의 반값 택배 이름)가 막 나왔을 당시만 해도 "저렴한 가격은 장점이지만, 시장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이 있었다.

편의점 자체 물류망을 이용하여 비용을 일반 택배의 반값으로 줄이는 부분에서는 확실한 가격 경쟁력이 보장되나, 일반 택배의 신속하고 편리한 door-to-door(집 앞 배송) 서비스를 내려놓고 인근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더해진 반쪽 운반은 그 효율성이 떨어질 거고 결국 수요층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현재, 고물가에 시름하는 지속적 경기 불황에 오히려 반값 택배는 호황을 맞았다.

반값 택배 이용객 직장인 B씨(38, 여)는 "월급 빼고 다 오르는 마당에 택배비 몇백 원 오르는 거에 크게 감흥도 없지만, 사실 올라도 일반 택배보다 저렴하니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운동도 할 겸 계속 반값 택배를 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값 택배의 유입은 편의점 전체 택배 이용 건수와 매출 증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S25의 전체 택배 이용 건수가 반값 택배 도입 첫해인 2019년 9만 건에서 지난해 1,000만 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당시 GS리테일 관계자는 "택배를 맡기고 찾는 사람들이 매장 방문 시 구입한 금액이 연간 500억 원에 달한다"라며 "부가서비스 매출 창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CU끼리 택배 이용 건수 역시 전년 대비 89.7% 늘었다. 같은 기간 일반 택배 증가율이 14.0%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CU 전체 택배 대비 끼리 택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8%에서 2021년 8.2%, 2022년 15.8%를 기록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값 택배 이용자 수가 급격히 늘자 편의점 업체들은 보다 저렴하게 택배를 이용할 수 있는 프로모션과 중고거래 배송 등 다양한 연계 서비스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집객에 나섰다.

◆ 늘어난 업무 탓에 과로하는 아르바이트생과 이용객의 '불편한 조우'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K씨(27, 여)는 "7년 전 편의점 업무는 매장 물류 정리와 손님 응대가 전부였다면 지금은 택배 관련 업무까지 해야 하니 훨씬 일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점주마다 방식이 다른데 전에 일하던 곳에서는 고객이 택배를 찾으러 올 때까지 매일 전화를 넣게끔 했다"라며 "시급 대비 피로도가 높아 예전처럼 무난한 아르바이트 자리는 아닌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반값 택배를 이용할 때에는 지정 매장에 택배가 도착함과 동시에 받는 이에게 본인 확인용 QR코드가 포함된 문자가 발송되는데 물건을 찾으러 갈 때 해당 문자를 보여주고 반드시 QR코드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이 절차를 무시하고 간혹 생떼를 쓰는 이른바 진상 고객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돌발상황 대처 역시 근무자의 몫이기에 쉽지 않다는 게 K씨의 설명이었다.

반면, 반값 택배 이용 경험이 있는 40대 초반 L씨(여)는 "두어 번 이용해봤는데 그때마다 응대하시는 분 표정이나 말투에서 귀찮아하는 게 너무 보여서 내 돈 주고 이용하는 서비스에 되려 내가 눈치를 봐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이후로는 다시 일반 택배를 이용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택배 물량 증가로 인해 매장 운영이 활성화되는 게 점주와 업체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면이겠으나, 그만큼 근무자의 복지나 업무 메뉴얼 등의 체계화가 시급해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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