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안전연구원은 대만 당국이 문제
업계 일부는 농심의 책임이다 주장

(사진 = 대만 위생복리부 식품약물관리서 제공)
(사진 = 대만 위생복리부 식품약물관리서 제공)

[시사프라임 / 김주원 기자] 국내 라면 시장에서 33년째 당당히 1위를 기록하고 세계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농심의 신라면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대만의 공영방송사인 중화텔레비전(CTS)과 자유시보 등에 지난달 17일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맛 사발면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고 보도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대만 식품약물 관리서에 따르면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면'의 잔류농약을 검사한 결과 '에틸렌옥사이드'가 0.075mg/kg 검출됐다. 이에 대만 당국은 이에 대한 조치로 해당 제품 1000상자(약 1128㎏)를 반송·폐기했다

◆에틸렌옥사이드와 2클로로에탄올, 애매한 구분과 기준점

여기서 주목할 점은 대만 언론에서는 ‘에틸렌옥사이드’가 검출되었다고 밝혔지만 실제 검출된 것을 살펴보면 2-CE(2클로로 에탄올)이라는 것이다. 에틸렌옥사이드(EO)는 국제적으로 발암물질로 규정되는 물질이다. 에틸렌옥사이드는 세계보건기구 산하인 국제 암 연구소(IARC)가 인체에 발암성이 확인된 물질로 분류했으며, 주로 산업용 살균 목적으로 사용되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다.

그러나 2클로로 에탄올(2-CE)은 여러 화학 제품 제조과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자연적으로도 존재하기 때문에, 일부 농산물과 식품 공산품에서 종종 쉽게 발견된다. 각국과 보건기관은 2-CE에 대해선 인체 발암물질로 분류하지 않는다.

대만 식품약물관리서는 검사에선 에틸렌옥사이드와 2-CE를 구분하지 않는다. 대만의 식약서는 2-CE 검출량도 에틸렌옥사이드로 환원해 기준치에 반영할 정도로 에틸렌옥사이드에 대해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농심의 신라면은 2-CE(2클로로 에탄올)가 대만의 기준인 0.02ppm을 초과한 0.075ppm 가량 검출돼 통관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2-CE의 안전 관리 기준은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940까지 허용한다. 반면 EU와 대만은 0.02~0.1이나 0.055 정도로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유럽과 대만의 특징은 EO와 2-CE의 합을 EO로 표시해 관리 기준을 정했다는 것이다. 2-CE를 EO의 대사산물로 보고, 2-CE가 있다면 농약 EO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식이다. 

이에 관해 농심 관계자는 <시사프라임>과 통화에서 “대만 수출 전용 제품에서 2클로로에탄올이 검출되었고 에틸렌옥사이드 자체가 검출된 것은 아니다. 에틸렌옥사이드는 국제적으로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2클로로에탄올은 발암 물질로 취급되지 않으나 당국의 기준이 에틸렌옥사이드와 2클로로에탄올을 따로 구분하지 않으며 2-CE 검출량도 에틸렌옥사이드로 환원해 기준치에 반영할 정도로 에틸렌옥사이드에 대해 엄격하게 규정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국내 유통되는 신라면에는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된 제품은 대만에 수출하기 위한 수출 전용 제품이다. 국내 제품과는 생산 원료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국내 제품에 혼입되거나 국내 제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3. 02. 012. 마트의 컵라면 진열 코너. [사진 = 김주원 기자]
23. 02. 012. 마트의 컵라면 진열 코너. [사진 = 김주원 기자]

◆식품안전연구원, K-푸드 견제

이에 대해 식품안전연구원이 1월 31일자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만 당국이 문제 삼은 ‘에틸렌옥사이드(EO)'는 2-클로로에탄올(2-CE)로 인체에 위험한 물질이 아니라고 밝혔다. 검출량도 미미해 인체에 위험한 수준이 아닌데도 2-CE를 EO 수치로 환산해 과도한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다.

식품안전연구원은 “인체 위해성을 전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라면 2-CE 사태에 대해 다른 나라의 전략적 노이즈에 휘둘려 걱정할 필요 없다”라며 “전 세계 식품 경쟁사들은 우리 대표 수출품인 라면이 인기를 끌자 K-푸드를 견제하고 있다”라고 의견을 냈다.

이에 반해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발암 물질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수출하는 대상 국가의 허용 기준치를 확인하고 지키는 것은 제조사의 몫이다. 이를 어긴 것은 농심의 명백한 실수이다”라는 목소리도 나오며 의견이 갈리고 있다.

◆식품업계의 유해물질 논란 

농심 신라면은 올해로 33년째 국내 라면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은 1991년 처음 라면시장 1위에 올라선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 대표 라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라면은 매년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 2015년 식품업계 단일 브랜드 최초로 누적 매출 10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특히 2021년엔 출시 35년 만에 해외 매출액이 국내를 넘어서면서 해외 소비자들이 더 많이 찾는 라면이 됐다. 농심은 맵고 얼큰한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식습관에 착안해 얼큰한 소고기 장국을 모티브로, 깊은 맛과 매운맛이 조화를 이룬 얼큰한 라면을 내놨고 ‘한국적인 맛이 가장 세계적인 맛’이라는 농심의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을 통하여 신라면은 이제 세계적인 인스턴트 라면이 되었다.

그러나 농심의 신라면은 이번 사건을 계기도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다. 대만에서 유해 물질 검출 논란이 벌어지자 태국 또한 유통된 신라면 제품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시중 판매 중인 라면 제품을 수거하여 조사할 계획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금번 태국에서 진행한 신라면 전수 조사의 결과 발표가 계획된 발표일보다 한참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과거의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 삼양의 우지 라면, 2004년 만두 파동 사건 등을 되돌아보며 섣부른 판단보다는 신중하게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은 1998년 7월 8일, 서울지검이 인체 유해 물질인 ‘포르말린’이 함유된 통조림을 제조하고 유통한 혐의로 각 회사 대표들을 구속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때 당시 골뱅이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극도로 나빠졌는데 결국 밝혀진 진실은 자연 상태의 골뱅이에서도 발견되는 극소량의 포름알데히드를 과대 해석하여 포르말린 투입으로 짚어 넘어갔다는 것이었다.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고 이는 무지와 선동에서 비롯된 공포가 나쁜 결과를 불러온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되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는 삼양의 우지 라면 사건이 있다. 공업용 우지로 면을 튀겼다는 익명의 투서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었고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삼양라면은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법정 공판 결과 라면에 쓴 우지는 공업용 우지가 아닌 몸에 해롭지 않은 식용 우지임이 밝혀졌지만 해결되기까지는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삼양은 지우기엔 너무나 큰 상처를 입었던 사건이다. 

이처럼 과거를 돌아본 바, 우리는 제2, 제3의 포르말린 통조림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섣부른 판단보다는 결과를 기다려보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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